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Day 151 런던살이ㅣ15. Jan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1. 16. 08:10

Day 151 런던살이ㅣ15. January. 2024

 

사촌 누나가 호주에서 5년이나 불법 체류를 하면서 악착같이 버티며 영어 공부를 한 이유를 알 거 같다. 사촌 누나는 돈 걱정 없이 산다.

 

 

내가 여기 와서 6개월 동안 쓴 돈이 아마 2,000만 원 정도가 될 거다. 왜 진작에 오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좋은 경험을 했다. 20대 때 와서 이런 경험을 했다면 인생이 진짜 바뀔 수 있는 아주 값진 경험이었다. 물론 지금도 인생을 바꾸려고 온건 맞다. 하지만 20대 때처럼 역동적으로 바뀔 건 아니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든 좀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계속해서 정진해 나간다는 방법밖에 없기에 그 원동력을 얻고 가는 경험이 된 것이다.

 

일행이 한국에서 과외 한 학생이 연락이 왔다. 자기 오빠가 한국 대학은 가망이 없다고 영국으로 학사를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단다. 돈이 있는 집은 이렇게 다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환경이 있는 곳으로 보낸다. 정말 돈을 이길 힘은 없는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사회 진출이 늦어졌으니 대학 졸업을 하고 바로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 일이라도 해서 시드 머니를 만들어서 세상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워홀이든 석사든 다시 학사든 말이다.

 

세상에 이런 정보는 차고 넘쳐난다. 하지만 다들 섣불리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러니 여행을 하라고 하는 거다. 그냥 사진 찍으러 오는 거 말고 사전조사 겸 오는 여행도 충분히 재밌다. 그리고 가치는 더 있다. 이 정도는 어떻게든 벌어서 와야 세상에 접근을 할 수 있는 거다. 600만 원이면 한 달 버틴다. 어떻게 잘하다 보면 한인민박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더 버틸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많이 봤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하려는데 부모님이 놀러나 다닐 때냐고 하거든 무시하고 해라. 그런 말에 죄책감 가지고 아무것도 못하다가는 부모님보다 못한 인생 살기 딱 적당해진다. 당신이 삶이 어려운 이유는 거의 부모님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변화가 아주 빠른 민족이라서 지금 부모들은 자식들이 살아갈 환경에 대해서 무지하다. 그러니 자기들 기준으로 자식들을 키우려고 해서 그것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컨트롤을 하려고 하니 당신들 인생이 힘든 거다. 

 

어차피 대학 졸업 후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지 못했다면 같은 방식으로 경쟁은 무의미하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만나 그 아래에서 헤매고 있으니 당연히 인생이 힘든 거다. 그러니 당신을 도와줄 힘 있는 지인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판단이 서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불효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인생에 덤벼들 필요가 있다. 돈이 좀 있는 부모님을 만났다면 더 불효를 저지른다는 생각으로 돈을 빌려서 세상을 알아봐라. 빠른 놈이 유리하기에 그런 거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와 함께 한다는 것은 불효가 필수로 동반된 삶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제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

 

일행의 전 과외 학생 오빠처럼 부모님이 트여있어서 서연고가 아니면 들어갈 의미가 없다고 빨리 판단하시고 유학을 바로 준비하는 부모를 둔 건 천운이다. 이제는 이런 애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애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데 아직도 하던 데로 하고 고등학교 때 습관으로 공부하며 상황에 맞는 행동이 뭔지도 몰라서 졸아서 살거나 아님 아닌 척하느라 센척하는 수준에서 살지 말고 차라리 더 세상을 알아갈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안에 갇혀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밖에 나와서 안의 구조를 들여다봐라. 나온 놈이 더 잘하는 건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덕을 보지 못해서 늦게 오는 사람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부모덕으로 오는 사람들은 어느 선에서 한계를 느낀다. 대체로 지구력이 부족하다. 나처럼 부모가 인생에 방해만 되는 인생을 헤치면서 살아오는 놈은 지구력이 좋다. 그러니 아직도 이렇게 살 수 있는 거다. 다만 나처럼 너무 늦게 오면 기회는 없다. 20대 때 봐야 할 것을 보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고 해야 할 것을 해라. 한국에서만 기회를 노리면 안 해도 되는 걸 한다고 하며 해야 할 것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느껴야 할 것을 못 느끼고 지나치게 되어 감정이 뭔지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세상에 나와서 아끼면서 버티는 것을 넘어서 구걸을 하면서 버텨라. 도와달라고 하면서 일거리를 찾고 세상을 구경해 봐라.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이고 한국에서 악착같이 사는 동기들과는 다른 강화 인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길을 찾게 된다.  

 

우리는 이제 너무 자기애가 강한 민족이 되었다. 내가 잘되려면 그 길이 무조건 꽃밭이라는 가정을 깔고 간다. 유학 준비하는 그 학생은 꽃밭일 수 있다. 하지만 발이 연약하면 작은 돌도 가시처럼 생각하고 쉽게 앞으로 전진하지 못할 거다. 잘 된다는 것은 가시밭, 꽃밭이라는 차이로 나눠지지 않는다. 길이 어떤 길이든 고통을 감수하고 가는 자의 것이다. 미리 알면 신발을 튼튼한 걸로 준비할 수 있고 그걸 진짜 구한 사람이 좀 수월할 뿐이다.

 

고통 없는 승리를 찾다가 평생 그 구역에서 앉은뱅이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고통 없는 승리를 찾기 위해서 괴로울 바에야 그냥 괴로움을 감수하고 경험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이 더 빠르다. 20대는 특히 더 말이다.

 

[bing] 삶을 직접 경험한 놈은 더 강해진다. 더 강한 놈이 더 잘 산다. 더 잘 사는 놈은 당당하다. 당당한 놈이 인격적이다. 인격을 아는 사람은 인간적이다.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은 행복하게 산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