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언어
모텐 H. 크리스티안센, 닉채터ㅣ이혜경 옮김ㅣwha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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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규정하는 본질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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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질서가 자생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은 생명 자체의 출현만큼이나 우리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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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언어라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은 무계획적이고 집합적인 우연의 산물이자 예상치 못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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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그 순간의 필요가 이룬 서툴고 무질서한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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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본질과 관련해 한 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오래된 사고방식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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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언어적 실마리들을 다양하고 유연하게 해석하는 일에 매우 능숙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든 늘 해석을 하는중이라는 사실을 자주, 완전히 망각한다. 또한 의미가 단어만으로도 어느 정도 '명확하게' 전달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의미는 주관적이어서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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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인의 현자 중 한명인 페리안드로스Periander의 명언처럼 "모든 것이 연습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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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하게 말하려면 학습과 연습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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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단순히 혼잣말들을 하나로 죽 연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차라리 언어는 파트너와 함께 즉흥적인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춤에서는 서로가 얼마나 빠르게 동작을 조율해가며 주고받는지가 중요하다. 언어 과학은 지금 아니면 사라질 병목 지점을 무시했듯 아주 최근까지도 대화가 춤과 같다는 사실을 무시해 왔다. 또한 언어를 마치 어둠을 향해 독백을 쏟아내던 햄릿처럼 어떠한 반응도 기대하지 않은 채 혼잣말을 하는 것인 양 다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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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말을 끝내고 다른 사람이 그 말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0.2초밖에 되지 않았다. 비교하자면 이 시간은 뇌가 아는 얼굴을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다. 또한 글로 쓰인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데는 0.5초가, 개처럼 낯익은 대상의 사진을 보고 명칭을 대는 데는 1초가 걸린다. 따라서 대화 중에 자신의 차례를 놓치지 않고 제때 시작할 수 있으려면 청자는 화자가 말을 심지어 끝내기도 전에 이미 말을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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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핵심은 본질적으로 쌍방향적이며 유동적이고 협력적이라는 데 있다. 언어라는 제스처 게임은 대화로 한바탕 멋지게 어우러지는 춤을 추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함께 힘을 모아 그때그때 하나씩 적시에 의미를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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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간의 조건을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해 보이는 단어들의 공통 본질을 알아내는 일은 플라톤 시대 이래로 중요한 철학적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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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이들은 엄청난 개념적 모순(살아 있는 동시에 죽은 장난감 곰처럼)이 존재함에도 일상적인 대화에서라면 그러한 모순을 결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단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성인들의 의사소통에서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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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통째로 외운다고 해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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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의사소통을 하는 그 순간 발생했다 순식간에 사라진다(물론 의사소통의 대상이 생소한 경우에 그렇다). 그러나 의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척될 수 있다. 무수한 의사소통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은 매 순간 제멋대로 형성되는 의미들에 서서히 질서를 부여하며, 단어가 사용되는 방식을 다듬고 수정해서 재조직한다. 그리고 비유 덕분에 단어의 의미는 시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 속에서도 존재하는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다. 여러 세대의 화자를 거치며 단어들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한때는 새들만 했던 '트윗tweet'을 이제는 사람들도 한다), 무수한 패턴을 새로 창조하기도 하고 타파하기도 한다. 그 결과 집합적인 통찰이 모여 하나의 태피스트리가 완성된다. 피상적이고 모순적이지만 그럼에도 엄청나게 유용한 이 관례들의 집합은 심원한 과학적 혹은 철학적 이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의 대화를 통해 실제로 전달하고 싶어 하는 의미에 의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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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기 비트겐슈타인조차 다음과 같은 유명한 주장을 남겼다. "적어도 할 말이 있다면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 침묵해야 한다." 이 엄격한 관점 덕분에 정연한 논리 언어는 말할 수 있는 것과 생각할 수 있는 것의 윤곽과 경계를 명시하는 지성계의 중추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이러한 관점에 따른다면 즉흥적인 제스처 게임으로서의 언어라는 개념만큼 인간의 언어에 해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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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언어심리학자 스티브 핑커가 지적하듯이 "사람들은 영어로, 혹은 중국어나 아파치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에 사람들은 사고 언어로 생각한다. 