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 조현욱 옮김 / 이태수 감수
김영사
두 번 읽어라. 그리고 해마다 읽어라. 생각이 확장이 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고 내용을 흡수해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허나 요즘 사람들은 그냥 책만 읽는다. 활자만 눈으로 훑는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는 의미는 없다.
난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문장만이라도 기억해서 그걸 내 삶으로 끌어들여 적용시키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내가 읽는 책의 중요한 부분을 올려본다.
page 9 : 이 세상에 독립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행성은 여전히 2백여 개의 각기 다른 국가로 나뉘어 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전 지구적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힘에 의존하고 있다.
page 10 : 한국인들은 첨단 기술의 전도유망함과 더불어 위험도 두 배로 많이 느끼고 있다.
GDP와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살률도 치솟았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은 선진국 중 최고, 세계 전체로 보아도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는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행복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 뒤처져 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page 20 : 원시인류는 서로 사랑하고 놀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지위와 권력을 위해 경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침팬지, 개코원숭이, 코끼리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었다.
page 22 : 불과 6백만 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이 딸 둘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모든 침팬지의 조상이,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page 29 :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자궁에서 나올 때, 말하자면 유약 발라 구운 도자기 같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든 재성형하려면 긁히거나 깨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인간은 용광로에서 막 꺼낸 녹은 유리덩어리 같은 상태로 자궁에서 나온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가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이를 교육시켜 기독교인이나 불교도로도, 자본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도, 호전적 인물이나 평화를 사랑하는 인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page 31 :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던 다른 동물, 예컨데 사자나 상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그 지위에 올랐다. 그래서 생태계는 사자나 상어가 지나친 파괴를 일으키지 않도록 절제와 균형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사자의 포식 능력이 커지자 가젤은 더 빨리 달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하이에나는 협동을 더 잘하도록 진화했으며, 코뿔소는 더욱 사나워지도록 진화했다.
이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대부분 당당한 존재들이다. 수백만년간 지배해온 결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진 것이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오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대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바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page 41 :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page 47 :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page 48 :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page 49 : 개미나 벌도 많은 숫자가 모여 함께 일하는 능력이 있지만, 이들의 일하는 방식은 경직되어 있으며 그것도 가까운 친척들하고만 함께한다. 늑대와 침팬지의 협력은 개미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지만, 협동 상대는 친밀하게 지내는 소수의 개체들뿐이다. 사피엔스는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매우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 개미는 우리가 남긴 것이나 먹고 침팬지는 동물원이나 실험실에 갇혀 있는 데 비해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page 52 : 과학적 연구 결과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50명이 넘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알고 지내며 효과적으로 뒷담화를 나눌 수 있는 보통 사람은 거의 없다.
page 53 :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세르비아인 두 사람은 상대를 구하기 위해목숨을 걸 수 있다. 세르비아 민족, 세르비아 고향, 세르비아 국기의 존재를 함께 믿기 때문이다.
page 54 : 현대의 사업가와 법률가들은 사실상 강력한 마법사들이다. 이들과 원시 샤먼 간에 주된 차이는 현대 법률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훨씬 더 이상하다는 점뿐이다.
page 55 : 푸조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법적인 허구'라고 부른다.
page 57 : 인간 아르망 푸조는 정확히 어떻게 회사 푸조를 창조했을까? 그 방식은 역사를 통틀어 사제와 마술사가 신과 악마를 창조해 낸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page 59 :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page 59 : 마법사 중 일부는 사기꾼이지만, 대다수는 여러 신과 악마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었다. 대부분의 백만장자는 돈과 유한회사의 존재를 신봉한다.
page 60 : 단어를 통해 가상의 실재를 창조하는 능력은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일도 했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신화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로 신화를 바꾸면 인간의 협력방식도 바뀔 수 있다.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신화는 급속하게 바뀐다. 1789년 프랑스인들은 왕권의 신성함이라는 신화를 믿었다가 거의 하룻밤 새 국민의 주권이라는 신화로 돌아섰다. 그 결과 인지혁명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필요의 변화에 발맞춰 행동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었다. 이것은 유전적 혁명이라는 교통체증을 우회하는 고속도로, 즉 문화혁명의 길을 열었다. 이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협력하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인간 및 동물종을 크게 앞질렀다.
