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15 (10. Dec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2. 11. 08:31

런던살이 Day 115 (10. December. 2023)

 

원자도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 두 원자가 합치려면 1만 5천 도의 열과 압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걸 정이라고 부른다.

 

[니콘 D40]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인종이 섞여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스타벅스 맞은 편을 보면서 -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출산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어제 스타벅스에 들렸을 때는 모처럼 날씨가 시원해서 바깥에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사람들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맛도 있었다. 실내보다 좋다는 생각을 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다. 강아지를 안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보고 귀엽다면서 접근을 했다. 그리고 짧게는 1분 길게는 5분 정도를 대화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서 그렇게 친밀감 있게 대화를 하고 강아지와 뽀뽀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 간에 약한 유대관계를 인정하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매개가 자연스러움을 유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중 하나가 강아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제한적으로 있을 거다. 가령 모르는 사람이라도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같은 주민이라는 확실한 믿음으로 약간의 대화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거다. 개물림 사고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주특기인 '하지 마라' 문화로 인해서 강아지가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이 접근을 하면 강아지가 놀랄 수 있기에 그런 거다. 물론 강아지가 놀라서 인간을 해치니 그런 거다. 어쩌보다니 강아지를 배려하는 모양새가 된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어른 심기 건드리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아무튼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고, 주인과 공놀이를 하면서 유대관계를 쌓고, 옆에서도 같은 놀이를 하는 친구들도 보고, 그 친구의 주인이 나의 주인과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의 수위를 낮추고, 그러다 보니 길거리에서 아는척하는 사람들에 대한 스킨십도 자연스러운 것이 여기 강아지들의 사회화 과정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같은 강아들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간다. 그리고 여기는 집들도 좁다. 과거의 유산을 가능하면 유지하고 보존해서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한 유대관계도 돈을 주고 산다. 스타벅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중 가장 활발하게 약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려고 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나는 스타벅스가 지금의 사회의 정서적으로 기여하는 정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 욕쟁이 할머니가 아직도 건재하다면 지금 세상이 정이 사라졌기 때문일 거다.
부산에서 옆집 사람이 이사를 왔기에 인사를 했더니 나를 위아래로 꼴아본다. 진짜 꼴아본다. 언제부턴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앞만 보고 아는 척을 하지 않기에 먼저 인사를 하니 '아이고, 누군가 했네.' 하시면서 그때서야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셨다.
 
이제 우리는 혼자만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마음의 거리가 너무 많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이웃이면 그냥 이사 가버리고 다시는 안 왔으면 싶다. 혼자가 편하기 때문이다. 국토는 한정적인데 사람들 혼자만의 공간은 더 필요해졌다.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나가든 아기를 낳지 않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위험하다. 그리고 비합리적이다. 자리를 잡는다는 가능성도 없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방법이다. 그러면 두 번째 방법이 첫 번째 방법이 된다. 가장 합리적이다. 이제는 나 혼자 있고 싶다. 경제력 때문에 누군가 함께하고 싶고, 가끔은 옆에 사람이 있는 것이 좋으니 각자의 시간을 인정하자면서 결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기는 귀찮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는 무비판적으로 공식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아기를 낳아서 길렀지만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필요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필요한데 말이다.
 
결국 이 말은 사람들은 사회적 자아를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 벌이등의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로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쟁통에도 아기를 낳았고 가난과 질병으로 죽을 줄 알았어도 낳았다. 많이 낳았다. 적게 낳아야 합리적인 상황에서도 많이 낳았다. 그래서 자식들 6명 중 한 둘은 집집마다 죽어갔고 다른 자식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건 그때는 사회적 자아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운명론도 믿었다. 자기 먹을 팔자는 다 각자가 알아서 타고났다는 말에 기대어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제사 문화의 영향으로 다음 세상에 가더라도 제삿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비판 없이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건 중요한 덕목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미신적이라도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 비판적으로만 생각해서 과학을 기반으로 믿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적 자아도 이제 필요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놈의 사회적 자아 따위는 부자들이나 높으신 양반들이나 가지라고 하며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나만 중요하다. 내가 없는 부분이 필요해서 결혼을 생각해 보기는 하는 거지 내가 가진 것이 많으면 결혼도 의미가 없다. 그런 상태에서 코로나가 터졌다. 진짜 나만이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다. 기왕이면 크면 좋았다. 집안에만 있는데 큰 집이 좋은 거다. 어느 미국 토크쇼 사회자는 수영장과 짐이 딸린 대저택에서도 코로나로 인해서 갇혀 사는 것이 답답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제 사람들은 아파트 한 채 기준으로 혼자 사는 것을 생각하며 그 공간이 감당할 수 있으면 더 큰 공간을 원하는 본능을 합리적으로 장착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자식을 낳아서 내 공간을 뺏길 수 없는 무의식 본능으로 인해서 자식을 낳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무의식적 본능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않는 이상은 고칠 수 없다. 그리고 알아차리기 어려울 거다. 그러니 이런 무의식적 본능으로 살아가면 결국 대한민국은 어려워질 테고 인간의 2만 년 전 동물적 본능은 이걸 직감하고 저출산 쪽이 합리적이라고 손을 들고 있을 거다. (day 113 내용)
 
내 블로그를 꾸준히 읽어보는 사람들은 내 의도를 알 거다.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하락세로 어려움을 겪게 될 거라는 의도로 글을 쓴다. 솔직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각자가 맞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짜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라는 것이 내 블로그의 큰 의도라고 보면 된다. 내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우리나라가 잘되고 안전해서 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그걸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아직도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면서 산다. 지금 20대는 희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젊다. 지금 부모 세대는 늦었다. 결혼을 안 했으면 몰라도 말이다. 그래도 자식들을 위해서 공부를 해서 자식들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가르치는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side talk)
 
1. 결혼을 했는 자식이 없는 세대도 어렵다. 마음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명은 준비하자고 하고 한 명은 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 세대는 직장 생활에 목을 매고 살기에 미래에 대한 준비가 직장 생활이라고 착각하며 살기도 하다. 
 
2. 여기서 말한 정은 사랑, 가족애, 인류애 등이 가장 강력할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융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정이나 약한 유대관계는 혼자서는 불안정한 원자들이 전자들을 합쳐서 전자들을 공유하는 결합을 하는 형태를 말할 거다. 핵융합은 하지 않지만 사회적 감정에 대한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걸 전부 '정'이라고 불러도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게 없어지는 단계고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걸 아는 사람들만이라도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