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유비가 영웅인 이유
난세의 영웅보다 영웅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드는 리더가 더 영웅이다.
난 삼국지를 볼 때마다 왜 관우나 장비가 유비를 섬기려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유비는 왕가의 혈통만 이어 받았을 뿐 관우나 장비를 만나기 전에는 학문을 좋아하는 가난한 농부였을 뿐이었다.
물론 그 시대에 혈통은 아주 중요했을 것이고 유비가 농민(국민)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혈통만큼 짙다는 건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뿐, 뛰어난 지략이나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 같은 왕으로서의 능력은 앞서 말한 '덕' 이외에는 없었다.
영화 적벽대전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중 유비는 짚신을 만들기 위해 볏짚을 꼬는게 그가 선택한 일이었다. 나이외에도 이 장면을 본 친구들 혹은 같이 보지 않았어도 이 장면을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땐 누구도 유비의 능력을 혹은 그가 하는 일을 이해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난 한 번에 이 사실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짚을 고는 유비를 이해 했다기보다 그런 그를 섬기는 관우와 장비의 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깨달음은 서서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온다는 돈오점수를 경험하듯이.
전쟁의 시대, 누구나 전쟁에서 승리하기만을 원하고 피를 흘렸다. 천하를 얻기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 미명아래 싸움이 정당화 되었고 아무도 평화의 시대를 대비하지 않았다. 전쟁이란 그런것이었다. 오롯이 승리만을 노리는 사악한 인간의 야심일 뿐! 그 밖은 누구도 생각치 않았고 생각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관우와 장비는 혈통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무능하게 짚만 꼬는 유비를 섬기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를 제외한 그외의 모든 인물은 전쟁영웅이다. 심지어 초선까지도 전쟁의 시대에 당연한 건지는 몰라도 하지만 전쟁이 끝이나면 불필요한 피를 다 흘리고 모든것이 파괴되어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도 몰라 지쳐 쓰러지게 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고 상처뿐인 맘을 추스리는 일 밖에 남지 않겠지만 그래도 다시 평화의 시대는 찾아 온다.
유비는 그런 시대에 필요한 군주인것이다.
모든것이 불타 없어져 버려 살길이 막막한 시대에 농민들에게 짚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군주는 조조도 제갈량도 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진정 농민을 섬길 줄 아는 그런 군주이다.
그래서 관우와 장비는 유비는 섬겼으리라고 짐작 할 수 있었다. 전쟁은 자신들이 끝낼 것이니 당신은 우리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 그 때 가난한 농민을 돌봐주라고 말이다.
진정한 영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평화를 유지시킬 줄 아는자가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한다.
새삼 그런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그를 알아본 관우와 장비가 더 위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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