또한 이 사고 언어는 실제 음성 언어들에서 볼 수 있는 기발함과 특이함이 없으며, 가능한 한 쉽게 추론하도록 설계된 정밀하고 논리적인 언어라고 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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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뉴스 진행자 좀 험프리스John Humphrs는 걱정이 많다. 그는 사람들이 '정크 워드'를 먹어대는 바람에 '언어 비만'이라 부르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며 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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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엘 존슨 박사는 1755년에 출판한 유명한 《영어 사전》 서문에서 "권력의 부패만큼이나 언어의 퇴보도 자연스러운 경향이다"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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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세월이 풍상을 겪고 부정확한 말이 쌓이면서 언어의 완전성이 끊임없이 부식되고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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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변한다는 것은 언어가 살아 있다는 표지이며, '살아 있는' 언어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언어 사용자들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것이 무엇이건 더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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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복잡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더 흰개미와 닮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흰개미의 행동처럼 우리의 개별적이고도 순간적인 생각가과 반응, 선택도 제각각으로 보이지만 거대한 춤 속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춤이야말로 우리의 집합적인 창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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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 집처럼 언어도, 또한 사회 규범과 경제적 연결망도 순식간에 완전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복잡성은 역사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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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쇠락'이 아닌 '변태'의 지속적인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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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가 보기에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 개개인은 명확한 가르침이나 도움 없이 그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서 추상적인 문법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도 맨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 즉 모든 아이는 작은 언어학자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특정 언어의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패턴을 조각조각끼워 맞추려 애쓴다. 촘스키에게는 이 패턴에 통달하는 것이 곧 언어 학습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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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언어를 생물학의 일부가 아닌 문화의 일부로 바라보는 이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언어의 복잡성이 음악, 예술, 기술, 사회 규범의 복잡성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언어는 유전자속의 청사진이나 뇌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독창성이 수천 년간 축적되며 만들어진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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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석에 따르면 대화 언어의 약 절반이 진부한 언어적 표현과 패턴을 재조합하고 약간 변형한 것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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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의사소통 패턴은 처음에는 유동적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더 안정되고 더 관례화되면서 많은 경우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되어버린다. 이는 자생적 질서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처음에는 뒤죽박죽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특정 패턴이 출현한다. 관례화의 증가는 언어의 모든 면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대개는 일방통행식이다. 관례는 점점 더 굳어지면 굳어졌지, 결코 유연해지지 않는다. 제스처 게임을 할 때처럼 똑같은 의사소통 과제를 여러차례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우리의 행동은 점차 표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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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즉 언어는 소리와 단어의 변화, 문법화를 비롯한 많은 요소가 수십, 수백 년 그리고 수천 년에 걸쳐 끊임없이 중첩된 결과물이다. 그러한 반복적인 축척과 쇄신의 결과, 언어는 질서정연하면서도 유쾌할 정도로 변덕스러울 뿐만 아니라 시, 법률, 과학 등 인간의 경험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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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가 무너진다고 혼돈이 오지는 않는다(문법 문제로 잔소리를 늘어놓는 험프리스나 스위프트 같은 사람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대신에, 언어의 질서는 혼돈에서 나온다. 