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37 (2023.09.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9. 24. 06:14

런던살이 Day 37 (2023.09.23)

 

Reality versus Reality in the Phone. 

 
We went to Big Ben. Because there is no rain news at all. 2018년 빅 벤은 공사에 들어가 일행은 실제로 빅 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처음 실체를 보러 가는 날이다. 
웨스트민스터역에서 내려 올라가는 길에 본 빅 벤은 내가 본적 없는 빅 벤이었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이전에 몇 번 왔었지만 이 역에서 내려서 간적은 처음이었는데 다들 기왕이면 이 역에서 내려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The new Big Ben is great. 금장을 휘두른 빅 벤은 햇빛에 반짝반짝거렸다. It was crowded due to a weekend. 하지만 단순히 주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위가 있었다. 다시 EU로 돌아가자는 시위였다.
시위가 우리와는 달랐다. 폭력적이기 보다는 우아함으로 설득을 했다. 우리는 설득을 당했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생각을 하는 이방인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다소 폭력적이고 강압적이고 압박적인 시위현장과는 달리 울림이 있었다.
 
이런 시위가 당연한 건 다양성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발레 시위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삶도 괜찮다고 인정을 받은 삶을 살았기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시위를 할 수 있었던 거다. 우리나라는 강수진처럼 되지 못하면 발레를 하면 안 되는 나라니까.
 

[갤럭시 A34]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강풍이 아니라 태양이었다.

[갤럭시 A34] 이번의 실수로 다시는 자신들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사는 세계의 리더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렇게 빅 벤을 구경을 하고 사원을 지나쳐 세인트 제임스 공원으로 향했다. 쉬면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대화를 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원 안 카페는 너무 사람이 많았고 시끄러웠다. 예전에 대영박물관 옆에 있던 공원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분위기를 생각하며 찾았지만 실패다. 그래도 커피 한 잔과 햄버거 하나를 시켜서 시간을 때웠다. 소개팅 현장도 구경했는데 여자들은 너무 예뻤지만 소개팅 하러온 남자들은 하나같이 추리닝에 수염도 깎지 않고 모자를 푹눌러쓰고 와서 마치 자기는 멋을 신경쓰지 않아도 멋이 나는 사람이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여자들은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실시간으로 봤다. 여기도 학력으로 밀어붙이려는 쓸모없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현장검증한 순간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옛 학교 동기를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가보지 못한 웨스트 민스터 대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걷기에는 약간 먼듯하지만 그래도 공원을 가로지르며 갈 수 있어서 수월한 걸음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그렇게 가고 싶은 외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착해서 내부를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였다. 나와 같이 온 일행은 1파운드를 내고 초에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앉아서 내부의 기운을 느꼈다. 나는 예수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신성한 곳에 오면 겸허해진다. 어떻게 보면 예수가 아닌 예수를 사랑한 사람이 만들어낸 이 건축물에 대한 경외심이라도 봐도 좋다. 그래서 난 우리에게는 예수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미니 벤도 잠시 구경을 하고 한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갤럭시 A34] 빅 벤을 구경왔다면 동선을 여기로 짜서 중간에 버킹엄도 들렸다 오면 좋을거다. 그러면 여러분 기억에 남는 건 이 여정의 힘듦을 품어준 공원이 될거다.


돌아오는 길은 뭔가 가슴에 꽉찬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시내에 나가더라도 이런 느낌은 받기 어렵다. 세계적인 건축물과 상징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시설을 시민들이 잘 이용하게 설계를 한 도시 시스템 또한 인정할만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며 돌아오는 길은 확실히 행복감이 있다. 스마트 폰이 아닌 진짜 세상을 보는 힘을 가진 런던은 내가 이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힘이 없다. 스마트 폰 세상이 더 즐겁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도시 시스템이 빠르다.
 
친 인간적인 시스템과 빠른 시스템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런던과 같은 시스템이었다면 난리 났을 거다. 현실을 보기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얼른 스마트 폰 세상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느리고 불안정한 와이파이와 고장이라도 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은 견딜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아직도 돈이 있다면 서울보다는 런던이 더 좋은거 같다. 나는 현실이 더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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