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32ㅣ27. December. 2023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한 번의 실수로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 할 수 있다.
EP13-17 "고맙다" 처음으로 이선균의 '진심'을 듣게 된 이지은 | #나의아저씨 - YouTube
아침에 일행이 이선균이 자살했다고 했다. 나는 덤덤히 들었다. 그럴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전 일기에서 나는 이선균 사건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런 잘못을 하지 않을 사람이 이런 짓을 했다면 한 번쯤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날 선 손가락질을 구부릴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인지도 높은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자발적 생각으로 조심해서 마땅한 벌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사회는 그 마땅한 벌 이상으로 이선균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거 같다. 공권력은 그를 필요 이상으로 괴롭혔다. 권지용씨의 무혐의 처분으로 인해서 고 이선균씨까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자신들이 부여받은 검사의 권력을 경찰들이 제대로 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제적으로 수사를 했다는 혐의를 부인할 수 없을 테니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고 이선균씨를 괴롭혔을 것이다.
물론 마담과의 관계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권지용씨보다 더 빨리 조사를 받았을 텐데 상대적으로 더 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이건 만만한 놈 잡아다가 괴롭히는 학교폭력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럴 때 가장 옆에 있어줘야 할 사람이 가족이다. 이런 사건에는 부모님은 좀 그러니 부인이 마땅히 옆에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부인분은 되려 일을 선택했다고 기사로 봤다. 마약도 충격인데 마담과의 관계도 알게 되니 충격이 커서 자신도 살아보려고 선택한 방법일 거라고 충분히 생각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이때 이선균은 자살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선균을 눈여겨 본건 이서진과 옥택연이 출연한 삼시세끼였다. 그때 이선균이 출연해서 와이프는 자신의 로또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도 안 맞다고 했다. 반전 유머였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저 사람은 삶이 참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괴로운 것도 딱 이혼하기에는 애매한 정도로 괴로울거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사람은 어떻게 연예인을 하지? 이미지와 성격상 바람도 피기 어려울텐데, 계속 연예인을 하면서 주목을 받기는 부담감이 크지 않나? 그 시선안에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대중 시선의 고정은 엄청 피곤할텐데, 일단 발을 들였으니 어쩔 수 없이 계속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 성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특유의 버럭 하는 성격도 자신의 내재된 소심한 성향을 감추려고 하는 듯했다. 왜냐면 내가 그러니까. 소심해진 그 성향의 원인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그런 성격이 더 드러나게 된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만 굳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이 들통나면 적당히 자신을 부정하듯 하지만 이내 이실직고를 하고 마는 성격이다. 여기서 부정을 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그때 그랬다면.. 그것이 이것이었다면..이라는 식의 자기반성적 부정이다. 그러니 그걸 인정하게 되면 사실을 말하게 된다.
이선균의 뉴스가 터지고 나서 로또는 옆에 없었다. 로또가 이때 당첨이 되어 언론에서라도 제 역할을 해줬다면 그야말로 평생을 감사하며 살아갈 순간이었는데 말이다. 마치 미국 드라마처럼 언론에는 부인이 굳건히 남편 곁을 지키겠다고 하고 집안에서는 각방을 쓰는 그런 연출말이다. 이선균은 할말이 없었을 테니 옆에서 내편이 되어달라고 하지도 못했을 거다. 마지막 유일한 내편이 떠났다. 부인의 선택은 이선균에게 저 사람 나랑 상관없어요,라는 태도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배신감보다는 한 번쯤은 그럴 일을 할 사람이 아닌 사람이 그렇게 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평소에 아마추어냐며 연기 지적을 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지 않았을까? 너무 드세게 남편을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을 했다면 어쩌면 자살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살을 막을 수 있었다면 그건 부인이 유일한 사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우리는 너무 자유에 대한 개념없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쉽게 말해서 예전 광고에서 누구누구 어머니로 살지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세요,라는 광고가 바로 신자유주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인분은 가족 안에 존재로 살기보다는 남편이 가장 어려울 때 자신의 이름으로 살기를 선택했다. 아마 평소에 벗어나고 싶어도 이선균씨의 부인이라는 타이틀로 살았기 때문에 어쩌면 무의식 중에 이번이야말로 자신의 이름으로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느껴서 아무 생각 없이 배신감이라는 명분으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BBC에서는 고 이선균의 보도에서 마약이 엄격한 나라다,라고 하면서 자살의 원인을 대충 그렇게 넘겨짚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놈에 체면과 나로 인해서 주변이 피해를 받는 것에 대한 압박 때문이라는 것을. 이런식으로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이걸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언론은 이걸 정말 성실하게 나른다. 언론만 자중했어도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 정작 써야할 문제를 찾아서 쓰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제4의 권력이자 무관의 제왕들이 하는 행동이 고작 이런거다.