그래서 언어는 부분적으로 불완전하지만, 그로 인해 근사한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집합적으로 창조한 언어는, 쉽게 배우고 만들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전달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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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유기체 역시 살아남으려면 인간 숙주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언어가 뇌를 모양 짓는 것이 아니라, 뇌가 언어를 모양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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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촘스키는 언어의 생물학적 토대가 핑거와 블룸의 주장처럼 점전적인 자연선택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라 십만 년 전의 한 인간에게 어느 순간 발생한 돌연변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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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촘스키의 핵심 논점은 인간의 언어 사용 능력이 진화 과정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단숨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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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FOXP2는 결코 언어 유전자가 아니다. FOXP2 유전자는 범용 뇌 회로 발달에 일익을 담당하며, 그러한 회로가 여러 가지 학습 중에서도 특히 언어에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 언어 장애는 명칭과는 다르게 단순히 언어에만 국한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SLI는 연쇄 정보 학습을 비롯한 다른 비언어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발달상의 결핍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언어를 사용하는 데 보내기 때문에 언어적 결핍이 훨씬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SLI는 언어가 선택적으로 손상될 수 있는 고립된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언어 능력을 뒷받침하는 많은 능력 중 일부라도 훼손된다면 언어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언어가 연쇄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을 비롯한 기존의 뇌 메커니즘들에 편승해 진화해 왔다고 가정했을 때 예견할 수 있는 것과 정확히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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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울 때 어린아이들의 뇌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언어 '기관'에 의지하지 않는다. 대신에 발달 과정에 있는 뇌는 언어가 출현하기 전부터 이미 발달된 신경 회로들을 동원하고 용도를 변경하는데, 이때 신경회로들은 연쇄적인 복잡 행동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관여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유전자는 일익을 담당한다. 하지만 언어에 특화된 방식으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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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언어 영역들'이 우리의 유전자 속에 이미 프로그램회되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뇌에서 생겨나겠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언어 자체가 아니라 언어와 밀접하게 연관된 또 다른 문화적 진화의 산물, 즉 문해력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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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는 적어도 5천 5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인간의 역사에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전체 인구 중 극소수의 전유물이었다. 지난 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문해력 향상이 이루어졌다. 이는 읽고 쓰는 능력이 진화 발생 과정의 하나인 생물학적 적응을 거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선택적 압력이 우리의 유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문해력이 문화적으로 진화된 능력이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문해력이 언어와 마찬가지로 필요에 의해 기존의 뇌 메커니즘에 편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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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문화적 산물이며, 우리가 읽기를 배움에 따라 서서히 분명한 모습을 갖추는 뇌의 특정 영역에 의해 뒷받침된다. 언어 역시 문화적으로 진화된 하나의 능력이다. 언어 기능에 특화된 기존 신경 기관에 의지해 말하기나 수어를 배울 때, 우리는 비로소 언어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리즈 베이츠가 아주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모든 어린아이는 낡은 부품들로 언어라는 새로운 기계를 조립하고 재구성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고 내용을 흡수해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허나 요즘 사람들은 그냥 책만 읽는다. 활자만 눈으로 훑는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는 의미는 없다.
난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문장만이라도 기억해서 그걸 내 삶으로 끌어들여 적용시키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내가 읽는 책의 중요한 부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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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익숙한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함함으로써 우리가 새로운 문장을 발음하고 이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 방식의 하나인 합성성* 현상에 관심이 있었다. 합성성 덕분에 "우리는 보라색 줄무늬의 오렌지 삼각형이 달 위로 뛰어오른다" 같은 생소한 문장에 대응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우리는 '오렌지'와 '삼각형', '뛰어오다' 등의 의미와 이단어들이 어떻게 구문으로 연결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서로 다른 형태소가 하나의 복합 어휘로 결합되거나 복잡한 표현들의 의미가 단순한 표현들의 의미의 합으로 결정되는 특징으로 세계 대부분의 언어에서 매우 생산적인 조어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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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언어 학습이 가능한 것은 문화적 진화 덕분이다. 문화적 진화를 통해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노출되기만 한다면 접근 가능한 언어적 포컬 포인트가 창출됨으로써 언어는 C-학습에 적합하도록 변화한다. 진화 생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유명한 표현을 적용해 달리 말하자면, "언어 학습은 문화적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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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언어 구사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린아이들은 최소 1만 시간 동안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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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의 반복적인 대화 경험 덕분에 우리는 듣는 동안 입력된 소리들을 재빠르게 청크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고, 또 말할 때는 청크들을 적시에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언어 학습에 중요한 것은 연습에 연습, 그리고 더 많은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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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부조를 받는 가정에서 성장한 어린아이는 세 살이 끝날 무렵이면 평균 약 1천 3백만 개의 단어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 가정의 어린아이는 공적 부조를 받는 가정의 어린아이보다 세 배나 더 많은 4천 5백만 단어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결국 네 살이 되는 시점의 저소득 가정 어린아이들은 고속득 가정의 동년배 아이보다 3천만 단어를 덜듣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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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자녀가 저소득층 자녀보다 단어를 두 배 이상 많이 알고 있었다. 