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힐
난 이 영화를 생각하면 바람둥이지만 명가수 Elvis Costello가 부른 She가 머릿속에 맵돌면서 입가에 미소가 가볍게 지어진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혹은 이런 일이 생겼음 하는 바람이 들것 같다.
작은 여행전문서적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와 세계가 알아보는 여배우사이의 로맨스는 사실 허무맹랑한 얘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가능할 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낸게 이 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뭐 여느 로맨틱 코메디의 영화와 그리 다른게 없어 딱히 할 말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마디 적어 본다면, 마지막의 휴 그랜트의 프로포즈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 듯 싶다. 기자 회견장에서의 둘만의 대화! 그로인한 서로의 확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영화에 빠져 둘 사이를 축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이 장면보다 더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장면이 있다. 레드 카펫앞에서 고급스런 리무진 한대가 들어선다. 거기서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내리고 휴 그랜트는 익숙치 못 한 환경에 어리둥절하며 레드카펫을 헛 짚고 넘어지려고 하고 줄리아 로버츠는 특유의 큰 웃음을 지으며 그를 부축한다. 주위에선 카메라 플래쉬는 쉴세 없이 터지고 그 둘은 레드카펫위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보였다.
나에겐 한밤중에 남의 집 정원에서의 데이트 장면보다도 마지막에 장면에 집앞에서 오뭇하게 책을 읽는 장면보다도 이 장면이 훨씬 더 믿음이 있어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그 외에도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캐릭터도 이 영화가 흐뭇해 지는 이유중 하나가 된다. 왠지 이 영화가 다른 로맨틱 코메디보다 끌리는 이유는 장난스럽기만 하고 왠지 설정이 인위적이고 그리고 상류 사회층이거나 혹은 여자의 지위가 낮은 뻔한 설정이 아닌 그냥 내 느낌상 둘 사이에 강한 믿음이 있은 영화처럼 느껴져서 난 이 영화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