page 63 : 네안데르탈인은 사자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유할 수 있었지만,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 대규모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page 66 :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page 67 : 일대일, 십대십으로 보면 우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침팬지와 비슷하다. 심각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개체수 150명이라는 임계치를 초과할 때부터다.
page 67 :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이 점착제는 인간을 창조의 대가로 만들었다.
page 67 : 고대 창촉은 고대인 한 명이 친한 친구 몇 명에게서 조언과 도움을 얻어 몇 분 내지 몇십 분만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오늘날 핵탄두를 제조하려면, 전 세계의 서로 모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협력해야 한다. 지구 깊숙한 곳에서 우라늄 광석을 채취하는 광부에서부터 아원자 이자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기다란 수학 공식을 쓰는 이론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page 71 : 3만 년 전 전형적인 수렵채집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달콤한 식품은 오직 하나, 잘 익은 과일뿐이었다. 무화과가 잔뜩 열린 나무를 발견한 석기시대 여성을 떠올려보자.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행동은 그 자리에서 최대한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 지역에 사는 개코원숭이 무리가 모두 따 먹기 전에 말이다. 고칼로리 식품을 담하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고층아파트에 살며 냉장고에 먹을 것이 가득하지만, 우리의 DNA는 여전히 아프리카 초원 위를 누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발견하면 한 숟가락 푸욱 떠서 먹고 점보 콜라로 입가심까지 하는 것이다.
page 79 : 역사가 15,000년에 이르는 유대관계를 통해서 인간과 개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관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개가 죽으면 사람처럼 예식에 따라 매장하는 경우도 있다.
page 81 : 해산물과 물새가 풍부한 바닷가와 강변을 따라 영구적으로 어촌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농업혁명보다 훨씬 앞선 역사상 최초의 영구 정착지였다.
page 83 : 당신의 아주 좁은 전문영역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할 테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다른 방대한 영역에서는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에 맹목적으로 의존한다.
page 87 :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주당 일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으며, 전염병도 드물었으니,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농경 이전 수렵채집 사회를 '최초의 풍요사회'라고 불렀다.
page 87 :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돌이 무리 내에서 두터운 교분을 향유했겠지만, 무리내에서 적개심이나 비웃음을 받는 사람들은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page 89 : 아체족이 무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예외적으로 가혹한 태도를 취한 이유는 적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요는 아체 사회가 다른 모든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상적인 지식만으로 그들을 부정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page 107 : 뉴질랜드의 첫 사피엔스 정착자인 마오리족이 그 섬에 도달한 것은 약 8백 년 전이었다. 그로부터 2백 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곳의 대형동물 대부분이 멸종했고 모든 조류 종의 60퍼센트도 멸종했다.
page 124 :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page 126 :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page 130 : 사람들은 풍요로운 시절에는 아이를 좀 더 많이 낳았고 궁핍한 시절에는 약간 덜 낳았다. 인간은 다른 많은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번식을 조절하는 호르몬과 유전자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풍족한 시절에 여자아이는 사춘기가 일찍 오고 임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진다. 어려운 시절에는 사춘기가 늦게 오고 번식력이 떨어진다.
page 132 : 야생 밀을 채집하던 여자가 단번에 재배용 밀을 경작하는 여자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농업으로 결정적 이행이 이뤄진 시기가 정확히 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원전 8500년이 되자 중동에는 여리고 같은 영구 정착촌이 여럿 나타났다. 이곳의 거주민은 재배용 작물을 경작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영구 정착촌에 살면서 식량공급이 증가하자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방랑하는 삶을 포기하자 여성은 매년 아기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밭에는 추가 일손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먹을 입이 늘면서 여분의 식량은 재바르게 고갈되었고, 따라서 경작지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었다. 질병이 들끓는 정착지에 살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모유를 덜 먹고 곡물을 더 많이 먹게 되면서, 아이들이 죽을 더 먹으려 형제자매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어린이 사망률은 급격히 치솟았다. 대부분의 농경사회에서 최소한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이 20세가 되기 전에 사망했다. 하지만 출생률 증가가 사망률 증가를 앞질렀다. 사람들은 계속 이전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았다.
