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영화 ,수다

[에피소드] 우리가게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연....

_교문 밖 사색가 2010. 10. 28. 15:32

가게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4월의 어느날이었다...


아직 추위가 많이 가시지 않아 약간은 스산한 어스름한 저녁 무렵...

 

긴치마와 긴 생머리가 어울리는 20대 중후반의 화장기 없는 여성분과

조금은 점잖은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엄격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분이 함께 들어와

거리의 풍경이 환히 보이는 자리로 들어와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그들은 카푸치노와 허브차를 주문을 하고서는 이내 곧 엄숙한 분위가 조성이 되었다...

내가 녹색 카푸치노잔에 카푸치노를 만들어 가져다 줄때 까지 그들은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무슨 사연일까...?

난 어버지와 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 분위기에서는 누가 봐도 아버지와 딸이라고는 생각하기가 어려움이 느껴졌다...

 


그들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카운터에 있는 나에게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심각한 분위기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들러오는 중년 남성분의 말.... "그래서... 네가 우리 아들과 헤어졌으면 좋겠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말이었다.


그 말이 떨어짐과 얼마되지 않는 찰라에 들려오는 흐느낌...

그것은 흐느낌이라기 보다...

중년 남성분 앞에서 애써 울음을 애서 참으려는 그녀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인내였다....


그 뒤로 여성분의 몇 마디말이 이었졌고....

난 할말이 더이상 없다는 듯한 남성분의 몇 마디 대꾸가 있었다... 그리고...
중년 남성분이 먼저 일어나 계산을 하러 왔다...

그리고 곧 뒤따라 아벗님이라는 말로 그의 행동을 약간은 저지시킨 후

그 남성분보다 먼저 지갑을 꺼내려 하려했다...

하지만 결국은 중년의 남성분이 계산을 했다....

남성분의 지갑에서 나온 몇 푼되지 않는 그 돈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수 있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두번다시 그들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남자친구는 어떡해 대처를 했는지... 그녀의 선택은 무엇이었을런지...

6개월전 이야기...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래도 친구들도 만나 웃을 수 있는 시간...
혼자 무엇을 한다는게 익숙해 졌지만 그래도 문득 문득 그가 생각나

가끔 멍하니 자기가 무얼하는지 까먹을 수 있는 시간...
가족들과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TV를 보며 웃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 새로운 누군가를 소개받아 만날 수 있는 시간...

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뜻모를 눈물을 흘릴 수 있는시간이

이 6개월이라는 시간 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얼마되지 않는 우리가게에서 가장 슬프게 자리 잡은 사연이다.....

'취미 생활 > 영화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득이 (2011)  (0) 2011.12.05
[메뉴이야기] 화이트초코  (0) 2011.02.23
멋진 하루  (0) 2010.09.12
토끼와 거북이  (0) 2010.08.10
허니 (2003)  (0) 201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