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2ㅣ독서의 효과는 비판적 사고에서 나온다
이제는 독서와 책을 읽는다는 개념을 분리시켜야 할 시대에 온 거 같다. 칼과 검이 같지만 다른 의미로 사용하듯 말이다.
앞에서 나는 이지영 강사가 말하는 근거로는 책을 읽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니체가 얘기했듯 우리 삶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기에 이지영 강사말대로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평생의 숙제다. 그렇기에 10대 때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고 한들 20대부터 내 삶의 주체로 살아가게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미래를 그리는 일도 우리의 삶의 터전이 도시라면 그것도 대도시라면 더 직접 경험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은 지속적으로 읽어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 때문이다.
인간의 장기는 하나가 그 기능을 읽었을 때 다른 장기가 그 기능을 대신하거나 능력이 더 증가한다. 예를 들어 시력을 잃으면 청각이나 후각이 더 발달하듯이 말이다. 뇌도 그러하다. 정상적으로 삶을 살아가다 돌아가신 분의 뇌를 해부해 보니 이미 알츠하이머가 발병되어 있는 경우는 제법 많다고 한다. 하지만 뇌의 다른 부분이 병든 부분을 대신해서 활동하고 있었기에 그분은 삶을 정상적으로 삶을 살다가 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시력을 잃어도 후각과 청각이 더 발달되어 시각의 보조 역할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건 평소에 후각과 청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평소에 훈련을 하지 않으면 다른 부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평소에 뇌를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독서다. 내가 볼 때 거의 뇌를 전반적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봐진다.
지금 대한민국 65세 이상의 인구중 11%가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고 있다. 아마 지금의 MZ 세대들이 65세 이상이 되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20% 이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바로 뇌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지금 20대 치매 증상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건 책을 읽지 않기도 하지만 드라마도 쇼츠로 즐기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건 뇌에 치명적이다.
독서라는 행위는 뇌를 전반적으로 다 사용한다. 뉴런들이 서로 연결을 시도하고 최대한 멀리 있는 뉴런들과 접촉을 시도한다. 반면 영상은 독서를 함에 있어서 하게 되는 상상력 부분을 제외하고 작동을 한다. 특정 부위만 국소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쇼츠로 감상하게 되면 뇌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앞뒤 전후 사정을 모르고 순전히 재미로만 보게 되는 쇼츠로는 뇌가 도파민만 느끼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MZ 세대들은 인간관계의 불안과 미성숙함 그리고 초이기주의 형태가 나타나며 이건 아마 이들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20%가 훌쩍 넘어설 거라는 근거로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관계야 말로 인간이 뇌를 넘어 마음까지 사용해야 하는 행위인데, 이걸 거의 포기하고 살아가는 세대들이니 이들의 뇌건강의 적신호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인간관계의 미숙함이나 앞으로 있을 알츠하이머에 대한 것은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의심(생각)을 해봐야 한다. 독서와 인간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냐고 한다면 그건 아닐거다. 그 반대로 독서와 인간관계를 충실히 하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닐 거다. 이 중간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있다. 바로 생각이다.
나는 생각이 뇌활동을 활발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독서 자체가 뇌활동을 활발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활자를 훑고 지나가는 행위를 할 때는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기에 그걸 독서라고 할수도 없고, 독서라고 할지언정 알츠하이머 예방을 위한 독서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영상으로 얼마든지 책을 대체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앞서 나는 책을 읽지 못해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것들도 다 글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했기에 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봤다. 군대에서 나는 영화광이라고 불렸다. 군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다 보는 것도 있었지만 내가 TV에서 하는 영화를 1초 정도 보고 바로 맞추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기들은 내가 내무실에 들어오면 갑자기 TV 우측 상단의 영화 제목을 가리고 이거 뭐냐고 물어보는 일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마이걸 2'* 였는데 1편도 아니고 2편을 맞춘 걸 아주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걸 1초 만에 맞춘 것이다. 즉 나는 영화를 재미를 떠나서 진짜 열심히 봤다. 지금으로 치자면 리뷰해 주는 유튜버 수준으로 말이다. 최대한 작가와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마이걸 2는 내가 중학교 시절에 나온 영화였다. 심지어 비디오 영화였다. 그래서 한 번만 봤다. 근데 그걸 23살 내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알아맞춘건 영화를 보더라도 책을 읽듯이 적극적으로 생각하면서 봤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못하는 나에게는 이 방법이 훨씬 나았다. 태백산맥 10권을 1년에 걸쳐서 다 읽어봤지만 실제로 기억에 남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냥 읽어봤다는 행위가 전부였다. 심지어 삼국지는 우리나라 얘기도 아니니 초반부터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그러니 나처럼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상으로 얼마든지 대체를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뇌건강을 위해서 독서가 제일 좋다고 하지만 독서가 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얼마든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시대가 되었다. 과거 책만 있던 시절의 습관에서 변화한 사회를 인식하지 못하니 아직도 독서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생각 없는 인생인 거다. 따지고 보면 책도 얼마든지 정신을 오염시키는 내용이 많은데 말이다.