시간이 흐르자 '밀 거래'의 부담은 점점 더 커졌다. 이이들은 떼죽음을 당했고 어른들은 땀에 젖은 빵을 먹었다. 기원전 8500년 여리고의 평범한 사람은 기원전 9500년이나 기원전 13000년의 사람에 비해 더욱 힘들게 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세대는 전 세대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살았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여기저기 작은 개선이 일어났을 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일연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으로 얹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page 133 :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page 134 : 왜 계획이 빗나갔을 대 농경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사회를 바꾸는 데는 여러 세대가 걸리고 그때쯤이면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age 136 :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바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page 140 : 기존에 우리는 개척자들이 처음에 마을을 세우고 이것이 번영하면 그 중앙에 사원을 건설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괴베클리 테페가 시사하는 바는 그 반대다. 먼저 사원이 세워지고 나중에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page 142 : 사람들은 가장 공격적이고 통제가 어려운 양을 제일 먼저 도축했다. 가장 순종적이고 마음에 드는 양은 오래오래 살면서 번식하도록 허락했다. 그 결과 가축화되고 순종적인 한 떼의 양이 생겼다.
page 149 : 가정생활은 나무나 돌, 진흙으로 지어져 면적이 몇십 제곱미터에 불과한 비좁은 구조물, 즉 집에서 이뤄졌다. 전형적인 농부는 이 구조물에 매우 강한 애착을 느꼈다. 이것은 건축학분 아니라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커다란 혁명이었다. 이리하여 '내 집'에 대한 집착과 이웃으로부터의 분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 된 존재의 심리적 특징이 되었다.
page 151 : 수렵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데다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모종의 사전 계획을 도모한 것은 분명하다. 쇼베, 라스코, 알타미라 동굴의 예술품을 만든 사람들은 작품이 수십 수백 세대 이어지도록 의도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회적 동맹과 정치적 라이벌 관계는 장기적인 성격을 띤다. 은혜를 갚거나 복수를 하는 데는 흔히 여러 해가 걸린다. 그럼에도 수렵채집인의 생업경제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수렵채집인들은 그 덕분에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걱정해봐야 무의미했다.
page 151 : 나쁜 시절이 오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사는 농부는 오래 살지 못했다.
page 154 : 프랑스 혁명의 선봉에 선 것은 굶주린 농부가 아니라 부유한 법률가들이었다.
page 161 : 함무라비 법은 바빌론의 사회적 질서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정의의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원칙은 신들이 읊어준 것이고 단언한다.
page 164 :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page 164 : 새가 나는 것은 날 권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age 166 : 볼테르는 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는 마라. 그가 밤에 날 죽일지 모르니까."
page 167 : 상상의 질서는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상의 질서를 보호하려면 지속적이고 활발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 중 일부는 폭력과 강요의 형태를 띤다. 군대, 경찰, 법원, 감옥은 사람들이 상상의 질서에 맞춰 행동하도록 강제하면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page 170 : 또한 사람들을 절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세상 만물에 스며들어 있는 상상의 질서 원리들을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그 원리는 요정 이야기, 드라마, 회화, 노래, 예절, 정치 선전, 건축, 요리법, 패션에도 스며들어 있다.
page 170 : 1.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상상의 질서는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지만, 우리 주변의 물질적인 실재 세계 속에 자 넣어질 수 있다. 심지어 돌로 구현될 수도 있다.
page 172 : 2.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삶을 규율하는 질서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page 173 : 고대 이집트의 엘리트들은 피라미드를 짓고 자신의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데 재산을 썼지만, 누구도 바빌론에 쇼핑하러 간다거나 페니키아에서 스키 휴가를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향해 스스로를 활짝 열어야 하고, 다양한 관계들을 두루 맛보아야 하며, 평소와 다른 요리를 시식해봐야 하고, 다른 종류의 음악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이다. 이 모두를 실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과 친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냄새와 취향과 규범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어떻게 나의 시야를 넓히고 내 인생을 바꾸었는가." 하는 낭만주의적 신화를 되풀이해서 듣는다.