고 박원순 서울 시장은 마치 두 개의 인격이 번갈아가면서 살다가 착한 인격이 나쁜 인격을 발견하고부터 착한 인격이 그걸 견디지 못해서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다. 막대한 책임감과 업무로 인해서 사람이 스트레스조차 풀지 못하면 그런 식으로 인격이 나뉜다는 것은 당시 권력이 대통령을 능가했던 FBI 후버 국장이 여장으로 스트레스 증상이 발현되었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인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 이선균은 6개 중에 하나도 맞지 않는 로또와 함께 하기에는 뭔가 후회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잠시 일탈을 했다가 그 세계도 별거 없고 한 번 해봤으니 됐다고 생각하고 돌아오려고 했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니 음성이었고 협박으로 3억이나 뜯겼을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해야 사람은 살 수 있다. 그리고 대다수 이렇게 산다. 그 규모가 나노 단위라서 인지를 못하는것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 말했다가 상황이 바뀌면 저 말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이걸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신들이 떳떳하다고 생각하고 살 수 있다. 들켜도 범죄도 아니기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되어도 크게 신경질 한 번 내고 하루자고 나면 잊는다. 못 잊을 정도의 잘못은 정말 괴롭다. 여기에다가 회사나 학교에 소문만 나도 죽을 생각을 한다. 그래도 학교나 회사는 벗어날 수 있으니 그곳만 벗어나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이선균은 잊을 수 있는 선을 넘었고 언론은 그걸 전국민들에게 알렸다. 소문으로도 사람이 죽는데 언론까지 열성을 보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거라고 사료된다.
아무튼 세상은 다시 사회로 돌아오려고 하는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로 손가락 질을 했고, 정치적 이유로 공권력은 그를 괴롭혔으며, 국가와 사회에 자유의 철학이 없으니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그를 외면했다. 아무도 그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좀 더 지켜보는 너그러운 시선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에게도 가혹한 세상은 우리에게도 가혹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승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더 착한 사람일까? 옥바라지 한 전여친은 전혜진씨보다 더 착한 사람일까? 급이 다르지만 그래도 끝까지 승리를 지킨 건 사실이지 않는가? 돈 때문이라고 한다면 마르지 않는 돈이 있으면 승리가 고 이선균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뜻도 되지 않는가. 무지하고 그 급들이랑 노니 그렇다고 하면 차라리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남편 곁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더 낫지 않는가. 진짜 대한민국은 돈보다 높은 가치는 없는 없는 세상이 되었을까? 왜 우리는 승리 같은 사람이 더 잘 사는 사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일까?
차라리 고 이선균씨가 승리 같은 깡다구라고 있어서 버텼으면..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게 살아서 사회로 돌아온다고 한들 옆에 아무도 없다면 과연 그것은 사는 것일까 생각해 보게도 되었다. 그의 주변에 연예인 말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친구들이 있었다면 사회로 돌아와도 함께 초야에 묻혀서 살아갈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끝으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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