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만나자고 하는 건, 다른 여자들이 무릎 꿇고 비는 것과 같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자존심 다 버리고 다시 만날 생각으로 임하라.
(2014년 1월 18일 최초 발행)
제주도에서 1년 살이를 하고 있을 때 부산에 2주 정도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때 부산에 올라오니 사람들은 '드디어 왔구나' 하면서 언제 직접 만나 타로를 보겠냐는 심산으로 타로를 의뢰하기 시작해 부산하게 바쁜 부산 생활이 되었다. 당시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하고 메일로 답을 보내는 영업(?)을 하지 않아 더 그랬을 것이다.
그중 20살 때 만나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 형도 만났다. 부산에 그냥 있을 때는 만나기 정말 어려웠는데 되려 제주도에 있다가 부산에 잠시 오니 어찌 만나게 되었다. 특히 난 술을 잘 마시지 않아서 이 형과 어울리기는 더 어려움이 있긴 하다. 남자는 역시 나이가 들면 술을 배워야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이 수월해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 형은 나에게 타로를 봐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나를 광안리에서 보자고 했다. 우린 우선 같이 회를 먼저 먹고 이 형은 조금 있다 오는 두 명의 여자들이 어떤 관계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먼저 알려주었다. 그리고 타로비는 이 횟값으로 퉁치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형이 말한 2명의 여자가 왔고 그 중 한 명은 이 형의 전전 여자친구였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계속 연락을 하는 형이었다.(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내가 평소에 얘기를 들어봤을 때는 평소에 돈을 많이 쓰는 형이다보니 전전 여자친구분도 계속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전전 여자친구인 L양과 L양의 친구인 F양의 타로를 보기 위해 광안리 해안가에 있는 창이 커다란 커피스미스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타로를 보고 나에 실력에 대해 인정을 하게 된 그녀들은 드디어 L양의 하이라이트 질문, 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일단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기 앞서서 이 질문은 현재 남자가 L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봐야 한다. 특히나 이 둘은 헤어진 지 무려 2년 정도가 되었고 간혹 연락하는 사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서로 아직 사랑하는 사이어서 무조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뜻은 아니기에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현재의 마음가짐을 알지 못하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오는 카드들을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의 결과는 "넌 항상 날 함부로 대했어. 그래서 난 상처를 많이 받았지, 아직도 널 잊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만나고 싶다는 뜻은 아니야. 난 그때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라는 마음가짐이었다.
L양은 울었다.
아마 남자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거다. 애증이 섞인 이 답은 L양이 잘만했으면 둘은 잘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왜냐면 잊지 못해 아직도 연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L양을 처음본 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다.
난 이 형의 모든 여자 친구들을 정식으로 소개받아 다 알고 있지만 유일하게 정식으로 소개받지 않았던 사람이 이 L 양이다. L양은 형과 데이트하고 있을 때 내가 우연히 시내에서 마주쳐 알게 된 케이스였다. 당시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내가 이 형과 우연히 만난 것에 대한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L양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기다라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 생김새를 뚜렷이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역시 형은 예쁜 여자만 만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 예쁘다는 이미지는 각인이 되어있는 L 양이었다.
정식으로 소개받지 못한 상황 그리고 우연히 만났는데 들키고 싶지 않다 혹은 역이고 싶지 않다, 라는 태도는 L양은 자기 예쁜 줄 알고 자기만 아는 깍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L양의 전 남자친구는 L양보다 무려 8살이나 어린 연하의 남자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만났다. 그러니까 남자가 20살 때 L양이 28살 때부터 만나서 무려 6년가량을 만난 사이었다.
다시 말해 20살의 어린 남자애가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에게 반할만한 조건을 갖춘 L 양이었다. 내가 알기로도 L양은 남자의 외모를 중시 여기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날 만난 L양은 마른 몸매가 아니라 보기 불쌍할 정도의 삐쩍 골은 몸이었고 얼굴은 솔직히 제대로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상해 있었다. 물론 과거에 예뻤겠다..라는 이미지는 남아있었다. 큰 눈고 오뚝한 코 하지만 이미 상해버린 얼굴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자신의 금전적인 능력으로 커버를 하려고 노력을 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한마디로 술과 담배로 상한 얼굴을 화장품으로 가려보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는 20살 어린애가 능력 있어 보이는 예쁜 누나를 만나는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고 과거의 영광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해 애쓰는 30 후반으로 달려가는 불쌍하게 보이는 여자만이 남아있는 꼴이었다.
그리고 본 질문인 다시 전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봤다.
