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ㅣ조지 오웰
도정일 옮김ㅣ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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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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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쪽의 번영이 곧 다른 쪽의 번영이기도 하다 따위의 말을 인간들이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마시오. 그건 모두 거짓말이오. 인간은 인간 말고는 그 어떤 동물의 이익에도 봉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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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좋은 인간은 죽은 인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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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아요." 스퀄러가 말을 계속했다. "충성과 복종이 더 중요합니다.(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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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일국의 지도 원리는 "자유와 행복은 양립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은 '행복'했지만 어리석게도 '자유'를 요구했다가 황야로 쫓겨나지 않았던가? 이제 단일국은 인간의 자유를 제거함으로써 행복을 되찾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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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 활동할 수 있는 날까지 나는 계속 산문 형식에 강한 집착을 가질 것이고 지구의 표면을 계속 사랑할 것이며 단단한 것들과 쓸모없어 뵈는 정보에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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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개성을 끊임없이 지워 없애려 노력하지 않고서는 읽을 만한 책을 쓸 수 없다는 것 또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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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satire)는 무엇보다 당대성의 서사 장르이다. 풍자가 물어뜯고 비꼬고 우스갯감으로 만드는 것은 그 풍자가 생산되어 나온 당대 사회의 실존 인물, 사회 환경과 제도, 이데올로기, 사건, 편견 같은 것들이다. 당대의 것들에 대한 비판, 공격, 희화화가 아니라면 풍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풍자는 동시에 약자의 서사이다. 이 약자는 권력보다는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하기 때문에 궁지로 몰리는 약자이다. 약자의 이야기이므로 풍자가 두들기는 대상은 권력을 쥔 부당한 강자, 지배 세력과 이데올로기, 지배적 제도와 관행이다.(영국 소설의 시조이자 풍자의 대가였던 대니엘 디포는 영국 교회와 왕당파의 핍박에 평생 시달린, 그래서 그 강자들을 향해 신랄한 풍자의 붓칼을 휘둘러야 했던 가난뱅이 청교도였고 「걸리버 여행기」로 영국 사회를 도마에 올린 조너선 스위프트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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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가 2600년 전의 산물이라 해서 지금 그 효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생산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면서도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 것이 우화이다. 이 흥미로운 이동성은 우화라는 이야기 형식이 다른 어떤 서사 장르보다도 더 많이, 강하게, 효과적으로 알레고리(allegory)라는 수사 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데서 크게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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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서의 「동물농장」은 풍자 형식에 의존하고 풍자로서의 「동물농장」 은 우화 형식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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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명에서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꿀 뿐 본질적 사회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그가 「동물농장」 에 싣고자 한 메시지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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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본명은 에릭 블레어(Eric Blair)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고 내용을 흡수해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허나 요즘 사람들은 그냥 책만 읽는다. 활자만 눈으로 훑는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는 의미는 없다.
난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문장만이라도 기억해서 그걸 내 삶으로 끌어들여 적용시키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내가 읽는 책의 중요한 부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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