page 174 : TV의 모든 광고는 어떤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나아진다고 말하는 또 하나의 작은 신화다.
page 175 : 주관이란 한 개인의 의식과 신념에 따라 존재하는 무엇이다. 해당 개인이 그의 신념을 바꾸면 주관은 사라지거나 변화한다.
page 176 : 푸조는 그 회사 CEO의 상상 속 친구가 아니다.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회사다. 그 CEO가 그 회사의 존재를 믿는 것은 임원들, 회사의 법률가들, 근처 사무실의 비서들, 은행의 출납계원들, 주식거래소의 중개인들, 프랑스에서 호주까지 전세계에서 근무하는 자동차 딜러들 역시 그 존재를 믿기 때문이다. 만일 CEO 혼자서 믿음을 갑자기 버린다면, 그는 신속하게 가장 가까운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page 198 : 자유민과 노예, 백인과 흑인,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차별은 허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상상의 질서는 스스로가 허구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고 자연적이고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 역사의 철칙이다.
page 199 :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계질서는 자연스럽고 정당한 데 비해 다른 사회의 그것은 잘못되고 우스꽝스러운 기준을 근거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page 210 : 1958년 미시시피 대학교에 지원한 흑인 학생 클레넌 킹은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었는데, 판사가 미시시피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흑인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page 211 : 부당한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page 216 :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과 단지 사람들이 생물학적 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양자를 구분하기 좋은 경험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이다.
page 217 :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장기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이 아니며, 그 사용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page 226 : 심지어 침팬지 사회에서도 알파 숫컷은 다른 숫컷 및 암컷과 안정적인 동맹을 맺음으로써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아무 생각 없는 폭력을 통해서가 아니다.
page 226 : 만일 적나라한 신체적 능력만 중요했다면, 사피엔스는 먹이 사다리에의 중간쯤에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가 최상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 사회적 기량 덕분이다. 따라서 우리 종 내의 권력 사다리도 폭력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남자가 신체적 힘으로 여자를 강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안정적인 사회적 위계질서의 토대라고 믿기는 어렵다.
page 228 : "좋은 쇠로 못을 만드는 것은 낭비다." 중국의 속담인데,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은 민간 관료가 되지 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page 234 :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해졌다. 그동안 그런 사회질서를 지탱하는 상상의 건축물 역시 더욱 정교해졌다. 신화와 허구는 사람들을 거의 출생 직후부터 길들여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다.
page 237 : 프랑스 혁명 이래 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은 점차 평등과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가치는 서로 모순된다.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은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 없다. 모든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면 필연적으로 평등에 금이 간다. 1789년 이래 세계 정치사는 이 모순을 화해시키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page 238 : 인지 부조화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page 243 : 전 지구 문화는 균일하지 않다. 하나의 유기체에 수많은 장기들과 세포들이 포함되어 있듯이, 우리의 전 지구 문화는 뉴욕의 증권 중개인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양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방식들과 사람들을 아우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page 243 : 진정한 '문명의 충돌'은 청각 장애인들이 말로 나누는 대화와 같다. 누구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page244 : 우리는 여전히 '고유' 문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만일 그 '고유성'이란 것이 독자적으로 발단한 무엇,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대의 지역전통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면, 오늘날 지구상에는 고유 문화가 하나도 없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모든 문화는 홍수처럼 범람한 지구적 영향들에 의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page 246 : 사실 어떤 사회적 동물도 자신이 속한 종 전체의 이익에 이끌려 행동하지 않는다. 침팬지 종의 이익에 관심을 갖는 침팬지는 한 마리도 없고, 지구적 달팽이 공동체를 위해 촉수 한 쪽이라도 가닥하는 수고를 들일 달팽이는 없으며, 알파 숫컷 사자들 중에 모든 사자의 왕이 되고자 나서는 놈도 없고, 벌집 입구에 "만국의 일벌들이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붙어 있는 경우도 없다.
page 247 : 같은 신을 믿거나 같은 왕에게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도 기꺼이 같은 돈을 사용하려 한다.
