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43 (2023.09.29)

_교문 밖 사색가 2023. 9. 30. 09:05

런던살이 Day 43 (2023.09.29)


힘들어도 일상의 작은 행복이 있으면 견딜만 하더라.
 

 
1. 일행이 혹시나 싶어서 현금을 좀 챙겨 왔다. 그래서 학생증이 나왔기에 은행 계좌 계설을 하려고 하는데 3년 거주자가 아니어서 안된다고 빠꾸를 먹었다. 석사생에게 거주 3년을 요구한다는 건 좀... 아무튼 요즘은 다들 인터넷 뱅킹으로 할 수 있는 시대라서 더 까다로워진 거 같다. 은행 직원은 인터넷으로 신청을 먼저 하고 오라고 해서 앱으로 해보려 했으나 어려워 포기했다. 도와주는 직원도 없었다. 우리나라 은행은 가드하시는 분이 이런 앱 업무도 도와주시는데 말이다. 행여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현금은 적당히 들고오면 좋겠다.  
 
2. We went to a nearby park. 나름 손흥민이 산다는 동네와 가까워서 공원으로 가로질러 산책하듯이 가면 될거라고 생각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동네 공원은 우리나라 해파랑 길의 산길과 비슷한 으슥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나아갔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마약을 한듯한 오일남(오징어 게임)을 닮은 할아버지가 아디다스 느낌을 주는 파란색에 남색끼가 도는 추리닝을 세트로 입고 갑자기 나타나 괴상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우리를 뚫어지게 봤다. 일행 중 한 명은 그 노인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상태로 토꼈고 나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서 같이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손흥민이고 나발이고 뒤돌아 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할아버지가 만약 뛰어서 우리를 쫓아왔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지 더 무서운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저번에도 괴상한 제스처를 취하는 흑인 부랑자를 봤는데 그때는 우리는 놀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마약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우리는 도심의 골목이든 공원의 으슥한 곳이든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곳에서는 가지말아야겠다는 경험적 교훈을 얻었다. Once again say, the man was really scary.
 
 
3. 우리는 안전한 길을 따라서 공원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평소에 먹고 싶었던 젤라또도 시켜 먹고 커피와 당근, 오렌지 케이크를 시켰다. 나름 추석이랍시고 우리도 오늘은 아끼지 않았던거 같다.
그리고 한 장애인을 봤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어렵게 보는 이유는 일반인과 장애인 사이의 징검다리겪인 다양한 인종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말이다. 일반인과 장애인의 거리가 10 이면 중간중간 2 정도의 거리마다 다양한 인종들이 있어서 장애인을 보는 시선을 좁혀나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한민족이기에 장애인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갤럭시 A34] 삶이 좀 힘들어도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래도 한 발씩 나아갈만 하다.


4. 돌아오는 길에 한식을 먹으려고 미리 보아둔 식당에 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그냥 버스타고 돌아오려고 했다. 근데 마침 버스 정류장에 새로 오픈한 구글 지도에도 없는 한식당이 있길래 들어가서 먹었다. There are many korean restaurants in London these days. 그리고 꼭 한국인이 하지 않더라도 맛을 잘 낸다. 오늘 식당도 한국인이 하는 식당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한국맛이 나서 좋았다. 다른 데서는 볼 수 없었던 메뉴인 새우튀김 우동를 시켜 먹었는데 만족스웠다. 갈비탕도 괜찮았고 소불고기도 다 똑같은 맛이지만 괜찮은 맛에 속하는 똑같음이었다.
 
그리고 우리 세대는 먹고 살려고 두 번의 교육(?)을 받는데 다음 세대는 세 번의 교육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했다. 아무리 대화를 해도 좋은 세상이 올거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기술은 미래를 향해가는데 인문학은 자꾸 과거만 바라보고 공부를 하니 이 불균형은 더 심하게 될 것이며 이건 곧 국민들의 불행으로 치닫게 되는 결론은 어쩔 수 없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불안한 미래를 얘기하고 그에 대비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받아들이지도 않을거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지금껏 그렇게 했으니까. 하지만 과학계는 이런 대중들의 질타를 극복하고 아이폰을 만들고 화성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문학은 과학계처럼 아무도 총대를 매고 이런 시대를 준비할 정신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진짜 인문학이 필요없다는 것은 총대를 매는 리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5. 공장의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학교라는 것이 세워졌다. That was the start. 그리고 지금도 학교는 직업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심지어 사회에 나와서 쓸 수 없는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 지식을 외우지 못하면 자책감에 자살을 하기도 한다. 단언컨데 이건 인문학자들과 교육자들이 더럽게 게으르고 자기 명예와 돈만 챙기는 이기주의자이며 학교 담벼락 안에서 안전하게 숨어 사는 비겁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담벼락 안이 위험하니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내고 살려달라고 기어나와서 농성을 하려면 그동안 자신들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고3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위령제라도 올리고 그 부모님들께 진심어린 사과라도해야 정당하다고 본다. 고3들이 자살을 할 때 단 한번이라도 이처럼 다같이 모여서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농성을 했다면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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