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나 때문이다.
사건은 그 시기와 장소만 국한해서 보면 안 된다. 사건의 연속성을 파악해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
(2013년 12월 16일 최초 발행)
한 3년 전에 나에게 타로를 본 34세의 여성분이 있었다. 나에게 3살 연하의 남자친구와의 타로를 보았다.
이 여성분은 남자 마음은 잘 알겠다면서 다른 걸 보자고 했고 결혼은 이르다면서 남자가 여성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를 봤다.
결과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니 무조건 헤어지라고 나왔다고 했다.
이 여성분의 결혼 소식을 3일 전에 들었다.
친한 형과 마이클 젝슨 스릴러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그 형이 그 여성분의 결혼 소식을 알려주었다. 친한 형과 그 여성분은 친구 사이다. 난 잘 됐다고 하면서 어떤 남자와 하냐고 물었다. 근데 형은 니가 헤어지라고 말한 그 남자와 한다고 했다고 했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렇게 될 것 같으면 심한 말은 하지 말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곧 그런 생각이 싹 가시는 뒷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성분은 임신을 했고 지금 3달째다. 그래서 그런가, 이걸 약점이랍시고 잡아서 남자 쪽은 여자에게 혼수에 대한 압박을 했다고 했다.
남자 쪽에서는 미리 봐 둔 집이 1억 6천이라는 것을 알고 1억을 대출을 하고 나머지 6천은 반반씩 하자고 했다고 했단다. 그럼 대부분 이걸로 끝이 난다. 혼수는 쓰던걸 들고 오던지 해서 돈 벌면서 사던가 아니면 더 각자 천만 원씩 더해서 혼수를 마련하는 것이 상식선이다.
그런데 남자 쪽 집안에서는 혼수는 여자 쪽에서 그냥 따로 해오라고 했다고 했단다. 그러면 1억 대출금 이자는 남자쪽 집안에서 해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둘이서 해결해야 한다.
더러운 얘기였다. 3살 많은 게 죄도 아니고 임신한 애기가 다른 남자의 애도 아니고 이게 뭔가!?
이 여성분도 애기만 아니면 파혼을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솔직히 지금은 "그냥 한번 갔다고 오지 뭐"라는 심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 무조건 남자 쪽의 잘못은 아니다. 이 상황만 가지고 본다면 무조건 남자의 잘못이지만 세상이 그렇게 심플하지는 않다.
30살이 넘으면 이 말을 명심하라고 난 늘 말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나 때문이다.
이 여성분의 30대 중반까지의 이미지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20대부터 부산 여자치고 돈을 제법 벌어서 돈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돈을 쓰면서 남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기도 하고 제법 노는 여자였다. 인상은 매우 날카로웠고 여자로서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단순한 표현으로 예쁘다, 안 예쁘다,라고 단정 지으면 남자들에게 예쁘다 쪽으로 어필이 가능한 얼굴이지만, 그 이미지가 한 번 자고 싶은 정도의 수준에서 예쁜 얼굴이라서 그걸 바라는 남자들에게만 예쁘다고 어필이 되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내면의 깊이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그래서 절대 갖고 싶은 느낌은 없는 일회용 가짜 보석 같은 여자였다.
그래서 난 친한 형에게 이 누나랑 가까이 지내지 말라하기도 했다.
누나가 형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잘못 엮여서 형과 썸씽이 생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리 막아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는 형이 더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3년 만에 만난 이 여성분은 이미지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나도 보자마자 인사말로 한 게 그게 첫마디였다. "인상이 정말 많이 좋아졌네요."라고 말이다.
분명 그 얼굴은 30대 중반까지 볼 수 없었던 얼굴이고 37살이라고 생각이 되는, 그 경험이 있는, 그만큼의 깨달음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만약 이 여성분이 지금과 같은 다른 얼굴(인상)이었다면 지금의 결혼을 장사처럼 생각하는 남자와 계속 만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난 생각한다.
이 여성분은 30대 중반까지 철없는 20대나 가지고 있는 얼굴을 30대 중반까지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남자를 만날 일이 분명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도 지금의 예비 남편을 만나면서도 다른 남자들과 만남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다른 남자와의 잠자리도 종종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여성분도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이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결혼에 대한 태도는 남자가 잘못을 한 게 분명하다. 허나 여성분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한, 나이에 맞는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한 탓도 있다는 것이다.
나이마다 그에 맞는 얼굴이 있다. 어려 보이고 늙어 보인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눈빛의 깊이나 얼굴 표정에서 나오는 자신의 나이를 책임질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표정, 그런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많은 경험, 읽은 책, 들은 음악, 본 영화 같은 걸로 인해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로 인해 생긴 스스로만의 가치관이 있어야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 여성분은 30대 후반 직장을 잃고 나서야 자신 어떤 여자인지를 인식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내가 3년 전에 본, 밑도 끝도 없는 건방진 표정은 사라지고 조금은 기운이 빠진 겸손한 얼굴이 보였다.
결국 이 여성분이 결혼은 장사라고 생각하고, 약점 있는 여자에게는 돈을 더 받아도 된다는 식으로 결혼을 하려는 남자와 만나고 결혼까지 가게 된 것은 이 여성분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여성분은 그걸 안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 세상에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나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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