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ㅣ문희경 옮김ㅣ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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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주도한다고 여기지만 대개는 장반대다. 우리가 놓인 상황, 특히 주의에 있는 사람들이 짐작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삶의거의 모든 영역에서 남에게 조종당한다. 타인은 우리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무엇을 먹고(그리고 얼마나 먹고) 누구에게 투표하고, 돈을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영향을 끼친다. 타인은 우리의 심리 상태, 곧 기본과 정서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 나아가 타인은 우리의 도덕과, 곧 선한 행동을 할지 악한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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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은 대부분 집단의 차원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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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액서터 대학교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마크 레빈Mark Levine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의 미덕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면, 낯선 사람이 부상을 당했을 때 리버플 셔츠나 일반 셔츠를 입은 사람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셔츠를 입은 사람을 도와줄 가능성이 세 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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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존재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우리를 훨씬 더 험한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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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향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관대하게 포용하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집단 성향에 의해 협상보다 공격을 택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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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립된 사람도 강렬한 사회적 유대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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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재정적 파산의 공포만큼이나 강렬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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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간 인간이 어떻게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적 영향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다. 사실 인간은 은둔자처럼 혼자 살아본 경험이 부족해서 사회적 영향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다(그리고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고립되어 산다고 해서 사회적 영향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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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호흡과 같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모방하는데, 모방하지 않는다면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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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피츠버그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21밀리초 만에 상대의 동작을 모방한다고 밝혀졌다. 인간이 평균 반응 속도-깜빡이는 불빛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가 그보다 10배 정도 느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모방은 결코 의식 수준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방은 원초적이고 선천적인 반응이다. 다시 말해서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엄마의 표정을 따라 하는 갓난 아기를 비롯해 모든 영장류에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사회적 만남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영상을 느린 그림으로 돌려보면 두 사람이 동작과 자세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발레처럼 우아해 보이고, 또 그렇게 보일수록 두 사람 사이에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헤르만스가 관찰했듯이 식사처럼 기계적으로 보이는 행동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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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았을 뿐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 행복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태 키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가 많은 사람이 당연히 더 행복하다고 여기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행복한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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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염성이 강한 감정은 솔직한 감정이다. 본능에서 나오는 거침없는 감정은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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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아일랜드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콜센터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상담원은 동료들과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었다. 펜틀런드는 "직장에서 유능하고 생산적으로 일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가 주로 회사 휴게실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실적이 좋은 부서에는 활기찬 분위기-말 그대로 왁자지껄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여기서 핵심은 직원들이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있다. ( · · · · · · ) 좋은 팀을 꾸리려면 구성원을 선발할 때 각자의 두뇌나 실적이 아니라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봐야 하며 성공적인 의사소통 양식을 따르게끔 이끌어야 한다." 펜틀런드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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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9 ·11 테러가 일어난 뒤 1년 동안 많은 미국인이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믿고 비행기 대신 자동차로 여행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에 자동차 사고로 1600명이 더 사망했는데, 이는 비행기 납치로 죽은 희생자의 6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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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확률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우리는 언론에 노출되기에는 충분히 이성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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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켈레는 한번 뿌리내린 생각과 감정은 '미생물'처럼 퍼져나갈 수 있으므로 모든 군중은 반드시 병적이고 악한 성향을 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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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를 중단한 자동장치가 된다. 게다가 이런 개인이 조직된 군중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문명의 사다리를 몇 계단 내려간다. 사람은 혼자 떨어져 있으면 교양 있는 개인이 될 수 있지만, 군중 속에 있으면 야만인이 되고 · · · · · · 모래밭에서 다른 모래 알갱이들 틈에 섞인 모래 한 알로서 바람이 부는 대로 흩날리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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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개성화 이론이란 개인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면 자의식을 잃고 소심한 태도를 벗어던진 나머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다는 이론이다. 1969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에 따르면, 몰개성화 이론은 사람들이 왜 신분을 감출 수 있을 때 더 공격적으로 변하는지를 설명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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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서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 스톳은 실험실 실험보다 현장 연구를 선호하여 학계에서 "엄청난 홀대"를 받았다고 말한다. 다수의 영향력 있는 심리학 학술지-논문에 실리면 다른 학자들에 의해 자주 인용되는 학술지-는 실험실에서 실시하지 않은 연구를 실어주지 않기 때문에, 스톳으로서는 연구비를 확보하는 데 요구되는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고 내용을 흡수해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허나 요즘 사람들은 그냥 책만 읽는다. 활자만 눈으로 훑는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는 의미는 없다.
