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나짱살이 2024

나트랑 Day 35ㅣ30. Jul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7. 31. 01:46

나트랑 Day 35ㅣ30. July. 2024

 

인간사에서 법대로 하는 것이 가장 최악이다.

 

 

어제에 이어 밤 산책을 나섰다. 다른 골목으로 가보니 치킨 파는 집도 있어서 주문해 놓고 더 산책을 했다. 어떻게 보면 야간 산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구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운동을 갈 때 물을 챙기지 않아서 목이 말라 오랜만에 망고 스무디가 땡겼다. 하지만 이 동네는 관광객이 오지 않는 동네다 보니 밥집도 찾기 어려운 와중에 망고 스무디도 팔지 않았다. 그렇게 망고 스무디를 찾아서 지난번에 간 청년(?) 창업 카페까지 가게 되었다. 망고 스무디가 있냐고 물어보니 망고 요거트가 있다며 Same Same 하는 것이다. 당연히 같은 음료가 아닌 줄 알지만 나는 그냥 I will try it.라고 답을 했다. 참고로 나는 요거트 음료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무튼 나트랑 생활을 하다 보면 가게에 청소년 정도 되는 직원들이 일하는 것이 보인다.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 마치고 생활전선으로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외모가 어려 보인다고 해도 내가 본 그 많은 직원들이 전부 성인은 아닐 거다. 이걸 알고 보니 마음이 좀 너그러워지는 것이 있다.

어른이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대충의 실수는 그냥 웃으면서 넘기게 된다. 마음이 언잖은것도 아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넘기게 된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나트랑에서 '너그러움'이라는 감정을 사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내가 청소년 때는 알바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 법으로도 안되게 만들었을거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한국에서는 너그러움이라는 감정을 사용한 적이 없는 거 같다. 대충 넘어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건 너그러움이 아니다. 없던 일로 생각하기로 한 회피의 감정이다. 

 

청소년들을 일하게 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정한건 아무래도 어른들의 잘못이 크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세상은 윤리를 강화하는 대신 법으로 다스렸다. 그렇다 보니 내가 어른으로써 느껴야 하는 감정 하나가 사라지는 듯하다는 것을 나트랑에서 느끼게 된다. 너그러운 감정은 어른이 진짜 어른으로 되는 중요한 감정인데 그게 사라지는 시스템은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과거 입시에는 체력장이 적용이 되었다. 종목 중 하나가 1,500m 달리기를 하던 여고생이 사망을 했다. 그 사건 후 교육은 체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중요 과목으로 채택을 한게 아니라 체력장을 없애버림으로 해결했다.  

 

예전에는 선진국이라는 것이 좋은 시스템과 강한 군사력과 배고프지 않은 경제력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요즘 선진국이라고 느끼는 것은 사람이 법과 제도와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닌 도덕과 윤리와 인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너그러운 감정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철학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과 제도와 시스템으로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은 마치 서커스에서 동물들이 조련사에게 길들여지는 것과 같은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일을 하지 않으니 사회에 나온 성인들은 어른이 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게 되는 듯 하다. 젊을 때 터득을 못하니 나이가 들어서도 너그러움이 없다. 오직 규칙과 법으로만 따지게 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 어른이 노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윗물이 더럽지는 않더라도 맹물이기에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꼴이 되어버려서 아랫물도 그럴것이 뻔하다. 다 각자 알아서 사는 거라고 생각하며 모든 일을 다 규칙과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로는 너그러움을커녕 거의 모든 감정이 다 사라지는 세상이 될 거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사랑하다, 행복하다,라는 감정도 없다고 보고 있다. '사랑 = 돈, 행복 = 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감정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삶이 어려운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닐도 모른다. 어쩌면 감정이 없어서 힘들지도 모른다. 단어에 감정을 빼버리니 단어들이 다들 말라비틀어져 우리가 쓰는 언어가 의미가 사라져서 힘든 거다. 모든 얘기의 끝은 결국 돈이니까.

 

오늘 망고 요거트는 시원한 맛에 맛있게 먹었다. 가져온 물에는 벌레가 있었지만 망고 요거트로 해결했는데 굳이 다시 달라고 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 시작인 젊은 청년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자책을 하게 될지 모르는 감정은 주고 싶지 않아서다. 나트랑에서 대충 어른이 뭔지 좀 알게 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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