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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3ㅣ책을 읽는 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한다는 뜻이다

_교문 밖 사색가 2025. 1. 18. 12:22

독서 # 3ㅣ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이 과거의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

- 르네 데카르트 -

 

 

알츠하이머 기준으로는 독서를 함에 있어서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뇌를 국소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전반적으로 사용해야 알츠하이머 예방에 의미가 있기에 그렇다. 그리고 생각은 꼭 독서로만 되는 것은 아니기에 얼마든지 영상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의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치매 예방으로 화투를 하는 것도 좋다고 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야 농사일로 쓰는 머리 말고 뇌의 다른 부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들 독서가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생각의 도구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책은 매일 운동을 하듯이 읽는 것이 좋다. 하루 10분이라도 말이다. 

 

나는 책을 읽지 못한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책을 오랫동안 잡고 있지는 못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3권을 번갈아 읽으며 1시간 정도를 읽는 방법이다. 그리고 소설은 극도로 피하는 성향은 여전하다. 글로 설명하는 묘사로는 내 머릿속으로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 함에도 책을 잡고 있는 이유는 나의 합리적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책을 읽어보려고 한 책이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당시 학교 도서관 대출 기일은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아주 느리게 읽으니 한 달을 빌리고 싶었다. 그래서 도서부인 짝에게 설명을 하고 한 달 동안 책을 빌려 읽었다. 다 읽지 못했다. 내용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다음은 '한 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책이었다. 빌려서 읽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니 사서 읽었다. 다 읽기는 했으나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명백한 이유를 찾아서 나는 영상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이 자꾸 책을 읽으라고 하는 그 메시지는 무시하기 어려웠다.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아주 극한의 미세한 존재이고 세상은 그런 나를 품고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 것을 억지로라도 당연하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내 말이 다 맞다는 식으로 삶을 접근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넓었고 살아갈 시간도 많았으며 인간사의 복잡함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책을 계속 읽어야 한다는 결론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의외로 쉽게 나왔다. 

 

그래서 군대를 가기 전 1년 동안 태백산맥 10권을 읽고 갔다. 그리고 제대 후 당시 부산에서 제일 큰 서점인 영광도서에 알바자리를 구했다. 그냥 찾아가서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하니 당시 송실장이 알바 근무조건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그냥 출근을 했다.

 

이건 여담이지만 아무리 20년이 넘은 시점이지만 이력서 한 장 내지 않고 알바를 구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시간당 1,500원을 받고 일을 했는데 당시에도 낮은 임금이었다. 하지만 알바를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알바는 경험이 전부다. 알바로 돈을 벌려고 하는 태도로는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열정페이가 다시 부활해야 한다고 본다. 열정페이로 알게 되는 경험과 지혜와 지식은 돈을 받으면 알 수 없게 되어 있는 구조다. 그 중요한 것을 시급으로 모두 바꿔서 포기하게 되는 시스템은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길을 막아서게 하는 방법이 된 것이다. 고용주가 시급을 주면서 자신의 노하루를 알려주는 일은 없다.

 

아무튼 나는 영광도서에서 4개월을 일했다. 그리고 작전 실패였다. 일단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일한 잡지부는 원래 알바가 2명인데 내가 오고부터 나만 있었다. 내가 모든 업무를 다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근무 시간에서도 책 읽을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나의 이런 능력을 견제하는 잡지부 여직원의 시기 질투로 인해서 좀 짜증 나는 일이 많았다. 항상 자기가 No. 1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살았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더 일을 잘하게 되니 견제가 들어왔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작전을 실패도 했지만 그래도 하나 알아낸 것은 영상보다 책이 훨씬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깊이 있는 책도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영상으로 접하기 어려운 인문학이나 교양도서를 찾아서 읽어가고 있다. 상상력이 부족해 아직도 소설은 읽기 어렵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접근하는 사피엔스 같은 책은 무난하게 읽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진화적으로 접근하는 인간의 이해가 훨씬 잘되었다. 다큐멘터리와 작가의 책의 간극은 개인적 의견이 있냐 없냐의 차이다. 사피엔스는 유발하라리의 개인적 견해가 투영되어 있다. 가령 인류가 일 만년 전쯤부터 밀 농사를 시작했다고 다큐가 표현한다면 유발하라리는 인류가 밀의 노예가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해서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두가 보는 다큐는 공신력을 가져야 하기에 표현의 한계가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예견하는 기능은 없다. 물론 그런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 '넥스트 휴먼'같은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알렝드 보통을 사회자로 나오게 해서 책처럼 시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모든 다큐가 이런 형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책처럼 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책은 단순 지식을 넘어서 타인(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고 그래서 비판적 사고를 갖기에 훨씬 유용한 도구임에 분명하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대화를 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로 사피엔스 같은 전문성을 띤 교양도서가 다큐로 대체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영역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결국 책은 다양성, 깊이, 과거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생각의 수단인 것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책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책은 인간성을 유지시키고 회복시키는 대화의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독서를 해야 할 진정한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츠하이머에서 자유롭게 되더라도 인간성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게 된다면 그건 의미 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논어를 읽으면 공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고(정확히는 말씀을 듣는 것이겠지만), 사피엔스를 읽으면 유발 하라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군주론을 읽으면 마키아 벨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유일한 단점은 우리는 작가와 직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듣기만(읽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방적 과정에서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의 답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

