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17 (12. December. 2023)
갇힌 구조의 대한민국에서는 많이 보는 것도 공부다.
몸이 약간 으슬으슬해졌다. 비오 좀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아서 종일 집에 있었다. 이제 익숙해진 이 공간에서 새로운 생각은 없다. 즉 바깥에 나가서 사람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지 않으니 생각이 스며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은 내면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을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은 생각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작가도 자신이 쓰는 글이 자신이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마치 외부에서 입력되는 것을 뇌를 거쳐서 손으로 출력되는 느낌처럼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드니 되려 이게 더 맞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눈이 중요하다. 눈의 목적은 보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이 익숙해져서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바깥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을 봐야 한다. 물리적인 건축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보고, 사람들이 말을 하는 양식의 차이를 느끼며, 여기 동물들이 사회에 적응한 태도까지 본다는 것은 새로운 생각 즉 비교의 대상을 본다는 것을 말한다.
비교 대상을 단지 그렇구나.. 라고 넘기지 않고 분석을 하려면 관찰을 해야 한다. 관찰의 도구는 눈(입력 도구)과 함께 내면의 축척된 정보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다름을 인지하게 된다. 다름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바로 생각이다. 이건 내면의 생각에 가깝다. 과거의 학습과 기억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석(생각)이 완성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대충을 만족하면 생각하는 능력이 고만고만하다. 고만고만하다고 하는 것은 똑똑하게 생각은 하지만 미래까지 연결해서 생각하는 능력까지는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생각하는 정도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공부를 잘하면 장땡이기에 더 이상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분석의 완성은 거의 엉뚱한 곳에서 나온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을 당시 목욕을 하다가 답을 떠올렸을 경우가 가장 역사적 예로 적당할 거 같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로 자신의 숙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경우다. 삶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돈이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늘 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다른 경험으로 인해서 답이 완성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건 학자들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책으로 내면 우리는 돈을 내고 책을 사서 읽으면 된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해도 좋은 숙제이지만 우리는 먹고살기 바쁘다. 집에 들어오면 피로하다. 사람들에 치여 사는 인생이 고달프다. 그러니 우리는 똑똑한 정도 수준에서 살아도 괜찮다.
하지만 똑똑한 수준도 나가야 눈을 사용해서 새로운 정보(세상)를 입력하고 비교를 할 수 있고 나름의 답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나가야 한다. 눈은 나가서 바깥세상을 보라고 있는 거다. 강아지도 집에서만 키우면 바보가 된다. 경험치가 낮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가서 일단 보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들이 뭘 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 승무원부터 하라고 한다. 나가서 보는 직업 중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가 항공사라도 가야 동남아라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그래야 비교하는 능력도 생기고, 관찰능력도 향상되며, 나름의 유레카를 외칠 수 있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다. 물론 주체성도 초보 단계부터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다.
눈은 뇌에서 발달된 기관이다. 그러니 뇌를 사용하려면 적극적으로 바깥으로 나가라.
(side talk)
1. 원래 나는 근원적 질문을 계속하고 그 답을 찾으라고 했다. 그래야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강요하기에 너무 나약한 상태로 접어든 거 같다. 많은 경험으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정도의 똑똑함 정도만 배울 수 있어도 하락세를 둔화시킬 수 있을 거 같다.
2. 영국에 왔어도 계속 집에만 있었다면 나는 한국과 다름없는 생활이었을거다. 다른 자아와 융합할 수 없었을 거라는 뜻이다. 반대로 얘기하 지면 좀 더 적극적으로 여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좀 더 발전된 자아도 완성할 수 있었을 거다. 한국에서 이런 것을 미리 알지 못하고 준비하고 오지 않아서 아쉽다. 이 핑계로 또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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