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01 (26. November. 2023)
뭐든 젊을 때 이것저것 해봐야 한다. 쓸데없는 짓이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한다.
드디어 런던에 제대로 된 겨울이 온 거 같다. 개인적으로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비가 오면 몸이 무거워지고 햇빛 알레르기가 있지만 햇빛을 많이 받지 않으면 무기력함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도 장마 시기가 오면 집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왕 이런 거 비 오는 날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정해놓고 산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오늘 비가 주적주적 내렸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당연한 하루였지만 이상하게 죄책감을 느낀다. 영어라는 숙제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거 같다. 거기에다가 한정된 기간의 살이를 무의미하게 보는 것 또한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요소 같다. 체하지 않았는데 체한 증상도 나타나서 가끔 핑하고 돈다. 하루 종일 두꺼운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어서 밝은 밤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 이렇게 자주 몸이 아픈 증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감을 많이 느낀다. 전적으로 영어 공부를 함에 생기는 뇌활동의 영향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불안도 한몫 거드는 거 같다. 이건 일정에 없던 계획인데 몸이 아프니 차질이 많다. 이런 뭐든 젊을 때 많이 해 놔야 한다. 가난한 삶에 열심히 일하는 습관만 늘었지 영어와 외국 살이에 대한 적응하는 법을 익힌 적이 없으니 몸이 고생이다.
요즘은 젊어서 고생을 사서한다는 말에 반발심이 많은 시대인데 나 또한 그 말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인생을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격언이라고 봐진다. 이런 경험이 미리 있었다면 나는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한 방을 추구하고 이른 은퇴를 추구하며 아무것도 안 하는 삶을 지향하기에 의미 없는 고대 격언이 된 거 같다.
오히려 과거의 사람들이 더 지속적 성장을 추구했지 평생교육의 시대에 접어든 세대부터는 더 공부나 성장을 포기한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 같다.
아무튼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하기 위해서 500만원이나 들여서 필라테스 PT를 받고서 할 수 있었다. 운동을 잘하지 못해서 혼자서 운동을 하면 근육이 너무 아려서 매일 할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했다면 그런 돈은 아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지금은 매일같이 운동을 해도 지장이 없기에 아깝지는 않은 거 같다. 아마 이런 공을 들이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날은 일기를 쓰지 못하고 잠만 잤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건강과 체력을 위해서 쓰는 돈과 시간은 투자다.
언젠가 영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다면 지금 쓰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거다. 참고로 영어를 못해도 런던살이는 아깝지 않은 경험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46살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감사한다. 지금 시대가 아니었으면 나는 결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살거나, 불행하게 살거나, 이게 사는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거나 그랬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가 위기라는 것은 걱정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남은 시간 동안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모아서 행복함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내 인생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영어를 잘해서 다른 나라도 경험해보고 싶다. 경험만큼 사람들을 서로 통하게 만드는 재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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