 

나는 공자가 말하는 인에 대해서 생각을 했을 때 결국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공자의 사랑은 교육일 거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이게 답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몇 년에 걸친 생각에 의해서 나온 답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기에는 충분하다. 만약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공자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최소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더 나아가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을 해서 공자의 답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논어를 읽고서도 나와 같은 생각까지 가지는 않을 거다. 그러면 어차피 타임머신을 타고 공자를 만나더라도 말씀을 듣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책만 읽어도 상관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게 마치 아주 좋은 결론처럼 들리지만 이건 아주 심각한 착각이다.

 

내가 영광도서에 일을 하면서, 여기에 삶에 대한 지혜가 전부 담은 건물이 있는데, 우리는 2,500여 년의 지성의 세월을 보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어리석게 사는 것은 책(지혜) 찾아보지 않거나 찾아서 읽더라도 정말 읽기만 하는 행위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지 않은 것보다는 낫지만 어떠한 문제에 행위 앞에서는 안 읽은 사람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할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책은 생각 없이 읽게 되면 읽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은 자기 위로정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책은 읽는 게 끝이 아니라 타인과 대화를 하는 수준까지 이르러야 책을 다 읽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북클럽에 가서 듣기만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공자의 말씀을 들으러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럴 바에야 책을 읽기만 하면 그만인 거다.

 

즉 책을 읽음에 비판적 사고로 인해서 생겨나는 물음은 필수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없으니 주변에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없다. 주변 친구 중에 같은 책 읽는 사람 몇이나 봤으며 설사 있다고 한들 책을 읽고 대화를 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거다.

그러면 북클럽에 가야 한다. 하지만 북클럽에도 계급은 존재하며 얘기하는 사람들도 한정적이다. 친구와의 대화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어쩌면 또 다른 계급사회를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건 결국 내 생각을 무시당한 채 타인의 생각을 강요당하는 꼴로 전락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여차하면 우월주의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책 읽는 집단, 밖은 책 안 읽는 집단 그래서 우리가 우월해,라는 결론으로 책과는 상관없는 분위기 휩쓸려 심지어 그 우월주의가 나쁘지 않아 시나브로 그 분위기에 빠져 책을 눈으로만 훑는 행위에 집중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럴 바에야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오징어 게임'을 본 후 '더 에이트 쇼'도 보고 친구와 비교 분석해 보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얼마든지 현실 가능성이 있다. 알츠하이머 예방을 위해서 책도 좋지만 영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했고 그 기준은 생각이기에 얼마든지 드라마나 영화로 대체가 가능하고 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가 예방이 되는 세상이 오더라도 인간성이 죽은 사회는 의미가 없으니 인간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이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니 대화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니 책이든 뭐든 간에 당신의 인간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한 주제를 찾아서 조금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은 거다. 그리고 그 수단이 반드시 책이 될 필요가 없다. 또다시 말하지만 영상으로 얼마든지 대체가 된다.

하지만 쇼츠만 보고 얘기하는 것을 넘어서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가 있는 구조를 보고 얘기해야 의미가 있다. 쇼츠는 작가도 없고 의미도 없는 단순 재미만을 위한 것이니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 단순 말의 주제, 아이스 브레이킹 주제일 뿐이다. 

 

대화의 목적은 인간미를 유지하고 살리는 것이라고 기준을 잡고 생각하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의 소재가 반드시 책일 필요는 없다. 

개인의 뇌 건강과 인간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그 생각의 공유 수단인 대화가 주인공이지, 책이 반드시 주연이지 않다. 만약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그 공간과 시간에서는 그 사람이 주인공일 거다.

 

문제는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도 있고, 더 에이트 쇼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 약간의 진지한 대화를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일 거다. 그래서 우리는 노점 붕어빵 장사꾼에도 불법 영업을 한다고 신고를 해서 문을 닫게 하는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 진짜 인간미를 잃어가는 시대에 접어든 거 같다.

 

그 원인은 서로 소통(대화)이 되지 않아서다. 그러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영상으로 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찾아서 그 갈증을 해소하고 그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조금은 윤택해져서 타인에게 너그러워지는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주 극한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만약 내가 이걸 책으로 봤다면 여기에 추천하지 못했을거다.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영화로 이런 작품을 보고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도 좋은거다.만약 당신의 삶이 무효하고 허무하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이 영화를 보라, 왜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이 영화가 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