아동기의 단어 노출량은 성인이 된 이후 어휘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언어 투입에서의 불균형은 '3천만 단어 격차'로 불리며 경종을 울렸다. 그 후 이 연구는 학계와 정책 입안자, 교육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으며,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어휘 격차를 메우려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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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수의 가정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단어를 듣느냐의 문제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며 개별 가정 간에 차이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하트와 리슬리가 조사한 가정들이 소득 분포의 양극단을 대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3천만 단어 격차는 소득 수준 상위 2퍼센트와 하위 2퍼센트 가정을 비교할 때만 유의미하다고 결론지어졌다. 하지만 네 살을 기준으로 고소득 가정 아이와 저소득 가정 아이 간에는 4백만 격차는 심지어 2019년 민주당 경선에서 언급되기도 했는데,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조 바이든은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자녀들에게 단어를 들려주십시오. 가난한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빈곤이라는 가정환경 탓에 필시 (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 이미 4백만 단어를 적게 들은 상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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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 게임으로서의 언어라는 관점은,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비디오로부터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만 새로운 단어를 배운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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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에 자녀와 함께 짧은 시간 동안 적극적이고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눌 시간대가 하루 중 언제인지를 찾아야 한다. 양이 아니라 질이 관건이다. 분출하듯 이루어지는 집중적인 언어적 상호작용 시간대를 하루 중 여기저기에 배치해야 한다. 식사 시간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목욕 시간을 비롯해서 자녀와 함께하는 다른 순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장보기 같은 일상적인 일도 우리가 무엇을 살 것인지, 그것이 어떤 용도이며 사용법이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자녀와 나누기 위한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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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린아이들을 데려올 수는 있지만, 조용히 시키라"라는 오래된 속담을 완전히 없애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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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우리와 함께 태어나서 함께 소멸하는 우리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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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제 해석한 언어에 의지해서 오늘의 언어를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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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우리의 언어 능력이 지닌 엄청난 '탄력성'과 '유연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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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은 세포핵이 없는 원시 단세포 유기체, 고세균류의 화학적 신호에서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거의 생명의 출현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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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질 때 짝짓기 성공률도 실제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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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는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구 안에 같은 유형의 구를 삽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재귀야말로 언어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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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국민 국가가 형성되면서 국어가 공식적으로 지정되자. 다른 언어들은 대부분 낮은 지위의 방언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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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전 세계 언어는 대부분 열대 지방에 분포하는가? 행동과학자 대니얼 네틀은 이러한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가 열대 지방의 작물 재배 기간이 더 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 지역들에 사는 사람들은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더 자급자족적이다. 상대적으로 재배 기간이 짧은 온대와 한랭 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흉작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지리적으로 더 넓은 지역의 이웃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공동 언어를 갖는 것이 그러한 사회적 약속을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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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저 덴마크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언어이자 덴마크 문화의 중추적 요소인 안락함, 단란함, 웰빙 같은 느낌을 일컫는 '휘게'라는 단어의 발상지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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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모텐의 덴마크어 수수께끼 연구 그룹은 불명확한 덴마크 소리 구조가 어린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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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어는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덴마크인들은 자신들이 듣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르웨이어 같은 다른 언어의 화자보다 배경 지식과 현재 상황, 앞선 대화가 주는 맥락 정보에 훨씬 더 많이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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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 게임의 성공은 의미를 전달하는 행위자의 흉내를 내는 능력에 좌우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행위자가 전달한 (이따금 과장된) 실마리들을 해석하는 청중의 능력도 중요하다. 