난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문장만이라도 기억해서 그걸 내 삶으로 끌어들여 적용시키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내가 읽는 책의 중요한 부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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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단의 협동심이 발동한 뒤에는 따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처신일 수 있다. 드루어리의 연구 결과 중 하나는, 비상사태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경쟁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서 모든 이의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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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군중 속에서만 접촉의 공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1960년 불가리아의 지성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가 한 말이다. "군중 속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차이가 중요하지 않고,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 나를 떠미는 누군가는 나 자신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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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심리적인 힘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때는 영국에서 가장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사람들조차 화기애애한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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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탐험가 에릭 라르센Eric Larsen은 스트라우드와 파인스가 계속 함께 탐험하는 이유는 단지 "다른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것보다 그나마 서로를 덜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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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인스에게 그의 팀원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가까이 붙어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서로를 자기 아내처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아내와 잘 지내는 데는 두 가지 규칙이 있어요. 첫째, 아내가 항상 자기 뜻대로 한다고 생각하게 해줘야 합니다. 둘째, 아내가 항상 자기 뜻대로 하게 해줘야 합니다. 질문에 답이 됐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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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는 제일 먼저이거나 제일 빠르거나 제일 유별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탐험가가 활동하는 극한 환경에서는 혼자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가 드물다. 탐험가는 팀의 일원으로 움직일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활동해야 하고,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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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 스티븐스는 스스로 해낸 일을 돌아보면서 에베레스트의 경험과 거기에서 느낀 강렬한 유대감 덕분에 그 뒤로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전에는 내가 철저히 독립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전부 착각이었다. 내 삶은 친구와 가족, 동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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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집력이 형성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구성원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내면의 힘이 강해져서-다른 모든 것을 놓치더라도 응집력을 지키려는 동기가 강하다. 그 결과 개인이 종종 집단의 합의를 위협할 만한 의견을 내거나 정보를 공유하기를 꺼린다.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지 않다가 실제로 아주 위험한 상활을 자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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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여행이란 그러잖아도 위험한 행동을 하기 쉬운 청소년이 또래와 몰려다니다 보면 더 과감하게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청소년이 특히 이런 현상에 취약한 이유는 친구들의 존중과 같은 사회적 보상에 높은 가치를 두고 부정적인 결과는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사회적 판단을 좇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은 필라델피아 템플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던스 스타인버그Laurence Steinberg의 실험실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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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에는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건강한 민주주의에는 반대 의견을 허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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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동조하지 않는 태도를 높이 사야 한다. 나는 미국의 정치 활동가이자 작가이자 자칭 잘못된 믿을을 타파하는 데 앞장서는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의 조언을 좋아한다. "애국심은 악당의 은신처일 때가 너무 많다. 반대와 반란, 전면적인 소동은 여전히 애국자의 진정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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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전투 역사가 S.L.A.마셜Marshall은 부대가 외해되어 소속 병사 한 명을 다른 부대에 배치하면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둘씩 짝을지어서 재배치하면 대체로 잘 싸우는 현상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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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가) 어느 누구보다 중요합니다. 전우가 죽으면 나도 죽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를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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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儀式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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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을 비난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악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도 없다. - 도스토옙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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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의 로르샤흐 검사, 곧 잉크 방울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보는 심리검사를 살펴본 심리학자들은 아이히만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지적인 척하는 사람이기는 해도 정신병자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다른 심리학자들은 아이히만이 "거의 모든 이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신이상과는 거리가 멀고 정상인에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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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는 가장 추악한 범죄는 주로 본래 악하게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고 무심히 저지른 범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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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은 우리 각자에게도 아이히만이 있고 적절한 조건만 주어지면 누구나 악인으로 추락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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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권위자로부터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어디까지 이행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밀그램의 실험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끝까지 이행하려고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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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그램은 평범한 사람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잔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으며, 특정한 조건이 주어지면 굴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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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을 사거나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신념을 숨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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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성격만으로는 도덕적 잣대가 얼마나 굳건한지 예측할 수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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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르도는 《루시퍼 이펙트》에서 이렇게 적는다.