아무튼 요즘은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작가가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본다. 또한 이병헌의 연기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프론트 맨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인간의 기대도 저버리지도 않았기에 성기훈의 편에 서서 그를 최대한 지지하며 한번 더 희망을 가져보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자식과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살짝 의심 적게 품다가, 성기훈의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모습을 보며 역시나.. 하면서 다시 프런트 맨 자리로 복귀는 그의 연기를 느낄 수 있다면 되려 글로 읽어서 내 상상력(예상)을 침범당하는 것보다야 드라마가 훨씬 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이런저런 상상력을 더해서 시즌 3까지 예상해보는 일은 현대인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기준으로 하면 책과 영상 모두 좋은 재료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책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뇌에서 영상처럼 만들어지는 뇌활동이 더 풍부하게 이뤄질 거라는 최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리포터 작가 같은 상상력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닌 이상, 기준을 알츠하이머 예방으로 둔다면 별 차이가 없다.
장자는 책을 음식으로 비유해서 책을 읽는 것은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행위와 같다고 하기도 했다. 쓸모없는 짓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건 책을 읽어 남에 생각을 흡수하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경험해서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경험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편협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서 스스로의 경험이라고 함은 타인에게 들은 간접경험도 포함하고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까지 할 수 있는 생각의 영역까지 포함해서 말한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결국 장자도 경험을 통한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했지 책 자체는 되려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 1에서 말했듯이 내가 삶의 다양성을 접한 건 영국과 바르셀로나에서 묵었던 한인 민박에서의 사람들을 만나면서였다. 이억만리 타국에서 한인민박을 하는 사람들도 독특했지만 그곳에 놀러 온 사람들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스텝들도 우리가 아는 그런 삶의 방식을 무시하는 태도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삶의 방식을 어떠한 책에도 접한 적이 없다. 이건 오직 직접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이들의 삶을 책에서 봤다면 나는 지금 기억에도 없었을 거다. 실제로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런던에서 직장 잡아서 살아가는 부러운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간접 경험으로 얻는 것은 내 삶이 아닌 결국 타인의 삶이고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 나는 그냥 이렇게 살 거라는 상대주의 식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우리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려면 욕망이 있어야 하고 그 욕망은 미래의 목표에서 흘러나온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가능했을 때 이지영 강사가 말한 미래를 그리는 책을 읽는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책으로 인생을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그리고 책이 최고의 수단이라고 하는 건 이견이 없지만 사람에 따라서 최선의 수단이 아닐수도 있다. 책도 결국 수단과 재료 중 하나일 뿐이다.
마치 책만 읽으면 다 잘될거라는 식의 김제동식 강연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어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면 아무도 인생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게 될 거다.
이렇게 적다보니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책은 읽어야 한다. 아무리 영상으로 대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우리 뇌가 활자로 인지하는 면은 다르기 때문이다. 뉴스가 있어도 신문이 사라지지 않듯이 직장인은 하루 10분만 책을 읽어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그 재료로 영상보다 책이 더 범위가 넓은 건 확실하기에 평소에 관심있는 분야는 영상만이 아닌 책으로도 접하는 것은 억지로 하더라도 좋은 거다.
나도 그렇게 책을 읽는 습관을 억지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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