사람마다 킹콩을 흉내 내는 방법은 각가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의사소통적 창조성과 창의력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언어도 다르지 않다. 청자는 화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한다. 화자는 자신이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반면에 청자는 발화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자신이 화자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 이전에 들은 말, 세상 일반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언어를 자신만의 언어로 제각각 독특하게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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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 가능하려면 언어들이 대략이나마 서로 조정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정은 문화적 진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상호 이해에 기반한다. 또한 앞 장들에서 논의했듯이 우리는 모두 속한 공동체의 앞선 화자 세대가 우리처럼 단서를 해석하며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는 중이다. 따라서 약 20억 명에 달하는(원어민을 비롯해 제 2언어 학습자를 포함하는) 영어 화자는 20억개의 다른 영어를 말하는 것과 같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영어는 우리가 대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른 언어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즉 모든 사람은 자신이 아는 언어(들)에 자신만의 몫을 가진다. 언어 공동체에 안에서는 가까울수록 좋다. 하지만 우리에게 창의적 해석 능력이 있는 한 간극을 메울 충분한 힘이 있다. 우리가 쿡 선장의 선원들과 하우시족의 조우를 통해 살펴봤듯이, 의사소통 빙산의 잠긴 부분이 가진 표현 능력 덕분에 우리는 빙신의 언어적 일각이 전무한 상황에서 조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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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제스처 게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내재된, 선천적인 소통의 욕구가 언어의 근본적인 유연성과 결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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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뛰어난 뇌 능력의 소유자와 평범한 사람을, 혹은 범죄자와 선량한 사람을 구분할 만한 뚜렷한 특징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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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크기와 지능 간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행동의 복잡성과는 무관하게, 몸집이 큰 동물은 뇌와 신경계 역시 큰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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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년 전, 혹은 300만 년 전에 인간의 뇌에는 무언가 엄청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인간의 뇌는 절대적 크기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신체 크기와 관련한 상대적 크기가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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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조직은 같은 무게의 일반적인 신체 조직보다 아홉 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신체 전체로 보면, 뇌는 우리 몸의 에너지 지출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하며 (· · · · · ·) 따라서 아마도 요리법의 발명으로 음식을 더 쉽게 소화하게 되면서 소화 활동이 덜 필요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남은 에너지를 더 큰 뇌를 돌리는 데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 · · · ·) 규모가 큰 집단에 속한 영장류일리수록 더 큰 뇌를 가졌는데 집단이 클수록 이해하고 상호작용해야 할 다른 사회 구성원이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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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유전자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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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언어는 뇌에 의해 형성된다. 즉 뇌가 언어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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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삶의 패턴에서 점점 더 중심에 놓이게 된다. (· · · · · ·)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풍부한 문화가 뇌의 영리함이 보편화되도록 장려한다. 새로운 복잡한 도구, 종교적 관행, 사회적 규범 등 배워야 할 문화적 요소들이 갑자기 엄청나게 증가한다. 복잡한 문화에서 개인의 성공은 신체적 강건함이나 위용보다는 영리함에 더 많이 좌우된다. 그러면 이번에는 누구보다 영리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풍부한 제스처 게임 수행 능력과 더 복잡한 언어, 더 정교한 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순환이 문화-뇌의 공동 진화 과정에서 씨앗 역할을 하고, 그 과정의 끝에 현생 인류가 출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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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 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원하는 것과 줄 수 있는 것, 당신들에게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집단 간 거래는 제스처 게임을 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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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간의 문화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면을 지탱하는 것 같다. 따라서 제스처 게임을 하는 행위, 그리고 제스처 게임에서 비롯된 언어가 문화 발달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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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기들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추동력은 상대방의 관심을 끌고, 외부 세계의 상태를 묘사하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의사소통적 욕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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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과 협력적으로 의사소통한다. 