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적인 힘의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면 성격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시련의 장밖에서 스스로 어떻게 행동할 거라고 상상한 모습은 실제로 시련의 그물망에 걸릴 때 어떤 사람이 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전혀 비슷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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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 남들을 죽이는 일을 하도록 설득당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해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 일을 해왔는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 · · · · ·) 요컨대 과격화 과정에서 이념과 성별의 역할은 주로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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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대학교의 형사사법 교수 애덤 랭크포드Adam Lankford는 2013년의 저서 《순교라는 거짓 신화 The Myth of Martyrdom》에서 "자살 테러의 모든 행위가 자살의 정의에 들어맞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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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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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조정에 사회심리학을 활용한 선구자 허버트 켈먼Herbert Kelman은 "다수의, 아니 대다수의 고문 가해자는 가학적인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저 자기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끔찍한 사건은 대두분 평상시 마음이 예외적인 상황에 의해 왜곡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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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도록 설득당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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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너 부부는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도운 구조자들에 관한 연구에서 그들 다수가 연민과 공정성, 개인적인 책임 같은 기본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의무다." 구조자들 중 한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또 어떤 구조자는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밀그램은 복종 실험에서 실험자의 명령을 거부한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성향을 발견했다. 명령을 거부한 부류와 나머지 사람들 사이의 주된 차이는 그들 스스로를-실험자가 아니라-희생자에게 고통을 주는 주요 책임자로 간주한다는 데 있었다. 게다가 올리너 부부가 인터뷰한 사람들은-런던이 인터뷰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부모에게서 가치관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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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우브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에서 잉태된 이타심이다. 고통은 타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대신 마음을 열게 만들 수 있다. 남들이 내게 관심을 보여준다면 내면의 힘이 생기고, 과거는 현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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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저항조직을 이끌면서 나치로부터 수많은 유대인을 구조한 네덜란드의 전직 육군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언제나 나 자신을 대하듯이 사람들을 대해야 하며, 이것은 어려운 처치에 몰린 유대인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치의 악당에게도 해당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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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슬로는 이론적으로 누구나 이렇게 충만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2퍼센트 미만(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꼽았다)이라고 보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웅은 실제로 예외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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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언제나 실수로 영웅이 된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정직한 겁쟁이가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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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래럴프 파인스의 말을 빌리면, 겁쟁이조차 적절한 상황만 주어지면 놀라운 일을 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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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머 작가 윌 로저스Will Rogers의 말대로, 영웅은 지구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직업이다. 비해리는 이렇게 말한다. "다들 내가 빅토리아 십자 훈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나를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내 안의 악마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는 평범한 군인일 뿐이다. 눈을 감으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죽은 친구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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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람은 이 실험을 통해 권위주의 체제가 나타나는 것은 단지 사람들이 묵묵히 역할을 맡을 때가 아니라, 오직 주어진 역할에서 공범자와 연결될 가능성이 허용될 때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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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우브는 이런 견해를 고수한다. "사람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권위에 더 많이 의존한다. 그러면 한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면서 집단이 저지르는 일을 거스르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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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가 "철저한 무사유 無思惟, sheer thoughtlessness"라고 부르는 현상, 곧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적 판단과 성찰 능력을 중단하게 만드는 현상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올곧은 소수가 우리 사회를 악에서 구원해주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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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우리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라고 요구한다. 나는 이 일이 옳은 일이라서 하는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이 옳다고 느끼게 해줘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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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역학 관계는 우리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면서, 우리를 열심히 노력하도록 자극하기도 하고 우리를 도덕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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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커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정신과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발전시킨 핵심 주제는 우리의 인생관, 성격, 문화적 세계관, 신념체계, 도덕적 이해, 자아감과 소속감, 욕구, 희망, 꿈-모두 우리의 인간성을 특징짓는 요소-이 주로 불가피한 죽음을부정하려는 시도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베커는 인간은 본래 비뚤어진 존재라고 보았다. 우리는 한편으로 지성과 상상력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 자신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며 우리에게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를 찾는다. 또 한편으로 "인간은 벌레이자 벌레들의 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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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때로는 남이 희생을 치르든 말든 상관없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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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우리가 한 집단-축구팀이든 정당이든 종교든-에 동일시하는 태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이유와 사람이 두려움을 느낄 때 자기가 속한 집단에 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리고 경쟁 집단을 멸시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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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 쉬고 배설하는 고깃덩어리로서 결국 죽을 운명이고 궁극적으로 도마뱀이나 감자보다 낫지 않다는 노골적인 진실을 인식하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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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죽음을 생각하는 단계를 거친 판사들은 운좋게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판사들보다 보석금을 평균 9배나 높게 책정했다(455달러 대 50달러). 실존적인 고뇌가 깊을수록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가치관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범죄자를 처벌하려는 열망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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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11은 달랐다. 