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경험론/연애

순진한 사람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행위

_교문 밖 사색가 2013. 1. 10. 16:49

순진한 사람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행위

 

사랑과 섹스는 마치 쌍둥이 같다.
(2013년 1월 10일 최초 발행)

 

[니콘 D40] 제주 송악산의 어느 커플

 
이제 섹스는 남성의 즐거움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여성들도 섹스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기고 있다. 그리고 남성들도 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임신 문제의 위험 요소는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섹스는 다른 면에서는 여전히 위험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이젠 여성분들만 아니라 순박한 남성들도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협의 행태가 달라졌다.


 20대 초반의 커플, 그들은 어느 카페에 들어가 타로를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카페 주인은 커플들이 오면 타로를 잘 봐주지 않는다. 서로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한다면 굳이 타로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믿고 만나는 것이 서로의 정신 건강에도 적극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대 초반의 커플들에게는 더 그렇다. 이때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이 청춘들의 연애이다. 그렇게 연애를 해야 나중에 30대가 되어서 좋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서 만날 능력이 생기고, 세상은 좋은 사람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그래서 과연 자신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인지도 생각해 볼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 커플은 설명을 듣고도 끝까지 봐달라고 한다. 자신들은 어떤 결과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다 재미가 아니냐면서 말이다. 앞의 설명을 전혀 듣지 않았다는 말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대답이었다.
 
여자분이 남자분을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애할 때의 그런 평범한 정도 수준이었다. 하지만 남자분은 결과가 달랐다. 오롯이 섹스 때문에 만난다고 나왔다. 물론 좋아한다는 감정도 섞여 나왔지만 섹스를 하기 위한 감정이지 여자 자체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결론이었다. 
 
그 결과를 들은 둘은 웃으면서 역시나 내 타로 결과는 틀렸다고 말했다. 물론 둘은 좋은 얘기만을 기대했을 거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나오면 틀렸다고 말할 마음에 준비도 되었을 거다. 그러면 굳이 돈을 애써 써가면서 타로를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고, 그전에 성실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을 듣지 않고 하고 싶은데로 하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4개월 뒤, 여자분이 다시 찾아갔다. 주인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4개월은 긴 시간이고, 그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고, 평범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 여자분은 자신이 4개월 전 남자친구와 봤던 타로 결과를 얘기했다. 그리고 여자분은 그때 그 결과가 틀렸다고 말했는데,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4개월 전에 본 타로 결과를 운운하면서 그 결과가 사실이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분은 다시 카페를 찾아간 것이다.
 
결국 청춘의 연애는 그런 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주며 위로를 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제주 1년 살이 할 때 두 군데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을 하면서 지냈다. 그때 같이 일한 스텝과 친하게 지내는 제주 남성분이 있었는데 게스트 하우스 사장 친구이기도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파티를 할 때면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꼭 참석을 하는 사람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 남성분은 서울 여성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성분은 다시 제주를 찾았다. 아직은 사귄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남성은 여성분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이틀 치의 숙박과 음식값 그리고 좋은 차를 렌트해서 가이드를 하며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이 여성분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서로 사귀기로 했고 서로 잠자리를 가졌다. 
 
우리는 드디어 남성분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면 다들 기뻐하며 축하해 줬다. 거리가 무슨 상관이냐며 말이다. 하지만 난 조금 찝찝했다. 아무리 상황이 그래도 남자에게 계속 돈을 쓰게 했다니 의심이 되었다. 하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너무 좋아 싱글벙글하니까. 순박한 시골 농촌(?) 총각의 웃음을 처음 보았다.
 
둘은 서로 사귀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남성분이 서울로 가기로 했다. 제주도에는 없는 즐거움을 누리며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여성분은 남성분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을 받지 않았단다. 남성분은 이틀이나 서울에 있었고 계속 연락을 했지만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었다고 했다. 결국 씁쓸한 마음으로 제주로 돌아왔고 그 후로도 계속 연락은 되지 않았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다를 같은 생각 했다. 여자가 숙식과 여행의 대가로 섹스를 제공한 것뿐이라고 말이다.
 
남성분은 믿을게 못되는 것이 여자라고 생각되기도 했단다. 정말 간절히 바라던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서 연애를 한답시고 선심을 베풀었고 그래서 여자가 섹스를 허락한 건 감정이 있으니 당연히 확답의 행위라고 생각까지 하며 너무 좋아했는데 서울에서 그런 행위를 당하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을 할만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시대는 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에 서로 조심하는 문화가 생겨서 임신이라는 위험요소는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섹스는 위험하다. 두 경우, 사람들이 상처를 받은 것은 섹스가 사랑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 두 분은 상대방을 좋아했다. 더군다나 여성분은 타로 결과를 믿지 않고 남자 친구의 사랑한다는 말을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와 계속해서 잠자리를 가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좋아하고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남자는 지겨워졌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를 섹스 파트너로 생각했다는 말을 했고 여자의 믿음은 배신감으로 다가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제주 남성분도 여자가 섹스를 허락하는 것은 자신에게 좋은 감정이 있고 그래서 지속적인 연애를 고려해 둔 행위라고 생각했다.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연애를 통해서 감정을 키워나가면서 사랑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둘은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할지언정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지고 보면 사기인데 말이다. 그건 섹스가 사랑의 행위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는 섹스가 위험한 이유는 임신이 보다는 사랑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속아 상처를 입는 것이 순박한 누군가에는 너무 힘들고 괴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