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나짱살이 2024

나쨩 Day 27ㅣ22. Jul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7. 23. 01:05

나쨩 Day 27ㅣ22. July. 2024

 

손해는 필요이상의 덕을 본 것에 대한 상쇄효과다. 단지 우리가 덕을 본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니 손해에 대한 의미를 모르니 싫어할 뿐이다.

 

 

오늘은 상태가 많이 호전이 된것을 아침부터 느꼈다. 그래서 정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수영장으로 향했다. 여차하면 수영을 안 하거나 상태 봐서 몸만 담그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직 몸이 좋지 않은 일행을 불러 수영장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일행은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수영을 평상시처럼 하고 돌아왔다.

 

왜 오전에 수영을 하면 성공한 인생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이 기분을 아주 좋아한다.

 

돌아와서는 먹을 것이 없으니 그냥 또 미음을 습관처럼 만들어서 먹었다. 김치와 먹기에는 맨밥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심심해서 계란 프라이도 만들어 먹었다. 위가 괜찮았다. 내친김에 점저는 짜파게티를 먹었다. 성공적이었다. 드디어 다 나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저녁(혹은 야식)은 라면에 계란을 풀어서 먹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때도 먹고 나서 몇 시간 뒤에 반응이 왔으니 아직은 좀 기다려볼 시간이다.

 

이번 장염 기간동안 방구석에서 산티아고 프랑스 순례길 2번을 갔다 왔고 포르투갈 포르투 길을 한 번 갔으며 오늘부터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하는 영상을 보고 있다. 리스본 출발은 잘 없는데 하나 올라온 것이 있어서 냉큼 버튼을 눌렀다. 지금 8일 차까지 봤는데 한 명도 만나는 사람이 없는 걸 보고 절대 리스본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식당까지 거의 문을 다 닫고 32km 길을 11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아무리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과거에는 이런 것을 다 소문으로 들었고 모르면 했고 믿지 않아도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하면 다시는 안한다고 하면서 마치 그 경험이 손해라고 느껴지는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세상은 이런 정보를 눈으로 보여주니 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과 생각의 차이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게 좋은 걸까? 베네치아에 가면 길을 잃어버니는 것이 좋다. 실제로 그런 말도 있다. 그래야 골목마다의 예쁨을 누리고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너무 좋은 세상에 정확한 정보로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리알토 다리는 구글 지도를 찾아가면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보던 것만 본다. 새로운 골목에 대한 놀라움은 즐길 수가 없다. 그래서 뇌는 신선한 기쁨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그것은 감정의 가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감정이 없으면 사용하는 언어가 줄어든다. 언어가 줄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협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협력하지 못하는 인간은 동물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손해를 나쁜거라고 생각하지만 손해의 감정도 필요하다. 좋은 감정만 느낀다는 것은 마약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중독이 되면 더 강한 좋은 감정만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끔 소강상태의 감정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의 과정 속에 가끔은 오히려 좋을 때도 있다. 베네치아에서 길을 잃을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 손해가 나중에 더 좋은 결실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일행은 피트니스 대회에 나갔다. 그런데 트레이너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대회에 출전했다. 미리 안것도 아니다. 그냥 당일날 오지 않았다. 그 썩은 기분으로 대회를 출전했지만 그 경험을 어필해서 런던에 있는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고 지금은 취업을 하기 위해서 회사 지원서류 필요한 문항 답변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손해를 극복한 역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손해는 손해가 아니다. 계속 발전하는 삶을 산다면 다 밑거름이 되는 자산인 것이다. 만약 손해가 손해로 남아 있다면 그건 우리 인생을 고인 물로 그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극복의 역사다. 극복되지 않은 역사는 잊히고 사라진다. 고인 물은 섞어서 사라지듯이 말이다.

 

이번 장염은 나의 나쨩 생활에 손해를 가져왔다. 하지만 집에서는 절대 보지 않았을 산티아고 순례길 영상을 챙겨봄으로써 마치 베네치아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즐거움도 느꼈다. 그리고 프랑스 길은 꼭 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리고 42일 생활에서 4일 정도의 일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장염 자체는 굳이 미래에 득이 될 손해는 아닌 거 같다. 다음부터는 중간에 라면을 먹는 실수는 범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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