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2012)
나의 한 줄 평 : 이 시대의 쌍년들에게 바치는 영화
제주도에 메가박스가 재오픈한다. 그래서 약 1주일 동안 무료로 영화를 상영했다. 그중 건축학개론도 있었다.
* 쌍년
그게 내가 본 영화의 가장 임팩트 있고 확실하게 영화의 내용을 압축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서연은 학교 선배를 좋아한다. 그래서 관계없는 건축학개론을 듣는다. 그런 식으로 승민은 서연을 보게 되고 좋아하게 된다. 첫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심지어 승민은 서연과 같은 동네에 사는 우연도 가지고 있다.
친해지기 좋은 핑곗거리.
결국 친한 친구로 발전한다. 하지만 승민의 감정은 더 커져만가고 결전에 날 그는 서연에게서 실망을 하고 돌아선다.
그리고 15년 후 서연이 찾아온다. 집을 지어준다던 대학때의 핑곗거리를 가지고 말이다.
과연 그 때문일까?
이혼을 했다. 그것도 위자료 더 받으려고 악착같이 버티다가 말이다.
만약 서연에게 더 좋은 남자가 있었다면, 위자료 같은 걸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이 있었다면 서연이 승민에게 다시 찾아왔을까?
서연은 단지 자신에 처지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찾은 건 아닐까? 그것도 자기가 필요한 걸 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물론 승민이 대학 때 자기 내 집에 버리고 간 모형집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건 서연 자신이 좋아한 선배에게 실망하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날 좋아한 사람은 승민이라는 걸 깨닫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간직한 그 정도에 지나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가 좋아한 게 하니라 상황이 좋아하게끔 만들어졌고, 생각해보니 그만큼 나를 좋아한 사람은 없었기에 그 나이 때에는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니까. 그러다 다시 대학 때처럼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니, 다시 승민으로 돌아온 게 아닐까.
아니라면, 진짜 첫사랑이라면, 대학 다닐 때 승민이 "꺼져줄래"라는 말에 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하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남자의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고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승민은 15년 전의 첫사랑을 기억하지 못했다. 잊고 산 것이다.
물론 기억은 하겠지만 추억은 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연이 나타나 그를 추억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잠시 승민은 자신의 상처도 기억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에게 한 약속*도 기억했다.
* 영화 표면상으로는 서연에게 한 약속이다.
서연은 승민에게 피아노 놓을 자리를 더 만들어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리고 승민은 받아들인다. 자신의 약혼(?)식을 미루면서까지 말이다.
사람들은 이걸 보면 승민에 과거의 사랑이 다시 시작되고 승민의 현재 사랑에 위기가 온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건 현재 승민이 과거의 약속을 청산하고 현재를 더욱 충실하게 살아갈 의무를 실행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이행하고 승민은 과거의 추억의 단편인 CD플레이어와 전람회의 1집을 돌려준다. 이제 서연에게 그리고 자신에 떳떳해졌으니 과거의 집착은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모두가 보고 나서 뭔가 씁쓸하다고 말한 건축학개론.
하지만 나에게는 사랑을 줄 주는 모르고 오로지 받을 줄 만 아는, 아쉬울 때나 찾아오는 이 시대의 쌍년들에게 바치는 속 시원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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