page 251 : 여동생이나 이웃사람에게 무료로 도움을 주는 것과 내게 결코 답례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낯선 사람을 돌봐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page 254 : 화폐는 주화와 지폐가 아니다. 화폐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사람들이 기꺼이 사용하려고 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page 257 : 세상에는 저장이 되지 않는 귀중한 것이 많은데, 가령 시간이나 미모가 그렇다.
page 258 : 돈은 물직적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 구조물이다. 그것은 물질적 마음으로 전환함으로써 작동한다.
page 258 : 우리가 달러를 받는 이유는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미국 재무성을 믿기 때문이다.
page 261 : 역사상 최초의 주화는 기원전 640년경 아나톨리아 서부에 있던 리디아의 왕 알뤼아테스가 만들었다.
page 264 :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서로를 알아르을 수 없는 언어로 말했고, 각기 다른 통치자의 지배를 받았고, 각기 다른 신을 숭배했지만, 모두 근과 은, 금화와 은화를 신뢰했다. 이런 공통의 신념이 없었다면 세계 무역망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page 266 :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page 266 :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돈 덕분에 서로를 알지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page 267 : 돈은 두 가지 보편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1. 보편적 전환성 : 돈이 있으면 당신은 마치 연금술사처럼 땅을 충성심으로, 사법을 건강으로, 폭력을 지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2. 보편적 신뢰 : 돈을 매개로 삼으면 임의의 두 사람은 어떤 프로젝트에도 협력할 수 있다.
이런 원리 덕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역과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page 268 : 그들에게서 주화가 떨어지면 우리의 신뢰도 사라진다. 돈이 공동체, 신앙, 국가라는 댐을 무너뜨리면, 세상은 하나의 크고 비정한 시장이 될 위험이 있다.
page 278 : 모든 제국을 검게 지워버리고 제국의 유산을 모두 거부한다는 것은 인류문화의 대부분을 거부하는 것이다.
page 278 : 합스부르크 제국은 슬라브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지배하면서 얻은 이익으로 하이든에게 월급을 주고 모차르트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page 280 : 진화 덕분에 호포 사피엔스는 다른 사회적 포유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이민족 공포증을 지닌 존재가 되었다.
사피엔스는 인간을 본능적으로 '우리'와 '그들'이 두 부류로 나눈다.
page 298 :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제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page 301 : 호랑이가 인간을 사냥한다고 해서 인간이 호랑이보다 열등하다고 볼 수 없듯이, 인간이 양을 사냥했다고 해서 양이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page 301 : 이 하루 동안 기독교인이 살해한 기독교인은 다신교를 믿는 로마 제국이 제국의 존속 기간을 통틀어 살해한 기독교인의 숫자보다 많았다.
page 308 : 시간이 흐르면서 다신교의 신을 믿는 신자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수호신을 몸시 좋아한 나머지 다신교의 기본 통찰에서 멀어졌다. 그들은 자신의 신이 유일신이며, 그분이 우주의 최고 권력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분이 여전히 사심과 편견을 지닌 것으로 보았고, 우리가 그분과 거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해서 일신교가 태어났다. 그 신도들의 병에서 회복되도록, 복권이 당첨되도록,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해달라고 우주의 최고 권력에게 간청했다.
page 316 : 인간에게는 모순을 믿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page 320 : 고타마는 다음과 같이 통찰했다.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개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마음은 뭔가 불쾌한 것을 겪으면 그것을 제거하려고 집착하고, 뭔가 즐거운 것을 경험하면 그 즐거움을 지속하고 배가하려고 집착한다. 그러므로 마음은 늘 불만스럽고 평안에 들지 못한다.
page 321 : 어떻게 하면 모든 것을 집착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타마는 집착 없이 실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게끔 훈련하는 일련의 명상기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우리 마음이 "지금과 다른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보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온 관심을 쏟도록 훈련시킨다. 이 같은 마음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page 322 : 그는 자신의 가르침을 한 가지 법칙으로 요약했다. 번뇌는 집착에서 일어난다는 것,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page 324 :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이들은 종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page 341 : 혁명은 그 정의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예상 가능한 혁명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page 342 :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page 356 : 현대 과학은 라틴어로 표현하면 '이그노라무스 - 우리는 모른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page 356 : 무지를 인정한 현대 과학은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삼는다.
