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53 (2023.10.09)

_교문 밖 사색가 2023. 10. 10. 05:42

런던살이 Day 52 (2023.10.09)

 

공원 문화 vs 등산 문화

 
 
리젠트 파크의 broad wark 길은 공원 안에서 큰길에 속한다. 오늘은 그 길의 벤치에 앉아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공원에서 주인과 놀이를 즐기는 개들만 보면서 있었다. 
 
이 길을 처음 접했을 때 생각난 우리나라 길은 토함산 등산로였다. 토함산은 경주 불국사 바로 옆에 있는 등산로다. 그 길로 바로 올라가면 석굴암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을 등산으로 추천하는 코스다. 단풍이 아주 예쁘다.
 
이 두 장소의 차이는 하나는 평지의 공원이고 하나는 등산로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지이기에 영국의 공원 문화를 등산문화로 다 대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나라도 꽤 공원이 많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평지와 등산로는 염연히 다르다.
 
공원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노인도, 임산부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도, 책을 읽기 위해서 온 사람들도, 러너들도 그리 큰 힘을 드리리지 않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최하의 자격만 갖춘다면 누구에게나 개방이 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등산로는 노인에게는 힘들고, 임산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유모차는 집에 두고 와야 하며, 책을 읽기 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한 마디로 자격이 갖춰져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마치 누구나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이런 정서는 아주 중요하다. 좋은 공원이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자 몸이 불편한자 몸이 건장한 자에게 모두 열려있다는 것은 내가 조금 못나도 나름대로 평등한 삶을 누린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심어준다. 내가 영국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 공원을 차별 없이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등산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어지간한 장애요소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가지 못한다. 가령 유모차를 끌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건 옆 공원인 프림로즈 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프림로즈 힐은 평지가 아닌 언덕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이런 환경으로 인해서 무의식 중에 경쟁의식이 심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경쟁적 무의식이 자신의 아기조차도 내 인생에 장애라고 생각하기까지 이른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공원은 다양한 환경과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인 반면, 등산은 다른 목적으로는 가지 못하는 오직 한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최소한의 장애요소는 없는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환경이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위치까지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민족 정서가 국제적 다양성으로 퍼지지 못한 이유는 이런 지형적 특징도 한몫 거든 게 아닌 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원문화와 한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자격이 되는 사람들만이 오르내릴 수 있는 등산문화는 비슷해 보이지만 꽤 다른 결과를 낳은 거 같다. 그래서 그런가 산은 소원을 비는 곳이 많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알아봐야겠다.
 

[니콘 D40] 석굴암에서 불국사로 내려오는 토함산 길. 리젠트 파크 공원을 보고 바라 든 생각이 여기 길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산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안가본건 아닌데 확실히 산에서는 여기 공원에서 느끼는 것을 느껴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거 같다.

 
(3줄 영어 일기)
 
We went through Primrose Hill to Regent's Park.
We stayed in the chair for about 30 minutes. 
We saw a dog chacing a squirrel. (실제로는 청솔모)
The Dog chase squirrels until we go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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