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8 런던살이ㅣ02. January. 2024
완벽은 무엇을 넣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뺄지를 고민해야 완성이 된다.
31일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다 읽었고, 어제는 스티븐 호킹 영어 동화책을 다 읽었다. 두 책 모두 런던에 와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뜻깊은 책이었다. 자유론은 런던에 살면서 읽으니 좀 더 자유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잘 되었다. 여러 번 얘기하지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차들이 오는지 안 오는지를 따져서 건너는 방식을 통해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통한 자유와 효율성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런 법칙은 차들은 무조건 신호를 지킨다는 대명제하에 이행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베트남처럼 되는 것이다.
철하기 있고 없고로 인해서 3가지 국가의 형태가 나타난다.
법이 있는 자유와 법만 있는 국가와 법이 무시되는 자유 국가로 말이다. 법을 이해함으로써 자유를 존중하는 국가가 바로 영국인 거 같고, 사람의 의식을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법대로만 하라는 식의 국가는 우리나라 같으며, 법이 무시되는 자유를 누리는 국가가 바로 베트남 같다. 런던에 오기 전에 나트랑에 2주 동안 머물렀었는데 왕복 4차로를 건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차와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해서다. 신호등도 별 의미가 없다. 오토바이들이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역주행도 서슴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횡단보도는 거의 없다. 베트남은 런던에서 사람의 역할을 모터가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터들은 의식적이지 않다. 최소한 사람이 적당히 모인 상태에서 초록불이면 정지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억지로 사람이 건너려고 해야 마지못해 정지를 하기 때문이다. 일행은 거기에서 사이드 밀러에 손목을 부딪힌 적도 있다. 즉 베트남은 자유라고 보기보다는 무력에 의한 힘의 지배논리에 더 가깝다. 그래서 나는 베트남이 뜨고 있다고 해도 결국 어느 선에 무너질 거라고 확신한다. 철학이 없는 국가는 국민을 뭉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북한과 일본을 적으로 두면서 뭉치기는 했지만 지금은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적들도 약해지고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졌으니 뭉치지 못한다. 그러니 철학이 없는 국가는 그 성장이 한계가 있다. 더 문제는 내리막 길을 걸을 때는 서서히 되는 것이 아니라 붕괴가 된다는 점이 더 위험하다.
철학은 뼈대다. 국가 철학은 국가의 뼈대고, 개인의 철학은 개인의 뼈대다. 건설사 사장이 철학이 없어지면 순살 아파트가 만들어진다. 남들이 보기에 겉만 번지르르한 국가가 되고, 사람이 되고, 아파트가 된다는 뜻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국가처럼 보이고, 개인들은 돈만 번지르르하게 달고 다니면 사람처럼 보인다고 좋아하고, 아파트는 브랜드만 있으면 좋은 아파트라고 착각하고 산다. 다들 꿈속에서 깨기 싫어하는 거 같다.
철학이 있어야 동화책에서도 이혼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같다. 스티븐 호킹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혼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살짝 놀랐다. 이런 동화책에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넣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사는 세계를 알게 한다는 것은 공존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나는 부보님들이 이혼을 하지 않은 가정일지 몰라도 내 친구는 이혼한 가정일 수 있고 그래서 재혼한 가정일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피부색이 부모와 다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알게 하기 위해서 이혼과 재혼 이야기를 동화책에 넣었다는 것은 공존의 철학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판에 박힌 교훈만 들려줘야 한다는 것이 동화책이고 나쁜 사람은 다들 계모여야 하는 그래서 계모들은 다 나쁜 사람들로 묘사가 되어 이혼한 가정은 불쌍한 가정으로 만들어야 하고 최대한 결혼을 유지하는 가정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서양에도 오래된 동화는 계모가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 것은 있겠지만 오래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고 현대 동화에서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들 새해에는 뼈대를 만드는 한 해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 뼈대를 한 5년 동안 키우고 매 해 하나씩 추가하면 아마 정신이 바로 서는 느낌을 받게 될 거다. 그러면 꿈에서 깨어날 수 있게 된다. 일단 현실부터 똑바로 보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나이가 많아도 처음부터 해야 한다. 급하게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내가 지금 영어 공부를 아주 기초부터 차근히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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