page 356 :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page 358 : 예언자 마호메트는 다른 아랍인들이 신의 진리에 무지하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종교 경력을 시작했다.
page 359 : 현대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기존의 어떤 전통 지식보다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며 탐구적이다.
page 363 : 뉴턴은 자연이라는 책이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부 챕터(예컨대 물리학)는 결국 깔끔한 방정식들로 귀결된다. 하지만 생물학, 경제학, 심리학을 깔끔한 뉴턴 방정식으로 환원하려고 시도했던 학자들은 실패했다. 이런 분야는 그런 야망을 덧없는 것으로 만드는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다.
page 370 : 마차 제조업자는 늘 같은 재료를 가지고 늘 같은 마차를 만들었다. 새로운 마차를 연구 개발하기 위해서 연간 순이익의 1퍼센트를 따로 떼어놓는 일은 하지 않았다. 마차의 설계는 가끔 개선되었지만, 이는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일도 없으며 글을 읽을 줄조차 모르는 어느 지방 목수가 천재성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page 373 : 우리가 아는 한 화약은 생명의 영약을 찾는 도교 연금술사에 의해 우연히 발명된 것이었다.
page 379 :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page 386 : 적절한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지성으로도 그것을 보충할 수 없다.
page 389 :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류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page 404 : 근대 이전에도 수많은 문화권에서 세계 지도를 그렸다. 단언하건대, 그중 어느 것도 세계 전체를 정말로 알고 그린 것은 없었다.
page 423 : 여러 저서에서 존스는 고대 인도어로서 힌두교 의례에 쓰이는 신성한 언어가 된 산스크리트어가 스리스어와 라틴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것을, 그뿐 아니라 이들 언어가 고트어, 켈트어, 고대 페르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와도 비슷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가령 산스크리트어로 '엄마'는 'matar'인데 라틴어로는 'mater', 고대 켈트어로는 'mathir'였다. 존스는 이 모든 언어가 기원이 같았을 것이며 지금은 잊힌 고대의 한 조상언어로부터 발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page 430 : 과학과 제국의 일약 성공 뒤에는 특히 중요한 힘 하나가 숨어 있었다. 자본주의다. 만일 돈을 벌려는 사업가들이 없었더라면,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고, 제임스 쿡은 호주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며,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그 작은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page 431 : 돈은 제국 건설과 학 진흥에 피루적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군대건 대학 연구실이건 은행 없이는 유지 자체가 안 된다.
page 436 : 베네치아가 번영할 수는 있지만, 이는 오직 제노바를 가난하게 만듦으로써만 가능했다. 영국 왕이 자신을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은 프랑스 왕의 것을 훔치는 것밖에 없었다.
page 440 :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라고.
스미스는 경제를 '윈-윈 상황'으로 생각하라고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 ... 내가 가난하다면 너 역시 가난해질 것이다. 네가 생산하는 상품이나 용역을 내가 살 수 없을 테니가 내가 부자라면 너 역시 부자가 될 것이다. 네가 내게 뭔가를 팔 수 있으니까. ... ... 부자가 되는 것은 것은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page 473 : 현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신뢰하는 덕분이며, 자본주의자들이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할 의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page 476 : 9세기 중국에서 화약이 발명된 이후, 열을 운동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부분적 돌파구가 열렸다.
page 480 :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page 482 : 독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독일 시민이었던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1908년 말 그대로 공기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해내는 공정을 발견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독일은 하버의 발견을 이용해 화약을 산업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원자재는 공기였다. 하버의 발견이 없었더라면 독일은 1918년 11월 이전에 항복했을 것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한다. 하버는 이 발견으로 1918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화학상이었지 평화상은 아니었다(하버는 전쟁터에서 독가스를 사용하는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page 486 : 대서양 노에무역이 아프리카인을 향한 증오의 결과가 아니었던 것처럼, 현대의 동물산업도 악의를 기반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연료는 무관심이다.