테러 공격이 미국인의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위협을 가한 탓에 정치적 파벌을 초월하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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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집단에 기반을 둔 유인원으로, 자기 집단의 구성원을 선호하고 외부인에게로 신중히 신뢰를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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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하버드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미국 전역에서 3만 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현저히 적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테면 시민들이 서로를 덜 신뢰하는 까닭에, 투표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기부하는 사람이 적었다. 퍼트넘은 이런 현상을 '터틀링turtling'이라고 하는데, 익숙한 대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불경기처럼 자원과 기회의 제약이 생길 때는 더 내부로 파고들어가 지역사회의 극단화가 더욱 심해지고 불신은 적대감으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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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족 화합의 핵심은 공동체 사이에서 서로 깊은 차원으로 관여하는 데 있다고 결론지었다. 두 집단이 서로 이웃지간이거나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협괴, 스포츠 클럽, 노동조합, 정당, 지역사회 단체, 학생회, 독서모임 등을 통해 서로 섞여야 한다. 공동체가 이런 차원으로 통합되면 정치 엘리트의 극단화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바시니는 설명한다. 이런 식으로 평화가 유지된다. 다시 말해 안정된 혼합 지역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서 시민 사회의 구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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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백은 이제껏 쓰인 모든 진실한 산문이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서로를 이해하면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게 된다. 어떤 사람을 잘 알면 결코 그 사람을 미워할 리가 없고 거의 언제나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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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이 보기에 관용을 향상시키려면 "부족사회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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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게 한 다음 지구온난화의 잠재적인 파국적 효과를 생각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지진과 같은 국지적 재난을 생각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보다 평화 구축과 외교에 대해 더 많이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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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는 인간 정서가 진화한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혜택을 누리던 시절에는 정서가 협동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정서의 주요 기능은 사회적 기능이다. 공포와 분노, 불안과 슬픔의 감정을 중재해서 적절한 감정인지 스스로 판단하게끔 도와주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얼마 후 이런 감정은 우리에게 왜곡된 자아 감각이나 지각의 균열이나 심각한 부조리를 전달한다. 혼자 너무 오래 지내면 우리의 사회생활을 조절하는 바로 그 장치(정서)가 우리를 압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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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사이의 모든 유대 가운데 "북극탐험대에서 형성된 유대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의 말을 빌리자면, 혼자 있는 고통을 뜻하는 외로움과 혼자 있는 기쁨을 뜻하는 고독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외로움은 내부로, 심한 비통으로, 우울증의 연장선으로 궤도를 그리는 데 반해서, 고독의 궤도는 외부로, 우주적 인식으로, 더 큰 자아가 감각으로 나아간다. 코톨드는 동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담고 고독의 궤도를 따라갔다. 그는 밀턴을 마음에 새겼다. "마음은 제자리에 있고, 그 안에서/천국이 지옥이 되고, 지옥이 천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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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소자의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주요 연구자 크레이그 해니Craig Haney는 일부 재소자가 교도관들에게 일부러 과격하게 맞서는 이유는 단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스스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 거칠게 행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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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감금은 끔찍하다. 영혼을 짓뭉개고 다른 어떤 학대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저항의지를 꺾는다. · · · · · · 이내 절망에 빠지며, 절망이야말로 막강한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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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은 면역 반응-다량의 스트레스 호르몬과 염증 반응-을 유발해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성적으로 외로운 사람은 혈압이 높아지고 감염과 질병에 더욱 취약해진다. 수면의 질도 나빠진다. 약물이나 알코올을 남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이런 변화에 정확히 어떤 생물학적 기계가 작용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유전자가 다양한 사회 환경적 조건에 따라 단백질을 다르게 발현시킨다고 밝혀낸 최근의 발견과 관계가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결과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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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카초포는,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관계의 질을 꼽는다. 페이스북 친구가 500명이나 돼도 외로울 수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 깊이 있는 소통에 대한 욕구가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진지한 소통에 굶주리면 시들어가고 반쪽짜리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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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코올중독자 갱생회 Alcoholics Anonymous의 모토를 빌려, 건강한 인간관계로 가는 길은 "항상 공사 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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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앵거스 매퀸Angus Macqueen은 이듬해에 BBC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광부 몇 명을 인터뷰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탄광 속에서 맺은 우정과 연대가 이제는 가족과 연결된 끈보다 더 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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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32명을 살해한 조승희는, 그를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고 사람들과 같이 있으 때 어색해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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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001년까지 학교 총기사건 15건을 조사한 다른 연구에서는 그중 13건에서 가해자가 배척당하거나 따돌림을당하거나 친구들에게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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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사회에서 떨어져나가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사람을 전혀 알아봐주지 않는 상태로 지내는 것만큼 사악한 처벌은 고안할 수 없으며, 그런 일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내가 들어설 때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거나 내가 말할 때 아무도 대꾸하지 않거나 내가 뭘 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내가 만나는 모두가 "나를 모른 체"하고 마치 내가 존재하지도 않는 양 행동한다면, 머지않아 일종의 분노와 무력한 절망이 내 속에서 차오른 나머지 아무리 잔혹한 신체적 고문에서도 오히려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신체적 고문이 아무리 가혹하다 해도, 아무한테도 주목받지 못하는 무가치한 느낌만큼 우리를 깊이 가라앉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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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타인과 소통하고 생존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를 구촉하도록" 진화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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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체로 타인에게서 분리되면 크게 약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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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실은 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연결을 맺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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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은 분명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자, 우리를 인간이라는 종으로 정의하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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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기억을 바탕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토대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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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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