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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ㅣ조지 오웰

_교문 밖 사색가 2024. 8. 28. 21:31

1984ㅣ조지 오웰

 

정화성 옮김ㅣ민음사

 


page 27
인간은 때에 따라서 의식적으로 증오의 대상을 바꿀 수 있다.
 
page 42
윈스턴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일기를 쓰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 위해서? 아니면 가상의 시대를 위해선가? 그의 앞에는 죽음이 아니라 무(無)가 있을 뿐이다.
 
page 52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것이 당의 슬로건이다.
 
page 66
오길비 동지라고 최근 전선에서 영웅적인 활동을 하다가 전사한 사람이었다. 빅 브라더는 일일 명령을 통해서, 초라한 신분의 하급 당원이면서도 본받을 만한 일생을 살다가 죽은 동지들의 명복을 빌어 주어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윈스턴은 오늘 오길비 동지의 명복을 빌어 주기로 했다. 사실 오길비 동지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몇 줄의 글과 두어 장의 모조 사신이면 얼마든지 그를 생존해 있는 인물로 만들 수 있었다.
 
page 69
윈스턴은 돌아섰다. 조사국에 근무하는 친구 사임이었다. 어쩌면 '친구'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친구란건 없고 동지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지들 중에서도 남보다 더 친한 동지가 있게 마련이다.
 
page 73
우리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있지. 말하자면 우리는 말을 뼈만 남도록 발라내고 있는 셈일세.
 
page 73
한 낱말에는 이미 그 자체에 반대로 말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네. 그래서 '좋은(good)'이라는 낱말을 예로 든다면, 그 반대말을 '안좋은(ungood)'이라고 하면 되지. 철자도 생판 다른 '나쁜(bad)'이란 말이 뭣 때문에 따로 필요하겠나? '안좋은'이란 말이면 충분하네. 모양은 비슷하지만 오히려 이게 다른 말보다 더 정확한 반대말이지. '좋은'이란 말의 뜻을 더 욱 강조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네. '탁월한(excellent)'이니 '훌륭한(splendid)'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는 말들이 수두록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넸는가? '더좋은(plusgood)'이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더욱더좋은(doubleplusgood)'이라고 하면 될 것이네.  
 

page 74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하게 만들 걸세. 그건 사상에 관련된 말 자체를 없애 버리면 되니까 간단하네. 앞으로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히 한낱말로 표현될 것이고, 그 뜻은 엄격하게 제한되며 다른 보조적인 뜻은 제거되어 잊히게 될 걸세. 

 
 

page 75 

세월이 흐를수록 낱말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의식의 폭도 좁아지게 되는 거지.

 
 
page 93
당은 성본능을 말살시키려고 애쓰는 가운데 말살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것을 왜곡하거나 추한 것으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윈스턴은 당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여자들에 관한 한 당의 노력은 웬만큼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page 95
성욕은 사상죄에 해당되었다. 그가 캐서린을 깨워서 만족스러운 성행위를 할 수 있었다하더라도, 그것은 자기 아내를 유혹한 죄를 짓는 셈이 되었다.
 
page 99
마치 아르헨티나의 초원에서 소를 방목하듯 내버려 두면, 그들은 자신들의 조상을 본받아 자신들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게 될 것이다.
 
page 101
당의 슬러건에 따르면 '노동자와 동물은 자유로운 존재'다.
 
page 103
그는 다시 손을 아래로 뻗어서 발목을 긁었다. 텔레스크린은 하루 종일 직직대며 오늘날의 국민은 오십 년 전 사람들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좋은 집에서 살고, 더 많은 오락을 즐기고, 더 오래 살고, 더 적게 일하고, 체구가 더 크고, 더 건강하고, 더 튼튼하고, 더 행복하고, 더 지성 있고,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증거를 대느라 귀가 따갑도록 통계 숫자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숫자들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증명되거나 반론이 제기된 적이 없었다. 당은 오늘날 성인 노동자의 40퍼센트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데 비해 혁명 이전에는 겨우 15퍼센트만이 그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아 사망률이 지금은 1000명당 160명이지만, 혁명 이전에는 300명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마치 두 개의 미지수를 가진 등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역사책에 쓰여 있는 모든 기록도 그렇지만, 그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 역시 순전한 환상일 수 있었다.
 
