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면서 사는것이 능사는 아니다.
올 해 초 상원이(가명)가 전화가 왔다.
뜻밖의 안부 전화였다.
허나 늘 그렇듯 뜻밖의 그 몇마디 안부 뒤에는 전화를 한 다른 목적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역시나 취업때문이었다.
(대체로 이것이 아니면 돈 때문이다.)
아직도 내가 커피숍을 운영하는지 싶어서 그리고 아직도 하고 있다면 나에게 알바자리를 달라는 연락이었다.
이 친구 나이는 37살이다.
결혼을 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커피숍에서 일을 한것으로 알고 있어서 거긴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나온지 꽤 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연락을 거의 10년만에 한거였다.
그리고 달맞이 언덕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다가 거기도 그만두고 일본 여행을 갔다 오고 한 4개월쯤 쉬고 있다고 했다.
수순대로 잘 나가고 있는데 왜 그만뒀냐고 물으니,
지배인이 되니 모든 일을 다 신경써야 하고 남에 일도 내 책임이 되어서.................................... 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 아직도 더 배워야 하는데........................
[니콘 D40] 스타벅스 170 Wardour St, Soho, London W1V 4LA 영국
근사한 말 아닌가?
더 배워야 하는데 라고 하는 말 말이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진리를 찾듯이, 미켈란젤로가 죽기직전에 이제서야 조각을 조금 알거 같은데... 라고 하듯이, 아인슈타인이 어떻게든 이 세상의 원리를 통일 시키고자 찾던 방정식을 찾듯이 말이다.
근데 이 친구가 하는 말은 이런 근사한 말(의미)이 아니다.
더 배워야 하는데................... 라는 말 속에서 난 고생하고 싶지 않는데............... 라는 말을 숨겨두고 있었다.
이걸 좀 더 현실적으로 말을 하자면 난 커피만 내리고 싶은데.................... 다른건 신경쓰고 싶지 않은데.................... 라는 말이다.
이 친구는 내가 20대 후반에 커피 동호회에서 알게 된 동생이다.
그리고 그 때 알게 된 지금은 부산 경남 유명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사장님이 있다.
난 그 사장님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다.
직영인지 가맹인지 몰라도 자기 이름의 커피숍을 늘리고 있으니 거기에 한자리 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더 배워야 하는데.............. 라고 한 말이었다.
거기에 들어가면 분명 지배인 자리를 맡게 될것이고 그럼 다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기니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갤럭시 노트 9] 동호회에서 알게된 사장님이 운영하는 커피숍 : 물금점
이 친구는 커피 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계속 커피숍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호텔에 들어갔고 못견뎌서 인지 몰라도 레스트랑 지배인으로 들어간것이다.
상당히 잘 풀린 케이스고 이런 가지로 뻗어가는것이 맞다.
허나 37살.
그 나이에 대한 책임감을 어디서 배운적이 없기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것이다.
난 이 친구가 가는 길이 당연한 길이고 그 수준의 다른 직장을 찾던가 해야지 더 아래는 없다고 했다.
더 아래는 그냥 알바일뿐인데, 마치 자신이 20대인냥 그러는거다.
허나 자신이 37살이라는 것은 현실이니 더 배워야 하는데............... 라는 말로 미화를 시켜서 현실을 피해가려고 한것이다.
아마 자신이 커피숍을 차리지는 않을것이다.
지배인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 커피숍을 차린다는 것은 망하는 길이다.
결국 이 친구가 바라는 건 20대 알바처럼 책임지지 않고 일하면서 37살의 수준의 월급주는 직장을 바라는것이었다.
결혼을 했으니 알바만큼만 받겠다는 것은 거짓이다.
시작을 그렇게해도 결국은 더 바라게 되어 있다.
책임은 지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커피는 어디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더군다나 직장을 구한다는 개념에서는 더 말이다.