page 488 : 할로가 고아로 만든 새끼들은 필요한 모든 영양을 제공받았음에도 성장한 후 정서장애가 생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 원숭이들은 원숭이 사회에 결코 적응하지 못했고, 다른 원숭이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높은 수준의 불안과 공격성에 시달렸다. 결론은 뚜렷했다. 원숭이는 물질적 필요를 넘어서는 심리적 필요와 욕구를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고, 만일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매우 큰 고통을 받는다. 할로의 새끼 원숭이들이 젖도 안 주는 천 엄마의 품에서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한 것은 이들이 젖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유대로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page 490 : 오늘날 미국에서 농업으로 먹고사는 인구는 2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2퍼센트가 미국 인구 전체를 먹이고 남은 것은 수출할 만큼 생산하고 있다. 농업의 산업화가 없었더라면 도시의 산업혁명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page 493 :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고(적게 먹으면 경제가 위축될 테니) 다이어트 제품을 산다. 경제성장에 이중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page 499 : 1784년 영국에서 운행시간표를 붙인 마차 서비스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시간표에 명시된 것은 출발시각뿐이었다. 도착 시각은 없었다.
page 509 : 국가가 군대와경찰, 관료를 고용하는 것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벌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page 514 : 내가 밀가루와 오일, 설탕으로 케이크를 굽는다고 하자, 그 모든 재료는 지난 2년간 부엌 옆 창고방에 들어 있던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케이크 자체가 2년 된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page 515 : 현대의혁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1789년(프랑스 혁명), 1848년(유럽의 연쇄적 민주화 혁명), 혹은 1917년(러시아 혁명)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은 모든 해가 혁명적이다. 요즘은 심지어 30세밖에 되지 않은 사람도 십대를 향해 "내가 어렸을 때는 세상이 지금과 완전히 달랐어"라고 말할 수 있다.
page 527 : 전쟁의 이익이 전만 못해진 데 비해, 평화는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수익성이 좋아졌다.
page 530 : 오늘날 인류는 에전이라면 동화에서나 들어보았을 부를 누리고 있다.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실질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사회질서는 완전히 바뀌었으며 정치, 일상생활, 인간의 심리도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page 533 : 새로운 발명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는 에덴의 낙원으로부터 몇 킬로미터씩 멀어질 뿐이다.
page 537 : 흥미로운 결론 중 하나는, 돈이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까지만이며, 그 정도를 넘어서면 돈은 중요치 않다.
page 539 : 지난 2세기 동안 물질적 조건이 크게 개선된 효과가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로 상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늘날의 평균적 사람이 1800년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age 544 :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성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page 544 : 복권에 당첨되거나 집을 사거나 승진하거나 심지어 진정한 사랑을 찾거나 하는 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신체 내부의 쾌락적인 감각이다.
page 551 : 카너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갖는 시각에서 역설처럼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을 예로 들면, 즐거운 순간과 지겨운 순간을 평가하게 한 결과 양육은 상대적으로 불쾌한 일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저귀를 갈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의 짜증을 달래는 일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행복의 주된 원천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이 정말 자신에게 좋은지를 모른다는 뜻일까?
page 552 : 우리는 스스로를 '아기 독재자의 비참한 노에'로 볼 수도 있고, '사랑을 다해 새 생명을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 큰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체계이다. 니체가 표현한 대로, 만일 당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이든 견뎌낼 수 있다. 의미 없는 삶은 한창 고난을 겪는 와중이더라도 지극히 행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의미 없는 삶은 아무리 안락할지라도 끔찍한 시련이다.
page 552 : 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내일 아침 지구라는 행성이 터져버린다 해도 우주는 아마도 보통 때와 다름없이 운행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가 아는 바로는 인간의 주관성을 그리워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page 553 : 행복은 정말로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일까?
page 555 : 델포이의 아폴론 시전 입구에 새겨져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글귀는 '너 자신을 알라!' 인데,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보통 사람은 진정한 자신에 대해 모르며 따라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page 561 : 40억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 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다.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page 571 : 우리가 우리의 유전자를 주물럭거린다고 해서 반드시 멸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게 될 가능성은 있다.
page 580 :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page 592 : "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 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매우 미숙하다. 우리가 전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녔는데도 더 행복해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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