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12 (07. December. 2023)
한류는 세상이 위기라는 신호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사회적 자아만 존재했다. 개인의 욕망은 국가 경제 성장에 맞춰서 무시당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걸 견디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그런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직장에 다니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통장에 잔고가 쌓여가는 그런 소리가 얼마든지 개인의 자아를 무시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로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남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패션이 거리고 쏟아졌고, 내가 중요한 시대가 펼쳐지면서 지금은 그야말로 사회적 자아는 쳐다도 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한류가 정점을 찍고 있다. 한류라는 단어는 꽤 오래전부터 들었던 거 같다. 우리는 마치 대한민국이 세계의 문화를 대표하는 듯 알고 있었지만 서브컬처 수준에 머무르는 듯한 행보에서 더 발전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찰스 3세 국왕이 블랙핑크를 윤대통령과 함께 초대할 정도다. 하지만 블랙핑크가 대통령과 함께 국빈 초대를 받는 일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비틀즈가 작위를 받은 국가라고 해도 한 나라의 수장과 함께 초대를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보기가 좋지는 않았다.
블랙핑크가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반대다. 세계의 위상이 낮아진 것이다. 이제는 이들도 세계 속에 속한 자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온전히 자신들만의 자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더 중요하고 좋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가장 좋아하고 잘하고 선두주자에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가장 활발하게 발전했을 거다. 개인적으로 나는 신해철을 좋아했다. 아무튼 그건 우리나라는 국가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 철학이 없었던 우리는 서태지 이전에는 죽어라 사랑만 외쳤다. 남자는 무조건 나쁜 놈이고 여자는 무조건 비련의 주인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제는 당당한 솔로를 외치는 블랙핑크는 개인적 자아 특히 여성들의 자아를 대변하는 국제적 그룹이 되었다.
그럼 이건 좋은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별로다. 그래서 세계가 위상이 낮아진 거라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가 철학이 있는 상태에서 블랙핑크가 이런 위상을 드러내는 것은 아주 좋은거고 세계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철학을 굳건히 고수하고 지켜내고 있다면 좋은 거지만 국가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가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별로다. 이건 세계 위기가 코앞에 있고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그깟 연예인 인기 가지고 국가 위기를 말하는 것은 너무 심한 비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깟 연예인이 찰스 3세 국왕에게 초대를 받는 것을 넘어서 한 나라의 수장과 함께 초대를 받아서 식사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그깟'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그래서 내가 위기라고 느끼는 이유는 이제는 사람들이 검색 세대가 되어 구글의 자식화되어버린 시대가 되니 사람들과의 연대가 끊기고 다시 이어지는 무언가가 없는 상태여서 이제는 다들 세계나 국가 속에 자아를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게 되었다. 개성이라는 단어를 오염시켜서 난발을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여전히 우리는 사회적 자아를 지켜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국가철학이 있는 국가의 국민들도 이제는 서서히 구글의 자식이 되어버려서 점점 사회성을 잃어가는 추세다. 낮아진 세계 정서의 증거가 바로 블랙핑크의 세계화이고 그 현장이 문화의 선두주자인 런던인 것이다. 그리고 찰스 3세도 사람들과의 연대를 무시하고 구글에 의존해서 살아가는지 우리나라에 결례를 범했다고 생각된다. 그 자리에 영국남자 유튜버와 함께 초대를 한 거까지 보면 말이다.
즉 한류의 원인은 이제 전 세계인들이 사회적 자아를 버리고 개인 자아에 치중하는 현상으로 발생한 것이고 국가철학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문화로 이런 표현을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발전시켜 왔기에 지금의 한류가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좋은 것인가? 다들 사회적 자아를 버리니 참지 못하고, 남들을 적대시하고,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자기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가족은 해체되어가고, 친구의 의미는 사라져 가고, 싸움은 빈번해지고, 거리는 무서워지며 급기야 세계는 전쟁을 치르고 있고 지금은 관심조차 없는 거 같다.
블랙핑크는 명예훈장을 받았다. 비틀즈 이후로 말이다. 기후위기 홍보대사로 받았다지만 그렇다고 블랙핑크의 활동 메시지가 비틀스만 할까? 아예 블랙핑크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런 노래가 만약 있다면 알 정도로 활동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세대들은 존 레논을 몰라도 'Imagine'는 알듯 말이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도 불렀다. 유튜버와 함께 말이다.
한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져서 생겨난 현상이기보다는 지금 세대가 지극히 세상에 관심이 없고 사회에 등을 돌리고 있기에 생겨난 위기의 신호다. 영국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인기 연예인과 동급 취급을 받고 있다. 블랙핑크가 인가가 아무리 높다고 한들 이래야 맞을까? 타국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정말 국가 위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 찰스 3세 국왕이 판단 착오로 무례를 범했다고 해도 말이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지금부터라도 블랙핑크가 기후위기에 대한 활동을 효과가 있을 정도로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위기는 어떻게 할수 없을지 몰라도 국가가 타국의 시선에서 떳떳해지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대통령도 이런 연예인과 비교되는 존재가 아닌 좀 더 강건한 모습이 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z9tifvQS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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