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35ㅣ30. Dec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2. 31. 09:21

런던살이 Day 135ㅣ30. December. 2023

 

인생은 자신을 찾는 여행이다.
- 니체 -

 
 
직장에 다닐 때 갓대학을 졸업하고 온 여직원이 있었는데 그 여직원의 행동을 보니 너무 뱀 같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티 나게 강자에게 붙어서 약한 사람을 무시하는 직원보다 더 교활해 보이는 면이 있었다. 그 직원은 일을 못했고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연차를 쌓아봤자 자기 밑에 들어온 직원을 컨트롤 못할 지경까지 갔기 때문이다. 실력도 실력이고 인성이 무(無)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직원에게 주변 직원들이 하는 말들을 잘 걸러 사회생활의 이런저런 힌트를 주면서 잘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난뿐이었다. 겉으로는 그런 나를 고마워했지만 뒤에서는 더 강한 사람에게 붙어서 살았다. 딱히 뒤에서 내 욕을 하기보다는 내 편을 들어주는 것도 없이 암묵적 동의를 하는 정도였다. 나의 도움은 넙죽넙죽 잘 받아먹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교활하고 무에 가깝다고 한 것이다.
내 성격은 직설적이어서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들 나에게 앞에서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맞고 다 틀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랬다. 심지어 나에게 그게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말인즉슨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싫다는 뜻이다. 또 이걸 달리 말하면 자기 착각 혹은 환상 또는 꿈에서 깨기 싫은데 내가 자꾸 그 꿈을 깨고 보기 싫은 현실을 보게 한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일행들은 함께 하지 못한 일행을 포함해서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거치고 자신을 받아들인 다음 친분을 쌓아서 이런 살아보기 여행도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호접몽이 의미를 깨닫고 일행들의 10년 전을 생각해 보니 다들 가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은 무조건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갔으니 말이다. 근거가 없이 그랬으니 눈을 뜨고 걸어 다니면서 꿈을 꾸고 다녔던 거다.    
 
그 직원은 내가 뱀 같다고 해도 자신을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향이 무였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보다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했다. 얼굴도 착하게 생겼다. 그 여직원을 좋아하는 남자 직원도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면 내가 착하다고 생각(착각)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여직원은 아마 학교에서도 착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을 거다. 대충의 친구들도 있고, 적당한 학점에 둥글게 둥글게 살았기 때문이다. 성향이 무에 가까우면 학교라는 곳은 사람을 그런 착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사회에서도 당연히 착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직장을 다녔을 거다.
 
하지만 그 여직원은 자신이 가장 친하다고 하는 남자친구를 뺏어서 연애를 시작했다. 자신의 첫 연애였다.
 
호접지몽을 생각해 보니 우리는 다 이런 식으로 눈을 또고 어느 정도 꿈속에 사는 거 같다. 사회에는 개인들에게 원하는 몇 벌의 옷(꿈)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거나 적당히 나에게 맞겠다는 것 중 제일 쉬운 이미지를 골라서 그걸 자신화 해버리는 경향이 바로 개인적 관점의 호접지몽이라는 것이다. 그 여직원은 자신의 무의 성향, 성격을 적당한 웃음으로 역시나 사회에서 제일 쉬운 옷인 착하다는 이미지로 재단해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녔던 거다.
 
타 부서 같은 적당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여직원을 다들 착하게 봤을 건 당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평판은 무시했다. 학교와 달라서 편이 있다고도 보기 어려웠다. 같은 무의 성향을 가진 선배들은 적당히 그 여직원을 대했지만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실력도 실력이지만 답답하게 구니 나쁘게 봤다. 그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건 가깝고, 직접적 업무에 관련된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거리가 먼 사람을 기준으로 자신을 생각하고 살았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캐주얼 옷보다는 백화점의 명품옷이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착각)해서 자신의 백화점 옷이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면서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보더라도 사람은 보는 시각마다 다르다는 핑계로 나를 좋게 보는 사람도 있으니 나와 가깝다고 해도 그건 어차피 나를 모르는 직장인들이니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모두 악하다고 평가를 내리면 자신은 여전히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더 모르는 더 멀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착하게 보는 건 맞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 여직원은 가장 친한 친구의 남자 친구를 꼬셔서 연애를 시작했다. 무려 첫 연애를 말이다. 직장에서는 무의 성격과 성향인 사람이 말이다. 이미 이 사건 전에 나는 그 여직원을 뱀 같다고 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이 여직원은 진짜 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성향으로는 2년 차까지 신입이라고 생각하고 버틸 수 있었지만 3년 차는 후배들이 들어오기에 그 평판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것이다. 더 버티면 자신이 입은 옷이 백화점 명품이 아니라 캐주얼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해서 꿈을 깨기보다는 계속 꿈을 꾸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뒀다. 내 기억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 남자 친구 꼬셔서 사귈 때 회사를 그만뒀던 걸로 기억한다. 남자는 육군장교였다. 
 
아무튼 10명 중 한 명만 나를 착하게 봐도 그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그 착하다고 한 사람의 말을 믿게 된다. 결국 인간이 나비의 꿈에서 깨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다 보는 메타 인지가 필요하다.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 있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도 그렇게 당신의 성향을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그 사람도 착한척하며 사는 인생에 적응이 되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똑바로 말을 하면 듣는 당사자가 질문의도와 다르게 돌변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이 이유는 주변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관심이 있다면 오직 직접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그것만 볼 수 있다. 긍정적이면 착한 거고 부정적이면 못된 거다. 
 
그러니 자신을 가장 잘 알려면 각각의 사람들에게 10번 이상 들었던 말을 믿는 것이 가장 확실할 거다. 하지만 이도 어려운 것이 여기에서 빈말은 빼야 한다. 자기가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하는 빈말을 믿으면 다시 나비의 꿈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수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나비의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나마 이걸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주변의 친구들의 이름을 벽에 붙여서 그 친구가 나를 바라는 관점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친구와 있었던 사건과 대화를 다시 기억해 내서 그때의 감정을 그 친구 기준으로 나를 돌아보는 방법이다. 그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사실 이것도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객관화해서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쉽다.
 
이선균 마약과 마담과의 사건에서 독이 물든 손가락질을 하고 독이 배인 혀로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그리고 자살을 하니 그 사람들 대부분 애도를 할 거다. 그렇게 다들 자신이 독침을 날린 현실을 모른척하고 다시 나비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안식을 누리면 살아간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라고 말이다. 아무도 모르니, 다들 그러니 그러면서 하루하루 고 이선균이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시간과 똑같이 자신의 독이 물든 손가릭질에 대한 사실은 지워간다. 사실 더 깊은 꿈 속으로 들어가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그런 사건이 생기면 그럴 거다. 또 꿈속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아무도 모르고 다들 그러니 말이다. 
 
그렇게 살면 당신이라는 존재는 아무도 모르고 그냥 그러는 사람으로 취급받으면서 살게 된다.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고 말하지 않겠다. 지금도 그럴 거니까 옆에 있는 그 사람도 어떻게 하다 보니 같은 꿈 속에 있는 사람일 뿐이다.
 

[사진 출처:스타투데이 DB] 아마 언젠가 TV에서 이선균 드라마나 영화가 나와도 독이 배인 혀로 말을 담았던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잊은채로 생각없이 틀어놓을거다. 우리는 그렇게 꿈속에서 산다. 하지만 고 이선균씨가 누군가의 편안한 꿈속에서 살며 그 꿈을 꾸는 사람은 편안함에 이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