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99 (24.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1. 25. 10:40

런던살이 Day 99 (24. November. 2023)

 

한국은 섬이 아니다. 독(항아리)이다. 우리는 독 안에 든 쥐다.

 

[니콘 D40] 이런 풍경이 흐뭇하게 느껴지는 건 한국에서는 볼 수 없으니 그런 걸거다. -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을 잡고 걷는 손자 -


개인적 생각으로는 유학을 적극 권장한다. 지구적 재앙이 가장 큰 원인이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제 가장 큰 위협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학이 안되면 나처럼 살아 보기 경험도 좋고, 한 달 이상의 걷기 여행도 나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관광은 별 의미가 없을 거라고 본다. 특히 패키지는 더 의미가 없다.
 
유학을 권장하는 이유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다양하게 사는 삶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한국에서 일률적인 삶의 탈피하는 계기를 만들라는 것이 근본적 이유이니 걷기 여행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지방의 삶의 태도를 보는 것까지는 좋지만, 관광은 이런 삶을 엿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관광으로 구경한 다른 나라의 삶의 태도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개인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험상 그렇다.
 
아무튼 혹시 유학을 고려하거나 자녀들의 유학을 생각중인 사람들이 있다면 알아두어야 할 절대적 방법을 적어본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라. 한 분야를 공부함에 있어서 절대 그 분야만으로는 공부할 수 없다. 결국 공부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니 다 같이 연결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단지 정보의 습득이라는 개념으로만 본다면 영상을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책을 읽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빠르게 읽고 그 내용을 요약을 하고 내 생각을 첨부할 수 있는 수준까지가 되어야 현지인들과 붙어볼 만하다. 우리나라 교육 방식으로는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철학이 발전된 나라는 기본 생각이라는 것이 우리 수준과 다르다. 더군다나 유학을 갈 정도면 좋은 학교를 가는 거니 그 학교 학생들은 아무 생각 없이 누적된 생활 철학이 있다. 가령 자유론 같은 것 말이다. 여기는 생각하는 사상이 기본적으로 자유론에 입각해서 삶을 살아가고 도시 구조와 시스템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무단횡단이다.
 
그러니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같은 책은 기본적으로 읽고 오는 것이 좋다. 이걸 읽고 이해를 하고 요약을 해서 개인 생각을 첨부할 수 있다고 해도 여기에 체화된 사람들과는 결국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이 되면 한국의 삶과 비교를 할 수 있는 이점도 있으니 현지인들과 비교를 하면 동급(이상)이라고 봐도 좋다. 물론 이 책 하나만 읽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영국 철학의 기본 흐름과 주요 도서는 무조건 읽고 온다는 전제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내 준 과제를 함에 있어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과제 대다수가 그냥 자료 주고 읽어서 요약하고 개인 생각을 첨부해서 발표하라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습을 미리 하지 않으면 꽤 불편함을 느끼는데 가장 큰 불편함은 두통이다. 하지 않은 일을 함에 있어서 뇌활동은 두통을 유발한다. 나는 영어를 공부함에 느끼고 일행은 과제를 행함에 있어서 느끼고 있다.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을 해서 과제를 제출을 하고 발표를 하려고 하다 보니 두통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인데 그만큼 우리나라가 천편일륜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삶이 똑같으니 머리를 쓸 일이 별로 없다. 우리는 늘 생각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습관에서 왔다갔다하는 수준일 뿐이다. 가령 오늘 뭘 먹을까? 정도가 생각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미국 남동부에서 태풍이 불어서 마을이 쑥대밭이 됐는데 재건을 할 때 신자유주의를 대입해서 재건을 함에 있어서 닥친 이들의 현상을 파악하고 개인의 생각을 기술을 하라고 하면 막막하다. 다행히 유학을 다녀온 일행이 있었기에 런던에 오기 전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와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일행은 신자유주의부터 찾아서 급하게 읽고 대충 알겠다는 식으로 넘어가서 과제를 마감하는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런던에서는 테이트 모던만 가서 구경을 하더라도 대충 신자유주의에 대한 느낌을 미술품 감상으로도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내셔널 갤러리 작품과 비교하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 흡수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다. 많이 읽어야 이해에 좋고 다양하게 읽어야 이해해를 한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해서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학 간 나라의 철학책은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철학이 개똥으로 취급을 받아서 개똥 철학이 되었지만 여기는 삶의 기본이기에 그 나라의 철학책은 기본으로 접수하고 굵직한 세계 철학까지 읽으면 좋다. 그러면 현지인과 붙어도 무서울 것이 없다. 물론 자기 생각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외운 거 뱉어내는 수준은 이미 AI가 하고 있다. 세상은 발전할수록 인간에게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려오는 철학이 없기에 철학이 개똥이 되었고 그래서 생각하기보다는 외우는 쪽으로 발달이 되어서 꽤 공부하기 편리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그 부작용으로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세계적인 존재 상위 1%의 리더를 만들 수 없었기에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따라할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상위 1%를 따라 하려고 하면 AI 이하의 존재가 된다. 그러니 다들 돈돈거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있다고 한들 노출된 사람이 없기에 우리에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노출이 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그 사람의 돈만 보는 시각으로 삶의 태도를 잡았기에 그 이상을 보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보이는 것이 있고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유학이나 해외에서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는 세상이 온 거 같다.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하고 손해 볼 거 없는 장사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는 아닌 거 같다.
 