그들은 제스처와 표정, 소리 등 온갖 방식을 동원해 자발적으로 놀이하듯 의사소통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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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 게임들은 층층이 서로 쌓이면서 여러 세대에 걸친 문법화와 자생적 질서라는 힘의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경이로운 복잡성을 자랑하는 전 세계 7천여 개의 언어를 점진적으로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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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들을 문화적 진화를 통해 발전한다. 반면 동물의 신호체계는 개미의 페로몬 흔적에서 꿀벌의 8자형 춤에 이르기까지, 오징어의 시각적 과시에서 긴꼬리원숭이의 경보음 소리에 이르기까지 유전적으로 부호화되어 종 내부에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그러한 신호체계가 문화적 진화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느린 생물학적 진화 메커니즘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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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인원들에게 의사소통 체계의 문화적 진화는 일어날 수 없다. 인간과는 다르게 유인원들은 서로의 발자취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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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에 우리의 커다랗고 독특하며 영리한 뇌는 의사소통과는 전혀 무관한 어떤 이유들로 출현한 것이 된다. 이 가설대로라면 지능이 먼저 발달한 다음에 순전히 그 부산물로 제스처 게임 능력이 나타나며, 그 능력으로부터 의사소통과 문화적 진화가 발생하고 전 세계 언어들이 집합적으로 창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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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진화 과정을 탄생시켰다. 유전자의 진화가 아닌 문화의 진화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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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지식의 축척과 저장, 전달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문화와 사회가 거의 모든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그로 인해 한층 더 정밀한 전문지식, 규범, 합의가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노동, 거래, 신념체계, 헌법, 의례, 복잡한 법체계 간의 분업을 갖춘 방대하고 정교한 사회가 출현한다. 언어가 출현한 이래로 문화는 유전학과 함께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현재 그러한 변화 과정은 수학, 과학, 공학, 컴퓨터, 인터넷 등등에 의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더해, 언어는 훨씬 더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 정신 사이에 의사소통적 연결 고리를 제공함으로써, 언어는 우리의 집단 사고 능력을 근본적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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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탈어 사용자들은 '모든 것을 탁자 왼쪽에 놓아두도록 하자'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왼쪽'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어 사용자들은 (탁자가 평평하고 주변 풍경이 오르막이라고 해서) '물건들을 탁자 오르막 끝에 놓아두도록 하자'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쪽은 모두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언어를 학습할 수도 있다. 언어는 감옥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세상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분야 (과학, 기술, 음악, 종교를 포함한 다른 어떤 주제든)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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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어내는 제스처게임은 의사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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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피어-워프 가설이라 불리는 언어적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언어의 차이가 화자 공동체의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심지어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까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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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할 정도로 유연하며 유용한 언어라는 도구는 기존 도구로부터 새로운 대상과 도구를 끊임없이 창조한다. 우리가 가진 언어라는 도구 모음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바를 제한하지 않는다. 언어는 표현하기에 쉬운지 아니면 조금 어려운지에 영향을 줄 뿐이다. 언어는 어떤 사고가 자연스러운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어떤 사고가 가능한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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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하나의 체계인 한, 단어와 구문의 유용성은 독자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언어의 여러 다른 요소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 주된 이유는 그러한 요소들이 언어 체계에 유용한 역할을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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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를 연결한다. 언어가 있기에, 우리는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다툴 수 있으며 비판하고 검증할 수 있다. 또한 언어 덕분에 나쁜 생각은 꺾어버리고 좋은 생각은 북돋을 수 있다. 더욱이 언어는 문화와 사회의 발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추상적인 사고(수학, 과학, 기술, 법률을 비롯한 어떤 분야의 지식이든)를 뒷받침한다.
언어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리처드 도킨스의 비유를 사용하자면,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 같아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강력하고 무작위적인 변이와 선택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을 구축한다. 하지만 언어가 존재하는 덕분에, '눈이 보이는' 시계공들의 온전한 공동체는 인간의 문화를 점진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집단 지성을 활용해 지식과 기술, 사회적 복잡성을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창조할 수 있다.
인간이 지구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은 바로 언어적 제스처 게임의 발명 덕분이자 언어적 제스처 게임이 촉발한 언어, 문화, 뇌의 선순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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