page 111
한때는 지구가 태양을 주위를 돈다고 믿는 사람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날엔 과거는 움직일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page 111
마치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두개골을 뚫고 들어와 머릿속을 강타함으로써 그의 신념을 위협하고 설득하여 그 자신의 판단으로 얻은 증거를 스스로 부인하게끔 압박하는 것 같았다. 결국 당은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라고 발표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만들 것이다.   
 
page 118
비록 복권이 인생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는 못 될지라도 삶의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는 있다고 믿는 노동자들이 수백만 명은 될 터였다. 복권은 그들의 즐거움인 동시에 그들을 어리석게 만드는 것이었고, 진통제이면서 지적인 자극제였다. 간신히 능히 쓸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복권에 관련된 복잡한 계산은 능히 할 줄 알았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의 기억이 맞는 다면서 우겨 댈 줄도 아는 것 같았다. 물론 개중에는 적중표나 예상표, 도는 행운의 부적 따위를 팔아서 생계를 잇는 족속들도 있었다. 윈스턴은 풍요부에서 담당하는 복권 발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그 당첨금의 대부분이 허위로 부풀려진 것이라는 사실쯤은 익히 알았다.(당원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당첨이 되더라도 실제로 지급받는 액수는 형편없이 적었다. 게다가 큰 액수의 당첨자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들이었다. 오세아니아의 각 지방 사이에는 실제적인 통신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을 조작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고 내용을 흡수해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허나 요즘 사람들은 그냥 책만 읽는다. 활자만 눈으로 훑는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는 의미는 없다. 
난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문장만이라도 기억해서 그걸 내 삶으로 끌어들여 적용시키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내가 읽는 책의 중요한 부분을 올려본다.

page 142
위기의 순간에 싸워야 할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육체라는 사실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page 184
그녀에게 있어서 현명한 것은 당의 규칙을 위반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일이었다.
 
page 195
99 다음에 100이란 숫자가 오듯, 공포 다음에는 예정된 죽음이 온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연기시킬 수는 있다. 반면에 이따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위로 앞당길 수도 있는 것이다.
 
page 245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어떤 형태의 변화가 일어날 가망성은 거의 없소. 우리는 죽음 몸이나 마찬가지요. 우리의 진정한 삶은 미래에 있소. 우리는 미래에 가서야 한줌의 먼지와 몇 조각의 뼈다귀로 변해 새로운 삶을 열 수 있는 거요. 그런데 그 미래의 삶이 언제쯤 열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소. 어쩌면 수천 년 후일지도 모르지요. 현재로서는 건전한 정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뿐이오. 우리는 집단행동을 할 수 없소.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개인에서 개인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 줄 수 있을 뿐이오. 사상경찰이 감시하고 있는 한 다른 방법이 없소.
 
page 263
만약 부가 일반적인 것이 되면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
 
page 276
훌륭한 책이란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page 278
유사 이래 본질적으로 똑같은 투쟁이 끊임없이 반복해서 일어났던 것은 바로 이처럼 저마다의 목표가 상충되었기 때문이다.
 
page 285
결국 문제는 교육에 달려 있다. 요컨대 명령을 내리는 지도층과 그 바로 밑에서 움직이는 방대한 대중 집단의 의식을 끊임없이 조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중의 의식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가벼운 영향만 줘도 조종된다.
 


page 330
세상에서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것은 없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도 없다. 절대로 없다. 윈스턴은 쓸 수 없게 된 왼팔을 부둥켜 잡은 채 마룻바닥에서 몸을 비틀며 몇 번이고 그 생각만 되풀이했다.   
 