런던에 오기전 친한 형은 이제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했다. 이 말은 국내에서 통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책과는 담을 쌓은 민족이고 책을 읽어도 그 이상의 생각을 하는 수준이 되지 못하니 책을 읽었다, 수준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리고 사람은 책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며, 심지어 한 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을 입히지 못하는 독서는 안 읽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 한국 안에서만 산다고 생각을 하면 책을 읽지 않아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한국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번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으로 교사들이 모여서 학생과 학부모 탓만 하고 자신들이 과거에 학생에게 한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고서는 이제는 가망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교육이 무너졌고 교육이 반성하지 않는 나라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의미 없는 존재는 사라진다. 이런 세상인데 그래도 학부모들은 수능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더 당연하게 그리고 시스템적으로도 주술에 걸려있다. 사실 먹고살기 위해서 주술 속으로 걸어 들어간 꼴이다. 앞선 글에서 언데드 상태에서 주술이 걸린 존재가 좀비라고 했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좀비들 세상이 살고 있다. 멀쩡히 살아 있는 학생들도 어떻게든 좀비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좀비가 된다. 대학까지 기본이니 더 좀비처럼 된다. 
 
어쩌면 이런 세상에 살려면 생각은 귀찮은 것이 된다. 그러니 임계점이 넘은 한국에서만 살려면 독서보다 돈을 더 벌 궁리를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 형은 한국에서 살거고 돈이 있어서 여타의 좀비들에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는게 더 좋다, 더 낫다, 더 유익하다, 당연하다.. 등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황상 읽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고 생각을 하고 읽을 능력이 있으면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새삼 세상이 위기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나는 나는 솔로를 보면서 직업이 뭔지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봤지만 17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얼마나 읽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 위로용이나,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서거나, 그동안의 습성이거나, 스마트 폰이 좋지 않다고 하니 읽거나 하는 수준으로 전락을 한 듯하다. 그동안 책은 삶의 지표였는데 말이다. 
 
생각이 삶에 방해가 됐다는 것은 타인과 연결을 할 수 있는 고리가 끊겼다는 뜻이고 내가 아무리 줄이 길어도 상대방이 고리가 없으니 연결될 리가 만무하다. 런던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한국은 사람들이 서로 외면하며 걸어만 다닌다. 책을 읽어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런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런던살이 99일째 느꼈다. 
좀비 영화에서 사람 냄새가 나면 달려드는 좀비처럼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면 이제 존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시와 비웃음을 받는 세상이다. 돈이 없는 사람이 그러면 더 그렇다. 돈이 있어야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끼게 한다.
 
 
(side talk)
 
1. 일행과 학교 얘기를 하면 이제 이런 대학도 점점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중국인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타격이 진짜 크다. 그러니 유학은 석사보다는 학사를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이 된다. 만약 석사를 가려면 박사를 무조건 간다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 좋다. 결국 돈이 문제다.
 
2. 나는 솔로 초기에 1984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출연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의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