프랜차이즈 매니져도 스타벅스 아니면 200만원 이상 받기 어렵고 오래 일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레스토랑 지배인이 어찌보면 최종 단계고 계속 더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서 자신의 연봉을 올려야 하는것이다.
과연 이 친구는 뭘 더 배워야 한다고 한것일까?
확실한건 37살의 책임감은 아니다.
이게 맞다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것이고, 내가 그 사장님에게 부탁을 하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 했을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결혼식때도 연락을 하지 않은 놈이 자기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을 할리는 없을거니까.
결국 아쉬우면 연락하는 정도의 수준의 인간을 내가 능력이 되더라도 자리를 내줬을까?
이런 생각을 이 친구는 할 능력조차 되지 않을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을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배워야 한다.
보이는 학문과 기술은 당연한거다.
나이에 맞는 책임감. 이걸 배워야 한다.
이건 세상의 언어를 배우는것이다.
세상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이해를 하고 나에게 적용을 시키는 것이다.
언어는 사람의 사고력을 지배한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는 그 사람 자체를 대변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 친구가 세상의 언어를 배웠다면 어땠을까?
어른이 되어 있을것이다.
그래서 식당의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라는 것도 깨닫고 사장이 욕심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간다고하면 연봉도 협상이 가능했을 것이다.
허나 이 친구는 아직도 20대의 언어를 하고 있다.
20대의 삶의 방식 중에 가장 근사한 말 아직 더 배워야 하는데.............. 라는 말로 자신을 숨기고 자신에게 맞는 책임감을 버렸다.
20대의 사고력으로 사는 30대는 이 세상이 무겁다.
그래서 버겁다.
그래서 무섭다.
20대의 사고력을 사는 40대는 이 세상을 외면한다. 혹은 고개를 숙이고 산다.
어떨때는 센척하고 어떨때는 약한척하면서 상황마다 자신을 변화시켜서 어떨때는 자존심 챙기고 어떨때는 자존심 죽이고.
그러면서 이게 사는게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한다.
[니콘 D40] 스타벅스 170 Wardour St, Soho, London W1V 4LA 영국에서 본 거리 풍경
20대는 더 배워야 하는것이 맞다. 그것이 20대의 언어다.
배움중에 최고 가치는 경험이다.
30대는 책임이다. 30대부터는 내 가족을 책임을 지는것은 당연하고 내가 한 말. 내가 살아온 과거의 흔적들을 책임져야 한다.
즉 20대 배움에서 기술은 당연한거고 책임감을 배워나가야 한다.
40대는 내가 이거하나는 자신있다. 라고 해야 한다.
40년 인생을 살아왔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면 과연 그건 인생을 제대로 살아온건지 생각해봐야 하는것이다.
20대의 배움에서 당연한 기술을 누구보다 잘하는 연마를 해야 한다. 그래야 30대가 보전이 되고(책임질수 있고) 40대로 넘어올 수 있는것이다.
근데 세상 사람들은 20대처럼 살려고 한다.
더 배워야 하는데............ 라는 말속에 숨어서 그냥 재밌는것만 쫒고 쉽게 돈버는것만 쫒고 남 탓해서 잘못을 피해만 가려고하고 그렇게 30대를 맞이한다.
30대초반 중반까지는 어찌어찌 넘아간다. 동안이면 더 쉽게 넘어간다.
허나 30대 후반부터는 세상의 무게를 피해갈 수 없을것이다.
문제는 다들 이렇게 살아가니 이 시대의 10대 20대들은 누구에게서 어른의 언어, 세상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까?
책을 읽어도 눈으로 보는것이 다인 시대.
좋은 영화, 드라마를 보더라도 재미로만 보고 넘어가는 시대.
이 친구도 결국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가오는 40대에 저절로 세상의 언어를 배울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이 친구도 결국 세상에 숨어살면서(외면하면서) 자신에게 오는 상황마다 왔다 갔다하면서 이게 사는거지 뭐 더 있나............................................. 하면서 살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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