결과는 '만날 수는 있다.'라고 나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자의 상처를 다 치유해주어야 하고 남자에게 했던 만행도 도로 돌려받아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조건 잘못했다는 마음으로 이 남자에게 했던 섭섭함 상처를 다 보상해주어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나왔다.
비단 L양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고 상처를 주는 것은 할 수 있어도 그걸 다시 만나기 위해 되돌려 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는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만나면 이제부터 잘할게 라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L양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형과 F양도 그냥 포기하라고 했고 나도 역시 이걸 감당하기 어려우실 테니 결과는 못 만난다,라고 해석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L양은 오직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결과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 과정에 대해서는 한쪽 귀로 듣는 것처럼 보였지만 뇌에 넣고 있지는 않아 보였다. 자신 스스로도 눈물을 흘릴 만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오직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는 L양이 무척 안쓰러워 보였다.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절대 만날 수 없을 거라는 결과는 뒤로 묻어둔 채 L양은 왠지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올해 형과 전국 투어를 하는 Kenny G 부산 공연을 보기 위해 만났다. 그리고 그 L양의 소식을 들었다. L양은 내 타로 결과가 틀렸다고 형이 나에게 전했다. 난 L양이 어떤 타로를 나에게 본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잠시 멍하게 있었다. 그러더니 형은 '8살 연하'라는 말을 나에게 던졌다. 그리고 난 그날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대답을 했다. "음.. 그렇죠. L 양이라면 내가 틀렸다고 할 수 있죠. 혹시 전화 한 통으로 다시 만나자,라고 하고 그 뒤에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죠?" 라고 물었다. 그 형은 웃으며 "어!"라고 대답했다. 그 L양은 "자기가 전화를 해서 다시 만나자고 한것이 다른 여자들 울고 불며 다시 만나자고 빈거랑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했겠죠?" 라고 물었다. 그 형은 더 크게 웃으며 "어!"라고 대답을 했다. "아직도 그 성격 여전하죠?" 라고 물었다. 그 형은 "어!" 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 형도 L양에게 "네가 다시 만나려고 한마디 말만 하고 더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라고 말을 했다고 했단다.
분명히 난 과거의 상처를 다 회복할 정도의 복수심을 잠재울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을 했지만 정말 잘못해서 앞으로 잘한다는 맹세를 하고 또 하고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 L양은 고작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건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감정라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회귀 본능에 가깝다.
다시 말해 8살 연하남을 절대적으로 만나고 싶다기보다는 자신의 더러운 성질 다 받아주면서, 자기 비위 다 맞춰주고, 자기 마음대로 연애하는 그때의 가장 행복한 감성을 찾고 싶어서 그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전 남자 친구인 8살 연하남이기 때문에 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이지, L양은 절대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게 아니다. 단지 그런 감성을 느끼고 싶은 욕구, 자신의 가장 전성기 시절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전 남친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착각하게 된 것이다.
역시 L양은 여전히 자기 위주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여자였다.
떠나간 사람이 다시 돌아올 확률은 극히 낮다. 물론 감정이 상해서 잠시 헤어져 있다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다시 만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남자들은 공감할 내용으로 예를 들자면 군대를 입대하는 것보다. 첫 휴가를 나오고 나서 다시 복귀를 할 때가 더 기분이 더럽다. 모르고 입대할 때야 '뭐 별거 있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번 나와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참담한 현실이 있을지 현실적으로 체험을 하고 다시 들어가는 꼴이어서 기분이 더 더러운 것이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여자를 모를 때 만나려는 노력은 나중에 행복하려고 하는 노력이고 고통이다,라고 생각하고 용감히 돌진할 수 있지만 이미 다 겪고 더 이상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이 되어 떠난 연인이 다시 찾아오는 것은 이미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 다시 만나야 하기에 뭔가 상대방으로부터 정말 확실한 메시지를 받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전화 한 통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덥석 다시 만나줄 것이라고 생각 이 L 양..
눈물 콧물 쏙 빼고 무릎 꿇고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더군다나 남자는 그야말로 한창 전성기인 29살인데 L양은 그야말로 저물어져 가는 퇴물의 길을 걷고 있는 37세 노처녀다. 내가 하는 전화 한 통은 다른 여자들이 울고 불고 애원하는 것과 같다는 마인드로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려는 태도는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이고 자신의 전성기로 돌아가려는 아타까운 몸부림일 뿐이다.
절대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L양은 그냥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전성기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고 그때가 마침 전 남자친구를 만날때여서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L양은 어쩌면 받는 사랑에만 익숙한 그래서 주는 사랑의 기쁨을 모르고 성장한 다른 면으로 바라본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 일지도 모른다.
https://blog.daum.net/spike96/16464344?category=1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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