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23 (18. Dec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2. 19. 09:18

런던살이 Day 123 (18. December. 2023)

 

개인은 사회적 존재를 벗어던졌는데 왜 삶의 방식은 사회적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손님 밀치고 "자리 비워!"…아이돌그룹, 에버랜드서 '갑질' 논란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가 에버랜드에서 다른 방문객의 입장을 막고 촬영을 진행하는 등 불편을 끼쳤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앞서 과잉 경호로 논란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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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몸이 좀 무거웠다. 내일 비소식도 있기도 하지만 일행들도 좀 그렇다고 했다. 아마 비슷한 피로를 느끼는 시기인 거 같다. 거기에 요즘 운동도 나름 증량을 해서 하는 것도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집에 있으려고 했으나 2틀이나 집에 있었고 내일 비소식에 오늘이라도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스타벅스에 갔다. 프림로즈 힐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이 될 정도로 피로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서 내가 영어가 좀 늘었구나.. 라고 느꼈다. 사람들 말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광고 메뉴판의 영어 철자도 똑바로 인식이 되었다. 영어에 대한 거부반응도 있지만 100% 문과 특유의 성질 때문에 영어 단어를 알파벳 하나하나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양처럼 통째로 인식하는 성질이 있어서 단어를 알아보는 것이 늦는데 오늘은 바로 인식이 되었다.
 
아무래도 공부 방법을 바꿔서 그런거 같다. 예전에는 문장을 통째로 읽어 나갔다면 지금은 단어를 하나하나씩 발음을 하는 연습을 하는데 이 방법이 연음에도 훨씬 효과적이고 ed 발음도 정확하게 연습을 할 수 있다. 발음 기호를 보기보다는 듣고 단어 자체를 보면서 발음 연습을 하기에 아무래도 읽기 연습도 함께 된 거 같다. 단어를 하나씩 한다고는 했지만 연음이 되는 구간까지는 단어를 하나씩 연결하면서도 연습을 한다.
 
사실 이전에는 이런 영어 알러지가 있었다고 생각조차 못했다. 오늘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니 예전에는 그랬었구나..라는 것을 느낀 거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안에 갇혀있으면 자신을 알지 못한다.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선 상태로 진입을 해서 과거의 자신을 봤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 안에 갇혀있으면 자신의 기준으로는 모두 다 맞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세상은 그런 세상으로 점점 변한다. 이 현상의 단점은 타인은 나의 기준으로 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밖으로 나오지 못해서 경험이 부족하니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몰라서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서로의 인생을 건드리지 않기로 암묵적 사회계약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우선시되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좋은 건 내가 먼저 해야 하는 거다. 내 인생에서는 내가 소중하기에 내가 여기 있음으로 내가 여기에서는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생각 없이 지껄이는 유행가 가사에 기대어 타인의 존재를 그냥 덩어리로 받아들이고 내가 먼저 하는 것이 당연한 거다.
 
공부 방법을 바꾸기 전에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랬던 거다. 하지만 바꾸고 나니 그 방법이 나에게는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방법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경험이다. 어쩌면 나처럼 초보 단계에서는 좋지 않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잘하게 되면 통째로 외워서 연습하는 방법이 맞을 수 있다. 그건 다음 경험으로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자신을 벗어난 경험을 해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 자기 성찰과 그 결과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무서운 거다. 
 
우리는 타인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타인의 인지로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거다. 이걸 모르고 무지성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 타인에게 잊힌다. 어쩌면 무지성적인 사람들은 이미 타인에게 존재감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게 무지성으로 변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그것밖에 없다는 본능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가족이라는 단위가 해체되면서 아무도 자신을 인지해주지 못하고 사회에서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도 어려우니 나름 새로운 방법을 찾은 존재들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타임머신이라는 영화에서 아주 먼 미래로 간 주인공은 괴물을 조우하는데 인간들에게 구조가 된다. 그리고 그 괴물도 한때 인간이었다고 한다. 지성을 버리고 괴물이 되었다고 했다. 사회의 발전과 핵가족의 시대와 사회적 존재감을 벗어난 개인적 존재감의 시대로 접어드는 세 가지 요소가 한데 뭉쳐지니 이런 무지성 인간들이 태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학자들이 아닌 영화를 통해서 소설가로부터 얻게 된다.  
 

* 백그라운드를 보면 한 때 사람이었던 괴물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