page 342
 "과거는 구체적으로 공간에 존재하는 건가? 과거의 사건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어떤 확고한 객체의 세계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거는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거지?"
 "기록 속에 존재합니다. 과거는 기록되는 겁니다."
 "기록된다 · · · · · ·. 어디에?"
 "마음속에요. 인간의 기억 속에 기록됩니다."
 "기억 속이라 · · · · · ·, 좋아. 우리가, 즉 당이 모든 기록을 지배하고, 모든 기억을 지배한다면 · · · · · ·,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를 지배하는 것이 되겠군. 그렇지 않나?"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걸 어떻게 정지시킬 수 있습니까? 그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불가항력입니다. 기억을 어떻게 지배하겠습니까? 결국 당신들은 내 기억을 지배하지 못했습니다!"
 

page 342 
오직 자기 수양을 쌓은 자만이 실재를 볼 수 있는 거라네, 윈스턴. 자네는 실재란 객관적이고 외적이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실재의 본질을 자명한 것으로 믿고 있는 거지. 자네는 자신이 뭔가를 보고 있다고 여길 때, 다른 사람들도 자네가 보는 것과 똑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네. 그러나 윈스턴, 분명히 말해 두지만 실재는 외적인 것이 아닐세. 실재란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네.     

 

page 348

아무래도 인간은 사랑받기보다 이해받가를 더 바라는 것 같다.

 
 
page 360
"자네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밟아야 하네. 학습, 이해, 수용의 순서로 말일세. 이제 자네는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네." 
 
page 362
그는 오브라이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휜히 꿰뚫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은 자체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나약하고 비겁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수호할 수도 없거니와 진리와 접할 줄도 모른다. 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자기보다 강한 타인에 의해 통치되거나 체계적으로 기만당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당은 약자의 영원한 수호자이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며, 선을 구현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헌신적인 집단이다.   
 
page 364
윈스턴, 자네는 개인이란 하나의 세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하겠나? 세포의 쇠멸은 유기체의 활력을 의미하네. 손톱을 깎았다고 해서 자네가 죽는 건 아니잖은가?
 
page 364
우리는 권력을 신봉하는 성직자라네. 신은 권력 그 자체지. ( · · · · · · ) 개인은 오직 개인임을 포기할 때에만 권력을 갖게 되지. 
 
page 366
 "우리는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도 지배할 수 있네. 실재란 머릿속에 있지. 자네도 차츰 알게 될 걸세. 우리가 못하는 건 없네.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도, 공중을 날 수도 있지. 그 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네. 원한다면 비눗방울처럼 이 마루위를 둥둥 떠다닐 수도 있지. 당이 원하지 않으니까 안 하는 것뿐이네. 자연의 법칙에 대한 19세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만 하네. 우리는 자연의 법칙을 창조하지."   
 
page 366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하게. 지구의 나이는 우리와 같네. 우리보다 더 오래되지 않았단 말일세. 어떻게 더 오래될 수 있겠나? 인간의 의식을 통하지 않고는 그 어떤 것이든 존재할 수 없네." 
 
page 367
만약 인류가 멸종된다면 그때 지구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지. 내말은 인간을 떠나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걸세.
 
page 368
"진정한 권력, 우리가 밤낮으로 추구해야 하는 권력은 물질에 대한 권력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권력이야."
 
page 369
권력은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가 있지. 복종으로는 충분하지 않네.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권력자의 의사에 복종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주는 가운데 존재하는 걸세. 그리고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권력자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뜻어 맞추는 거라네.
 
page 385
모든 일은 마음에서 생긴다. 마음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진짜로 일어나는 것이다.
 
page 386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죽음이 켤코 예측한 순간에 닥쳐오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page 414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신어에는 아직도 'free(자유로운)'라는 낱말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말은 'This dog is free lice.(이 개에는 이가 없다.)'라든지 'This field is free from weeds.(이 밭에는 잡초가 없다.)'라는 식의 문장에만 사용될 수 있을 뿐, 'politically free(정치적으로 자유로운)'라든지 'intellectually free(지적으로 자유로운)'라는 옛날식 표현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정치적 · 지적 자유란 이제 더 이상 그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념이 없으면 낱말도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page 432
오웰 자신도 "만약 병이 그렇게 심하지만 않았다면 이 소설도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