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16 (11. Dec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2. 12. 09:06

런던살이 Day 116 (11. December. 2023)

 

부모와 교사의 삶의 방식은 구닥따리다. 스마트 폰 세상은 가짜다. 인생은 집 밖에 있고 학교 밖에 있다.

 

[니콘 D40] 또 다른 세상을 본거 같다. 전에 와본 곳인데 말이다.


연이은 꾸리꾸리한 날씨에 오늘은 마침 맑은 날이라서 집을 나섰다. 날씨도 따뜻해서 외출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오늘은 늘 타던 139번 버스 말고 환승을 하더라도 바로 집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이용해서 시내로 나갔다. 139번은 정류장 한 코스를 걸어가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환승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날이 밝을 때까지는 일단 워터스톤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유튜브에서 런던 추천 카페로 떳고 내셔널 갤러리와 가까워서 한 번 들렸다. 별로였다. 우리나라 카페에 비하면 너무 소소하다. 야외 문화가 발달된 나라답게 카페 문화는 좀 아쉽다. 하다못해 스타벅스도 한국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니 이제 카페에 대한 기대는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화장실도 없어서 카페 회전율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걸 몰랐던 우리는 참을 때까지 참다가 내셔널 갤러리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볼일을 보고 작품을 또 감상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그림의 붓터치감이 와닿았다. 억지스럽게 그림을 보기로 한건 여기에서 잘한 일중 하나다. 독서도 그렇게 시작했는데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그래서 나는 여기에 있는 거다. 한국에 돌아가서라도 계속하고 싶은 취미이지만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아쉽다.
 
그렇게 작은 방 하나, 큰 방 하나를 구경하고 4시 30분 쯤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일행이 돈가스를 좋아해서 오늘은 돈가스를 먹으러 일식집에 갔다. 요리(한식집) 옆에 있는 가게였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맛있게 먹었지만 마땅히 추천하지는 않겠다. 그냥 돈가스가 돈가스지..라는 느낌이다. 
 
그리고는 오늘 야경의 목적지인 카나비 스트리트로 향했다. 가는 길은 레젠트 스트리스를 거쳐가는데 오늘은 조명이 전부 켜져 있어서 다시 한번 신나는 감정을 느끼며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길에는 신랑신부가 웨딩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정말 미안하지만 그렇게 못난 신랑신부는 처음 보는거 같아서 좀 그랬다.
 
아무튼 리버티 백화점 뒤 길에 있는 카니비 조명은 우주를 본 따 만든 지극히 영국스러운 조명이라고 느껴졌다. 리젠트 스트리트는 관광객을 위한 화려하고 환상에 잠길 수 있는 조명이라면 여기는 영국인을 위한 조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의 행성들과 성운들 그리고 나선형 DNA 구조를 새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놓으니 마음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과학이 발전한 나라답게 자신들의 영역을 이런 식의 문화로 채색을 한다는 것은 부러운 면이다.
 
요즘 무빙이라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이게 한국 드라마인가? 라는 의문을 품고 보고 있다. 너무 재밌지만 그리고 방송국에서 손을 대지 않으니 구성도 너무 짜임새 있고 좋지만 일본과 미국의 세계관이 녹아든 그 드라마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나비 스트리트의 조명을 보니 국가의 정체성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런 정체성을 담은 카나비 스트리트의 조명을 보고 누군가는 과학자를 꿈꿀 수 있을거고 그러면 스티브 호킹의 대를 이은 또 하나의 과학자가 영국에서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 본다.
 
영국은 이런 시기에 조명으로 사람의 꿈을 자극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건 국가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걸 국민들이 자극을 받고 개인의 삶으로 흡수하는 구조는 서둘러 배워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누가 이걸 주장할 것이며, 설사 주장을 한다고 해도 누가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그냥 있는 거나 쓰고 크리스마스는 트리 말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국가 구조로는 이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기는 어려울 거 같다.    
 
좋은 국가 정책이 좋은 국민을 낳는다. 이걸 작게 말하면 좋은 가정이 좋은 아이들로 성장을 시킨다는 것이다. 나이들면서 느끼는 건데 진짜 아이들은 죄가 없는 거 같다. 아이들은 그냥 어른에게 배우고 부모에게 배우는 데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울까? 심지어 부모마저 말이다. 네가 못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말이다. 공교육의 맹신은 주술에 걸린 것과 다름이 없다. 수능 주술에 걸린 우리 국민들은 아이들을 교육에 맞겨버리고 자신들은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그런 거 같다. 이 굴레(주술)부터 벗어나야 다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20살 이후로 아이들은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는 정책이 그 시작이지 않을까 한다. 이걸 사회적 정서로 해결할 수 없으니 정책을 운운하게 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거 같다. 이게 정책으로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법대로 하는 것이 가장 안좋은거다.

[니콘 D40] 주술에 걸리려면 우주에 걸려라. 천문학은 지속될 학문이니까.



(side talk)
 
1.또 하나의 주술 아이폰 주술에도 걸려서 허우적 대는 상태까지 갔으니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을 직업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자유론의 입장을 철학으로 받아 들여서 여기는 모임에서 직업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대화방식이 중요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 폰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은 자신의 주체성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철학을 받아들 일수 있는 독서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고 국가도 철학이 없으니 대체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거라고 본다.    
 
2. 돈가스는 내가 먹자고 했다. 무빙에서 돈가스가 나오는 걸 보고 일행이 돈가스 좋아하는 게 생각나서다.

 

3. 현지인(?)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다 알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요구에 잠시 굳어있었다. 다행히 일행이 받아서 사진을 찍어줬다. 이제 이정도는 바로 받아서 행동으로 옮겼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