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20 (15. December. 2023)
뭐든 비교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수용은 되려 독약이 될 수 있다.
오늘은 하이드 파크에서 겨울에만 설치하여 개장하는 윈터 원더랜드에 갔다 왔다. 겨울에만 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라서 그런가 입장권도 2시간 단위로 팔았다. 우리는 6시~8시 사이에 입장하는 티켓을 끊었고 6시 조금 넘어서 도착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많았다. 입장만 한 30분 정도 걸렸던 거 같다. 그래도 빠른 움직임으로 점점 다가가니 견딜만했다.
일행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영국인을 많이 보는 거 같다고 했다. 실제로 거리에는 영국인들 집단을 잘 보지는 못한다. 거리는 늘 영국인 반 인도인 반 그런 느낌에 다른 민족이 약간 있는 느낌이라서 딱히 사람들로 인해서 여기가 영국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거의 백인들이 친구들과 함께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당연한 풍경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입장을 하니 조명이 우리를 반기고 그 길로 걸어 들어가니 어른들이 신나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95%가 어른들이었고 20~30대가 주를 이루는 모양새였다.
대한민국의 놀이공원은 접근성이 멀고, 아이들 위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접근성이 머니 굳이 20대 어른들이 억지로 가서 논다는 개념을 들먹이는 것도 억지스럽기도 하다. 그럴 바에야 예전에는 술약속을 잡아서 놀았지만 지금은 그냥 혼자가 되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는 시내 주요 지점에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놀이공원을 설치해서 운영한다. 그래서 접근성이 좋고 성인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문화 환경이 조성되었다.
놀이공원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며 놀 수 있는 식당도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이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가드에게 뺀치 먹고 돌아서는 모습도 귀엽게 보였다.
그곳이 유흥가였다면 여기 고등학생도 마찬가지구나..라고 생각했을 텐데 뭔가 좀 다르게 보였다. 양아치처럼 보이지도 않았기도 했으니 더 그랬다.
그렇게 우리는 적당히 배를 채우고 놀이기구를 타고 돌아왔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서울에는 접근성이 좋은 놀이공원이 있다. 하지만 런던처럼 성인들이 친구들과 함께 즐기러 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학생들과 연인들이 즐기는 곳 정도지 친구들과는 특히 남녀 친구들과는 가는 곳이 아닌 곳 같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갈라놓았을까? 우리는 왜 함께 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되어 버린 걸까?
며칠 전 나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서 일행들에게 여기는 애인 아니더라도 남녀 친구들끼리 함께 잘 다니는 거 같다고 했다. 내가 볼 때는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건 언어능력의 상실 때문이라고 봐진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화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외모가 겉모습을 상징하듯 내면은 대화의 능력이 상징을 한다. 외모야 태어나서 어쩔 수 없고 가난하면 어쩔 수 없이 옷도 신경 쓰지 못하지만 대화의 능력은 돈과 상관이 없다. 생각을 하고 책을 읽고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는 소양이다. 놀이공원은 단지 대화의 수단일 뿐이고 술과 음식도 다 대화의 수단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는 남녀가 만나서 대화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거기에다가 한쪽이 대화의 주제를 가지고 말을 하면 상대방은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나하고 상관없는 얘기라고 판단이 되면 성의 있게 듣지 않는다. 이건 우리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나만 중요한 사회가 되었기에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에너지를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으로 발전이 되었다는 뜻이다.
대화도 못하는데 상대방에게 관심도 없는 이들은 오직 한 가지 목적밖에 없다. 오직 돈이다. 강자를 가장 대표하는 그것! 그래서 대화의 능력을 잃어버렸어도 돈으로 자랑질하면 느껴지는 우월성을 가방을 필두로 하면 그들은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타인과의 교감은 귀찮다. 만나서 자랑할 것도 없이 인스타그램으로 하면 된다.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된다.
점점 사회적 인간은 사라져 가고 인간은 개인화되어 간다. 쇼펜하우어가 유행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아무도 헤겔과 비교를 해서 읽어봐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의 말이 촌철살인 같은 말처럼 들려도 결국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고 그 안에서 존재감을 느껴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들으려면 인스타그램도 끊어야 제대로 듣는 건데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거다.
고독도 즐기고 친구들과 놀이공원도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나도 천재들은 혼자 살아야 하고 제자를 자식처럼 키워서 가난한 아이들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그렇게 확보하자는 주의다. 하지만 당신들은 천재가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다가는 자아를 찾기는커녕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런 시대다. 80년대 이런 유행이었으면 나도 열렬히 지지를 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여차해서 다시는 기어올라 올 수 없는 낭떠러지에 놓인 상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아를 찾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혼자라면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그게 자아를 찾은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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